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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캠핑장 짓고 IoT 관리… 산골서 꿈 펼친 형제

입력 2022-08-17 03:00업데이트 2022-08-1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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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함께하는 스마트 농업 애그테크로 여는 미래 일자리]
2022 A Farm Show-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
도시 떠나 귀향한 백종율씨 형제
“빈집 활용한 체험 콘텐츠 구상중”
충남 보령시 미산면 은현리마을에서 캠핑장과 영농법인을 운영 중인 백종율 대표(왼쪽) 형제. 보령=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우리 산골에 있는 빈집에 많은 도시 사람들이 찾아와 생활하는 그날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입혀 나가겠습니다.”

15일 오후 충남 보령시 미산면 은현리마을 ‘그리고캠핑장’. 연휴 마지막 날인 데다 휴가철이 끝나가는 탓에 25개 캠핑 사이트는 대부분 비어 있었다. 그러나 캠핑장을 운영하는 백종율 씨(37) 형제는 쓰레기를 정리하고 수영장을 청소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백 씨는 충남 천안에서 소방안전 관련 일을 하다 2014년부터 고향인 이곳에 정착했다. 대구에서 회사를 다니던 동생(35)도 형을 따라 3년 전부터 고향 생활을 시작했다. 이들 형제가 ‘귀산촌’을 감행한 것은 아버지 백승운 씨(63)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 산촌에 ‘콘텐츠’ 입히는 30대 청년 형제
서울에서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던 아버지는 고향의 숲과 산을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중 하나가 양암산 중턱에 캠핑장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급증하는 캠핑 인구를 유치하면 산촌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백종율 씨는 “마침 고향이 산세가 좋고 공기가 맑아 캠핑장으론 안성맞춤인 환경이었다”고 설명했다.

2016년 은현리마을이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에서 ‘희망산촌공동체’ 마을로 선정되면서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행운이 찾아왔다. 아버지는 두 아들과 힘을 합쳐 1만2000m² 규모의 캠핑장과 산촌문화체험관을 건립했다.

폰으로 캠핑장 관리-버섯 습도 조절…‘스마트 귀산촌’ 모델 만들어


〈2〉 ‘귀산촌’ 백종율씨 형제


“산세 좋고 공기 맑아 캠핑장 제격”… 고향에 1만2000m² 캠핑장-체험관
한적했던 마을에 변화 바람 불어 농한기엔 ‘우드버닝’ 일자리 창출
버섯 재배시설엔 센서 등 구축, 인건비 절감하고 생산성은 높여



한 가족이 충남 보령 미산면 은현리 ‘그리고캠핑장’에서 캠핑을 즐기고 있다. 이 캠핑장은 ‘청년 귀산촌인’ 백종율 씨 형제와 아버지가 2016년부터 운영 중이다(위쪽 사진). 백 씨 형제가 ‘스마트팜’을 도입한 양송이버섯 재배 시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캠핑장 제공·보령=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예부터 사람보다 뜸부기가 많아 ‘뜨메기 마을’로 불릴 정도로 한적했던 은현리마을은 두 아들의 귀향을 계기로 변화가 시작됐다.

“아버지는 도시민들이 편안하게 힐링할 수 있는 산촌을 만들고 싶어 했죠. 우리도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고 더 발전시키기로 했습니다.”(백종율 씨)

백 씨 형제는 단순히 캠핑만 하는 곳이 아닌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캠핑장을 만들어 나갔다. 방문객을 위해 △천연재료를 활용한 모기 기피제 제작 △양송이버섯을 활용한 요리 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마을 인근 학생은 물론이고 도시에 거주하는 장애인을 초청해 캠핑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공익 활동도 시작했다.

농한기에는 70세 이상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우드버닝’(목재에 인두로 그림이나 글씨를 표현하는 공예 작업) 강좌를 실시했다. 강좌를 이수한 노인 중 솜씨가 좋은 이들은 향후 체험관 소속 강사로 활동하며 임금을 받을 예정이다. 두 청년의 노력으로 주민들의 ‘농한기 일자리’까지 창출되는 것이다.
○ 스마트팜으로 버섯 재배
백 씨 형제는 ‘스마트팜’으로 양송이버섯을 재배하고, 사물인터넷(IoT)을 캠핑장에 적용하며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하는 ‘스마트 귀산촌’ 모델을 구축했다.

이들은 버섯 생육 환경을 자동 조절하는 스마트팜을 통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재배시설 내부에는 환경을 다각도로 인지하는 센서와 공기 순환 시스템 및 생육 환경 조절 시스템 등이 구축돼 있는데, 스마트폰과 연동돼 실시간 관리가 가능하다.

이 같은 스마트팜을 통해 백 씨 형제가 매년 거두는 수익은 1억5000만 원 이상. 최근엔 볏짚과 말린 계분(鷄糞·닭 배설물) 등으로 만든 양송이 배지(버섯을 기르는 데 필요한 영양소가 들어 있는 액체나 고체)도 판매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백 씨는 “버섯은 온도, 습도, 조도, 이산화탄소 등에 매우 민감해 관리를 정밀하게 해야 한다”며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버섯 재배 전 주기의 환경을 자동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재배 경험이 부족한 우리도 고품질의 버섯을 생산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형제는 캠핑장 관리에도 IoT를 적용했다.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물 공급을 자동 차단하는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백 씨는 “늦은 시간까지 설거지나 샤워를 할 때 생기는 물소리가 다른 이용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이용객들에게 미리 예고한 뒤 스마트폰을 통해 물 공급을 조정하고 있다”고 했다.

은현리마을에 있는 6, 7개의 빈집도 백 씨 형제에겐 ‘콘텐츠 개발’ 대상이다. 이들은 “산촌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며 “‘산촌에서 한 달 살기’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도시민들이 산촌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도록 돕고, 정착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양암산 일대를 연결하는 30km 길이의 산책로 조성에도 착수했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청년 임업인의 창업은 ‘산림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더 많은 청년 임업인이 성공적으로 창업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보령=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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