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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기업 해외 사업장서 ‘인권 개선 골든벨’… 난민 직원 설문도

입력 2023-01-25 03:00업데이트 2023-01-25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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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성장 ‘K-넷 포지티브’]
1부 글로벌 문제 푸는 한국기업들〈3〉다양한 인권경영 활동
포스코, 퀴즈대회 활용 인권 교육… 삼성전자, 협력사 노동권 검증 강화
LG생건-SK이노, 여성 직원 등 보호… “인재수급-韓소프트파워 강화 도움”
지난해 8월 포스코의 태국 도금강판 생산 법인 ‘포스코TCS’에서 진행된 ‘안전 골든벨’ 대회에 참가한 현지인 근로자들이 인권, 안전과 관련된 문제를 풀고 있다.  포스코 제공지난해 8월 포스코의 태국 도금강판 생산 법인 ‘포스코TCS’에서 진행된 ‘안전 골든벨’ 대회에 참가한 현지인 근로자들이 인권, 안전과 관련된 문제를 풀고 있다. 포스코 제공
(질문) “태국 노동법상 17세 쏨차이 군은 공장에서 일할 수 있다?”

(정답) “안 된다.”

지난해 8월 포스코의 태국 도금강판 생산 법인 ‘포스코TCS’에서는 특별한 퀴즈 대회가 열렸다. 현지 근로자 약 330명이 출전해 포스코가 강조해 온 ‘안전하게 일하는 방법’에 대한 상식과 법률 지식을 공유하는 ‘안전 골든벨’ 대회였다. 이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태국인 파까이랏 씨를 비롯한 3명은 한국 등 해외 탐방 기회를 얻었다. 파까이랏 씨는 “근로자로서 다치지 않고 행복하게,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다는 걸 배우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포스코의 안전 골든벨 대회는 튀르키예 등 여러 해외 사업장에서 인권과 관련된 의식을 키우기 위해 활용되고 있다.
● 인권 후진성 탈피하고 가치 전파자로 거듭난 한국 기업들
기업 활동이 국가나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넷 포지티브(Net positive)’ 경영이 해외 사업장의 인권 개선에도 기여하고 있는 단적인 장면이다. 보편적 인권, 근로자의 권리, 다양성에 대한 포용,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배려 등은 국내 기업들 역시 고도 성장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왔다. 이제는 이러한 가치들을 해외 사업장이나 협력사에 전파함으로써 오히려 현지 사회의 인권 개선에 기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 비정부기구(NGO) ‘노 더 체인(know the chain)’이 세계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60곳을 대상으로 공급망 인권 관리를 평가한 결과, 한국 기업 중 삼성전자가 공동 5위에 올랐다. 인권 분야 주요 글로벌 단체 및 평가기관이 참여해 2년마다 내는 보고서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이 현지 협력사들을 상대로 인권 존중과 분쟁광물 사용 금지 등을 비롯한 공급망 관리 규정을 교육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지난해 10월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이 현지 협력사들을 상대로 인권 존중과 분쟁광물 사용 금지 등을 비롯한 공급망 관리 규정을 교육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신규 협력회사를 선정할 때 구매 품질, 환경안전, 노동인권, 에코파트너, 재무현황 5개 영역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2021년부터는 협력회사 노동인권 검증을 강화하기 위해 강제근로 금지, 비인도적 대우 금지, 차별 금지 3가지를 필수항목으로 변경했다. 또 모든 협력회사가 인권, 환경, 안전보건, 윤리와 관련 현지 법규는 물론이고 RBA(책임있는 비즈니스 연합) 기준이 반영된 ‘삼성전자 협력회사 행동규범’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이주 근로자들의 채용 수수료 지불을 금지하거나 아동을 고용한 협력회사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등의 내용이다. 이러한 활동들이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미국 휼렛패커드엔터프라이즈(HPE), 인텔, 시스코, 애플에 이어 최상위권인 5위에 오른 것이다.
● 설문 조사로 모니터링, 현지 인권 의식도 높여
한국 기업들은 해외 법인 및 생산시설에 대해 정기적으로 인권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다양한 생산 현장의 인권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활용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베트남 동나이성 공장의 여성 휴게실을 증설했다. 인권 현황을 전면적으로 실사한 결과 2000년 준공된 현지 공장의 설비와 부대시설 등이 여성 직원들의 모성 보호에 미흡하다는 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전 세계 사업장에서는 1년에 한 차례 이상 한국어, 영어, 현지 언어로 된 정기 인권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여성, 난민, 소수민족과 원주민, 장애인 등의 근로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이해하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도록 관리하기 위해서다.





기업들의 이러한 노력은 ‘위험 요인 제거’라는 목적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현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 관련 교육과 모니터링은 해당 지역 인권 의식 수준 자체를 높이고, 이는 보다 양질의 인재를 수급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장 근로자 중에는 ‘왜 이런 것까지 묻고 관리하나’라는 반응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모니터링과 교육이 지속되면서 직원들은 물론 그 가족들 사이에서도 ‘인권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싹트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한국 기업들은 인권과 관련 활동을 현지 법인에 일임하는 편이었지만, 최근에는 한국 본사와 그룹 차원에서 직접 나서 관리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2020년부터 해외법인의 자체 점검 외에도 본사가 직접 인권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이중 감시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고용 차별, 결사 및 단체교섭 자유, 강제 노동 여부와 같은 11개 항목에 대해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인권 존중 여부 등을 점검하는 컴플라이언스 전문인력(CPO)을 미국과 유럽, 아시아태평양 지역 등 15곳에 배치해 인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음악, 영화, 드라마 등 K-컬처의 세계적 확산이 기업들의 ‘넷 포지티브’ 활동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장애인, 장기 기증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한국의 작품들을 접한 뒤 기업들의 관련 활동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아질 수 있어서다. 김준호 전국경제인연합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팀장은 “경제적 논리를 넘어선 한국 기업의 해외 인권경영 활동은 한류와 함께 한국의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고 국가 브랜드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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