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캐너 반지로 상품찾기 척척” 물류테크 경쟁 불꽃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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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업계, 물류 효율화 주력
20명이 하루 2만개 배송상품 처리
신선식품 재고 줄이려 AI 고도화
날씨 등 외부요인 수요예측 반영도

이달 20일 오전 경기 하남시 이마트 매장 뒤편의 SSG닷컴 물류센터인 PP센터. 300여 개의 박스가 층층이 쌓인 선반들 사이로 ‘삑삑’ 바코드를 읽는 소리가 연신 울렸다. PP센터는 전국 100여 개 이마트 후방 공간에서 SSG닷컴 온라인 주문 상품을 집품(피킹), 포장(패킹)하는 곳이다. 일일배송 1500∼2000건을 소화하는 하남 PP센터는 피킹 직원 13명이 1인당 하루 800개 이상의 물건을 꺼내 온다. 물건을 박스에 담는 포장 라인엔 단 6명뿐이다.


스무 명 남짓한 인원이 하루 2만 개 이상의 상품을 배송 처리할 수 있는 건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SSG닷컴이 개발한 물류 애플리케이션 ‘mPDO’ 덕분이다. 손가락에 낀 반지 모양 스캐너를 바코드에 대면 선반의 녹색등이 켜져 상품을 담을 박스 위치를 단번에 찾을 수 있다. 피킹할 땐 상품 위치 정보가 담긴 앱을 나침반 삼아 쇼핑하듯 카트에 담으면 된다.

이커머스 업체들의 ‘배송 속도전’이 ‘물류 효율화’로 진화하고 있다. 물류 시스템 고도화가 온라인 장보기(식품 배송)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 팽창하는 온라인 식품 시장…물류 기술 경쟁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식품 소매판매액 가운데 온라인쇼핑 비중(온라인 침투율)은 28.1%였다. 음식료품과 농축수산물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17.3%, 14.3% 증가했다. 전체 온라인쇼핑 성장률(7.3%)보다 2배가량 높다. 식품군의 온라인 침투율은 매년 4∼5%포인트씩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식품 시장을 잡기 위해 이커머스 업체들은 물류 효율화 경쟁에 나섰다. 관건은 신선식품이다. 재구매율이 높아 반드시 공략해야 할 품목이지만 품질 유지를 위한 설비(콜드체인)와 재고 폐기 문제로 일반 물류에 비해 까다롭기 때문이다. 선도나 포장 관리 등 검수를 위해 100% 자동화도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SG닷컴은 자동화율 80%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와 함께 기존 이마트 매장과 인력을 활용한 ‘도심형 PP센터’의 효율성을 높이는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작업자 대부분이 4050 여성인 점을 고려해 게임하듯 쉽게 작업할 수 있는 ‘자동화 반지’ 장치를 개발했다. 이후 전국 PP센터 일일배송 건수는 2021년 6만 건에서 지난해 7만5000건 수준으로 25% 증가했다. 네오와 합치면 하루 15만 건, 240만 개의 상품을 처리하고 있다. PP센터 관계자는 “디지털 분류 시스템(DAS)과 mPDO 도입으로 물류 생산성이 30% 이상 증가했다. 근로시간이 8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었는데도 처리 능력은 오히려 늘었다”고 말했다.
● 재고 감축 위한 물류테크로 진화
최근 기업공개(IPO)에 나선 오아시스마켓은 60개 직영 매장을 통해 새벽배송 재고 폐기율 ‘0%대’를 유지하며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오아시스루트’ 시스템을 통해 400명이 일일 3만 건의 주문을 처리하며 효율을 높이고 있다. SSG닷컴은 이마트의 상품 관리 능력과 구매력을 바탕으로 신선식품 경쟁사 중 가장 많은 6구간 시간 지정 배송을 운영하고 있다.

오프라인 재고 소진이 어려운 업체들은 신선식품 폐기율을 줄이기 위해 수요 예측을 고도화하고 있다. 직매입의 경우 못 팔수록 손실이 불어나기 때문이다. 로켓프레시를 운영하는 쿠팡은 수년간 쌓인 주문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수요 예측을 고도화함으로써 지난해 신선식품 재고 손실을 2021년 대비 50% 줄였다. 농수산물 생산단지에서 곧바로 출하하는 산지직송 시스템을 통해 현지 설비를 활용하는 묘안도 도입했다. 마켓컬리는 데이터 예측 고도화를 위해 전문 인력을 2배로 늘리고 인플레이션, 날씨 등 외부 요인을 수요 예측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비대면 구매 편의성으로 엔데믹에도 온라인 장보기 사업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은 물류테크 및 데이터 처리 사업으로 진화해 과거와 전혀 다른 신산업이 됐다”고 말했다.

하남=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스캐너 반지#이커머스 업계#물류테크#ai 고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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