언젠가부터 ‘지브리 스타일’의 그림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쏟아지고 있다. 올해 3월 공개된 챗GPT의 이미지 생성 기능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건데, 그 이면에는 구글 검색 대비 10배에 이르는 막대한 전력 소비가 뒤따른다.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전력 인프라 확충을 미국 정부에 공식 요청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래 전력 수요 폭증은 인공지능(AI)뿐만 아니라 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산업 전반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이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글로벌 전력 수요가 2021년 대비 116% 증가한 약 5만4000TWh에 이를 것이라며, 발전량 확대뿐만 아니라 전력을 수요처로 보내기 위한 ‘전력망 확대’의 중요성을 함께 강조했다.
또한 IEA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현재보다 2배 이상의 전력망 확충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생산량이 날씨에 좌우되고 중앙집중형 화력발전과 달리 입지가 분산돼 있어, 기존 방식의 송전 인프라로는 효율적인 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최근 발표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6년 최대 전력 수요는 125GW로, 기존 예측치보다 7GW(5.9%)나 늘어났다. 또한 급증하는 무탄소 전원으로 국내 전력계통은 이미 포화 상태에 근접했다. 발전량을 늘리는 동시에 송전망을 신속히 확대해야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2036년까지 송전선로는 현재 대비 1.6배, 변전소는 1.4배가 더 필요하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산업단지 등의 전력 다소비 시설은 빠르면 3년 만에 개발되는 데 비해, 송전망 건설은 갈등 등으로 훨씬 더 오래 걸린다. 심지어 20년이 넘게 걸린 사례도 있을 정도다.
이러한 시차를 해소하기 위해 유럽은 현재가 아닌 미래 전력 수요 예측을 기반으로 전력망을 구축하고 있다. 2023년에는 ‘전력망 행동계획’을 발표하며 전력망 선(先)투자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했다.
예컨대, 포르투갈은 당장 1회선만 필요해도 2회선을 미리 설치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선만 연결해 2회선을 바로 운영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전은 에너지 보국(報國)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경쟁력의 핵심인 전력망 적기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 결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 및 ‘계통영향평가 제도’ 도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사업조기착수제’와 ‘전력망입지처’ 신설 등 다각적인 노력도 동시에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한전은 제도 개선, 투명한 정보 공개 등을 통해 국민의 이해와 공감을 더욱 확대하면서, 전력망 건설의 패러다임을 혁신해 나갈 계획이다. 전력망은 단순한 송전선이 아닌, 국가경쟁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젠 우리나라도 과거의 낡은 생각을 깨고 유럽의 ‘전력망 선투자’ 개념을 적극 도입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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