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피크아웃이라기엔 사랑받는 韓 화장품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4일 03시 00분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지난해 8월 조정이 시작된 한국 화장품 섹터의 주가는 해를 넘긴 현재까지도 전고점 대비 크게 하락한 상태다. 화장품 섹터에 대한 투자 심리가 꺾인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그중 하나로 미국 화장품 산업에서 심화된 브랜드 간 경쟁을 꼽을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미국 10, 20대 사이에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고, 한국 화장품 기업은 아마존 등 미국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아마존은 판매자 간 경쟁을 유발해 채널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한다. 때문에 한국 기업들의 미국 매출이 단기간에 크게 늘긴 했지만, 기업 간 치열한 경쟁도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7∼9월) 많은 화장품 기업들의 실적이 시장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 미국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의 피크아웃(정점 기록 후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그 우려가 한국 화장품 섹터에 대한 주가 조정을 이끌었다. 하지만 한두 분기 주요 기업의 실적 부진을 가지고 피크아웃을 논하기엔 이르다.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동남아, 중동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최대 화장품 유통업체 ‘얼타 뷰티’의 실적 발표에서도 ‘미국 내 경쟁은 여전하지만, 최악의 구간은 지났다’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얼타 뷰티는 지난해 3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얼타 뷰티의 경쟁 상황이 2023년보다는 높으나, 전분기보다 회사의 프로모션 비율은 줄었다’고 밝혔다. 또 기존 브랜드의 매출 신장 효과도 지난해 2분기(4∼6월) ―1.2%에서 3분기 0.6%로 개선됐다. 미국 화장품 산업의 경쟁이 조금이나마 개선된 만큼 한국 화장품 기업들이 처한 환경도 완화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화장품 산업은 치열한 경쟁을 감수하고서도 노릴 만한 매력적인 시장이다. 당사는 2023년 한국 화장품의 미국 화장품 산업 내 비중은 1.5%, 스킨케어 산업 내 비중은 3.0%로 추정한다. 지난해 아마존이라는 채널을 통한 판매의 장단점을 명확히 인지한 한국 기업들은 오프라인 채널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오프라인 비중이 큰 미국의 특성상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올해 한국 화장품 섹터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 회복은 미국 오프라인 산업과 유럽, 중동 시장이 이끌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 유통사와 일부 브랜드사의 성과가 올해부터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 소비자와 생활 패턴이 비슷한 중동 소비자들도 ‘가성비가 뛰어나고, 구매하는 재미가 있는’ 한국 화장품 구매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미국이 수입하는 화장품 중 한국에서의 수입물량 비중은 23.4%로 전달 대비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국가들이 수입하는 화장품 중 한국 화장품의 비중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한국 화장품 섹터에 대하여 피크아웃을 논하기에는 전 세계인이 한국 화장품을 사랑하고 있다.

#한국 화장품#피크아웃#애널리스트의 마켓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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