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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음식물 쓰레기로 비행기 연료 만든다… 항공업계 탄소 감축 ‘일석이조’

입력 2022-07-04 03:00업데이트 2022-07-0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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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에서 케로신 추출, 기존 연료와 같은 품질기준 충족
다방면서 탄소 절감효과 뛰어나… 1, 2년內 사용승인 허가 기대
비행기에 항공 연료를 급유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 온난화가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비행기가 배출하는 탄소를 줄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제공
항공기는 전 세계로 여객과 화물을 실어 나르는 고마운 존재이지만, 한편으론 기후변화를 가속화한다는 눈총도 받는다. 승객 1명이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을 비행기로 왕복하면 약 1000kg의 탄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과학자들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3.5%를 차지하는 비행기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음식물 쓰레기에서 항공기 탄소 배출 감축의 해법을 찾고 있는 데릭 바던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 선임연구원 팀을 소개했다.
○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제트유
수분을 많이 함유한 음식물 쓰레기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많이 난다. 노란 액체인 ‘휘발성 지방산(VFA)’이 원인이다. 연구팀은 최근 이 VFA를 활용해 등유(케로신)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케로신은 항공기나 우주발사체 제트 엔진에 쓰이는데 지난달 21일 발사에 성공한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에도 사용됐다.

음식물 쓰레기에선 미생물이 발효되면서 메탄이 발생한다. 하지만 메탄을 곧바로 항공 연료로 쓸 수는 없다. 연구팀은 메탄 미생물의 발효를 억제해 VFA 생산을 촉진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런 다음 촉매를 이용해 VFA를 탄화수소 유도체인 케톤으로 만들고, 수소를 넣고 산소를 제거하면 케로신이 생성된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음식물 쓰레기 등에서 생성되는 VFA를 활용해 케로신을 만들려는 시도를 해왔지만 항공기 업계가 요구하는 연료품질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연구팀은 올해 3월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기술을 공개하며 “기존 항공유와 동일한 연료품질 기준을 충족한다”고 밝혔다.
○ 탄소 절감 효과 뛰어나고 그을음도 적어
전문가들은 음식물 쓰레기에서 뽑아낸 항공 연료는 탄소 절감 효과도 뛰어나다고 보고 있다. 비행기에서 배출되는 탄소뿐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가 매립될 때 발생하는 탄소까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존 연료보다 연소할 때 그을음도 약 34% 적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을음은 항공기가 날아가면서 날개 뒤로 구름이 길게 이어지는 비행운을 만드는데 비행운은 복사열을 지구에 잡아두는 역할을 한다. 비행운으로 지구 온난화 효과가 더 커진다.

사이언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기세가 꺾여 항공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 항공 업계의 탄소 감축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만 해도 매년 210억 갤런(1갤런은 약 3.79L)의 항공유를 소모하는데, 이번 세기 중반까지 그 양이 배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지난해 10월 2050년까지 항공사들의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넷제로’ 결의안을 승인했다.

전문가들은 음식물 쓰레기 항공유처럼 ‘지속가능한 항공유’를 만들어 대체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 보고 있다. 연구팀은 “음식물 쓰레기 항공 연료는 전기 비행기가 상용화되기 전 항공기의 탄소 배출 저감을 이끌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유망한 방안”이라며 “1, 2년 안에 해당 연료 사용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전기 항공기 등장 전까지 징검다리 역할
지속가능한 항공유 시장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2030년 지속가능한 항공유 시장 규모가 2021년 대비 70배 성장해 약 157억 달러(약 20조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기업 창업도 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캐나다, 중국, 일본, 핀란드, 스웨덴 등에서 12개 기업이 창업했다. 미국 스타트업 에이메티스는 목재 폐기물과 주방에서 나오는 기름을 이용해 항공 연료를 개발하고 있다. 캐나다 스타트업 에너켐은 도시 폐기물을, 미국 스타트업 제보는 옥수수 줄기와 농업 폐기물을 항공 연료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바던 선임연구원 팀 역시 지난해 올더퓨얼이란 회사를 창업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미국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해 8월 지속가능한 항공유 57억 L를 구매했다. 올더퓨얼은 2023년 미국 항공사 사우스웨스턴항공의 항공기로 개발한 항공유를 시험할 예정이다. 대한항공도 올해 2월 파리∼인천 구간 국제선 노선에 국내 최초로 지속가능 항공 연료를 도입했다. 제임스 스패스 미국 에너지부(DOE) 바이오에너지기술사무소 책임자는 “지속가능한 항공유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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