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오피스텔… 가격 오르고, 매매도 활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8일 14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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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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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공급과잉과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족으로 침체됐던 오피스텔 시장이 최근 달아오르고 있다. 가격이 오르고 매매가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분양가도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다.

아파트값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대체 주거 상품으로서의 장점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진화된 기술을 통한 특화 설계,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 등을 장착하고 기존 오피스텔의 단점을 보완한 상품이 잇따라 선보이면서 분위기 반전을 이끌었다. 정부가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오피스텔 관련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어서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오피스텔은 편의성을 강조한 장점들이 고스란히 단점으로 바뀔 수 있는데다 필요할 때 팔 수 있는 환금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상품이다.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아파트와 달리 임대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점도 맹점이다.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 거래 늘고, 매매가·분양가 모두 오름세
최근 수도권 오피스텔 가격이 심상찮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10월 서울 오피스텔 매매 거래가는 2억9076만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9.72%(2578만 원) 오른 것이고,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기도와 인천 오피스텔 상승세는 더 두드러진다. 경기도의 경우 2억7623만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0.8%(4766만 원), 인천은 1억6480만 원으로 21.2%(2887만원)가 뛰었다.

거래도 늘어나는 추세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9월 24일까지 서울 오피스텔 매매는 1만3918건, 경기는 1만435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4.2%, 64.4%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 3만7046건, 경기는 12만8762건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40.5%, 29%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듯 분양가도 오름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분양 예정인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84㎡(전용면적 기준)의 분양가는 15억5500만~16억1800만 원이다. 84㎡ 테라스는 17억6600만 원, 84㎡ 펜트하우스는 무려 21억8000만~22억 원에 달한다. 올해 8월 분양된 과천 지식정보타운 아파트 ‘과천 린파밀리에’ 84㎡가 8억 원대에 분양했던 것과 비교하면 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청약경쟁도 치열하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에서 분양한 ‘연희공원 푸르지오 라끌레르’ 오피스텔 82㎡ 펜트하우스의 경우 8실 공급에 947명이 몰려 118.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이달 12일 분양했던 루미니 역시 242실 공급에 7390명이 몰려 평균 30대 1의 치열한 청약전쟁이 펼쳐졌다. 또 청약 열기는 계약까지 이어지며, 모든 호실이 3일 만에 완판됐다.

● 아파트 대체 상품이라는 장점 주목
서울 시내의 오피스텔 밀집 지역 모습. 2021.9.15/뉴스1 © News1
서울 시내의 오피스텔 밀집 지역 모습. 2021.9.15/뉴스1 © News1
이처럼 오피스텔의 인기가 뜨거운 것은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아파트값이 큰 영향을 미쳤다. 또 아파트 청약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오피스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요인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9월말 기준으로 청약통장 가입자는 2825만1325명. 국내 인구가 약 5200만 여 명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이상이 청약통장을 갖고 있는 셈이다. 또 1순위 가입자만 1577만9724명이다. 인기 아파트 1순위 청약에 수십만 명이 몰려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아파트와 달리 각종 부동산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오피스텔의 인기에 한몫했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청약통장 및 가점 등과 무관하며 당첨되더라도 재당첨 제한 등을 받지 않는다. 청약 당첨 시 주택 보유수에 포함되지 않아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할 수도 있다. 대출시 담보인정비율(LTV)을 최고 70%까지 적용 받을 수 있어 초기 자금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좁은 주거 면적과 환기 및 통풍 한계 등과 같은 기존 오피스텔의 단점을 보완한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요인이다. 다양한 수납공간을 배치하거나 실내 생활공간을 극대화할 수 있는 특화설계를 적용하고,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 등을 갖추는 등 아파트를 방불케 하는 시설을 갖춘 곳들도 나온다. 대부분 도심에 위치하는 오피스텔의 입지적인 장점도 워라밸을 중시하는 2030세대에 매력적이다.

정부가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오피스텔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인기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정부는 9월에 열린 ‘30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오피스텔의 바닥난방 설치 허용면적 기준을 85㎡(전용면적 기준)에서 120㎡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선호도가 가장 높은 85㎡ 아파트와 유사한 넓이까지 바닥난방이 가능해진다.

또 건설자금 지원도 1실 당 최대 6000만 원까지 지원하고, 대출금리는 연 4.5%에서 3.5%로 1%포인트 낮춰주기로 했다. 과밀억제권역에서 오피스텔을 지을 때 부과되는 ‘취득세 중과’도 내년까지 LH 등과 매입약정을 맺고, 공공임대로 제공하는 경우에는 면제해주기로 했다.

● 환금성 떨어지는 등 단점도 적잖아
이런 상황에서도 오피스텔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무엇보다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진다. 시세차익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거주 목적보다는 임대사업용 투자 상품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심 상업지구에 위치해 편리하지만 주거 쾌적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저녁마다 소음에 시달릴 수 있다. 방음도 대체로 취약해 이웃집에서 떠드는 소리가 고스란히 들리는 일도 있다.

아파트에 비해 전용면적 비율이 낮고, 관리비가 비싸다. 아파트의 전용률은 80~90%인데 반해 오피스텔은 60%를 넘는 경우가 드물다. 관리비는 같은 크기의 일반 아파트보다 8만~10만 원 정도 더 비싸다. 이는 아파트보다 규모가 작아 입주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데서 비롯된 문제다.

경기 변동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아파트도 주택 경기 흐름에 영향을 받지만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반면 오피스텔은 경기 하락에 따라 수요가 급감하면 큰 폭으로 하락하는 일이 적잖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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