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증시는 글로벌 주요 증시 대비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투자자로부터 외면받았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해 한국 증시의 부진은 국내외 불확실성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하며 향후 통상 정책 불확실성이 한국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필자는 올해 한국 증시가 생각보다 괜찮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시장에서 우려하는 악재들이 현재 가격에 선반영돼 있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금리 상승, 달러 강세, 미국 외 시장 약세 지속 등이 이를 증명한다. 예상보다 강한 미국 경기 지표로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낮아진 것도 최근 시장 조정의 원인이다.
지난해 하반기(7∼12월)에 시작된 한국 주요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도 진행 중이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는 미국 통상 정책과 관련된 우려가 크고 철강, 정유, 화학은 중국 경기 침체와 시장 수요 둔화 압력을 받고 있다. 그 영향으로 주가도 부진했다.
둘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정책이 예상보다 긍정적일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칩스법, 자동차 관세 정책 등의 변화는 한국 기업의 이익에 큰 영향을 끼치고 지난해 주가 약세의 결정적 원인이기도 하다. 당사는 대중 관세 인상은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즉시 시행할 것으로 보나, 보편관세는 빨라야 올 하반기 국가·품목별로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최첨단 반도체는 최종 고객이 미 빅테크 기업인 만큼 무차별 관세 인상이 쉽지 않다. 미국 통상 정책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많이 빠졌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면 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시장은 각종 대내외 우려로 주요 증시 중 가격 매력이 가장 높다.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수준의 한국 증시는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중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여러 요인은 향후 정책 보완과 기업들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으로 정상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코스피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인 만큼 매도 실익도 크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20조 원 넘게 순매도 했던 외국인들도 달라졌다. 매도가 줄고 반도체, 방산, 조선 등을 선별 매수 중인데 수출 비중이 높고 강달러 수혜가 기대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식은 경기 선행 지표다. 주가 하락은 향후 경기 전망과 실적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는 의미다. 지난해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음에도 주가는 부진했던 이유다. 반대로 경기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이익 전망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면 주가가 먼저 움직일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수출과 기업들의 실적이 일시적으로 부진하더라도 주식 시장은 오히려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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