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쇼크에 새 폰 출시일 못정해… 반도체-배터리 수출한국 타격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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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 쇼크]〈2〉브레이크 걸리는 한국 수출산업

“개발은 끝났지만 핵심 부품이 없어 생산 단계에서 발목을 잡혔다.”

13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달 출시하려던 갤럭시 S21 확장 모델 ‘갤럭시 S21 펜에디션(FE)’의 공개가 늦어지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예상치 못한 ‘공급망 쇼크’로 베트남 등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반도체 부품 수급 등이 차질을 빚으면서 출시가 연기됐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계획보다 늦은 12월 출시를 예상하고 있다.

스마트폰 출시 지연은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의 생산 일정도 줄줄이 늦추고 있다. 공급망 쇼크로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 수출 제품, 공급 쇼크에 타격


공급망 쇼크는 주요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3분기(7∼9월) 역대 최대 분기 매출(73조 원·잠정실적)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15조8000억 원)은 2017, 2018년과 비교해 1조∼2조 원 낮아졌다.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대폭 올라서다. 업계 관계자는 “물고기를 낚았는데 건져 올리다가 살점이 다 뜯겨나가는 ‘노인과 바다’ 같은 상황이다. 제품을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력 제품 중 하나인 메모리반도체도 원재료 수급난과 가격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상반기(1∼6월)만 해도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예상됐지만 현 상황은 정반대다. 필수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수요 업체들의 전체 생산량이 떨어지자 부족할 줄 알았던 메모리반도체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고, 시장가격도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 원재료를 받아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들은 중국 전력난으로 원료 생산업체들의 셧다운이 일어나면서 수급에 차질을 겪고 있다.

완성차 업체 피해도 크다. 현대자동차 9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3% 줄어든 28만1196대였다. 차량용 반도체 및 필수 부품이 부족해서다. 현대차는 일주일 단위로 부품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주말특근 등 근무시간을 줄이며 대응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일부 공장에선 차량 생산 없이 라인만 돌리는 이른바 ‘공피치’ 운영까지 한다.

공급망 쇼크는 회복 기미를 보였던 시장 전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을 9%에서 6%로 이달 초 하향 조정했다. 세계 출하량도 기존 전망치보다 3300만 대 줄어든 14억1000만 대로 낮춰 잡았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터널을 벗어나는 듯했지만 예상치 못한 공급망 쇼크에 물건을 만들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한국 산업구조, 공급 쇼크에 취약”


원자재를 수입해 중간재, 완제품을 수출하는 한국 산업 구조에서 공급망 쇼크 파장은 크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중국 전력난이 장기화될 경우 대만, 말레이시아와 함께 한국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내 생산거점을 마련한 기업이 많고 필수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가전제품,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 등 한국 주요 수출품의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뚜렷하다. 철강은 전년 동기 대비 14%, 레진과 구리는 각각 16.2%, 7.6%씩 상승했다. 전기차 배터리 주재료인 탄산리튬, 망간, 코발트, 알루미늄 등은 최근 적게는 40%, 많게는 200%까지 값이 올랐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배터리 핵심 소재의 6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미중 무역분쟁 등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다. 공급 쇼크의 원인이 △코로나19 및 델타 변이 확산 △세계적 설비 부족으로 인한 수요·공급 불균형 △중국의 전력난 △미중 갈등 등 복합적인 탓이다.

중소·중견기업들은 피해가 더 크다. 자동차 2차 벤더 부품업체 A사 대표는 “주변의 2차, 3차 벤더 기업 중에 5, 6개 업체가 부도 직전에 몰렸다. 내년 상반기까지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줄도산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국내 78개 자동차 협력사 등을 조사한 결과 조사 업체의 51.3%가 올해 1분기(1∼3월) 매출이 줄었고, 영업이익은 57.7% 감소했다. 매출액이 30% 이상 줄어든 곳은 7곳, 영업이익이 30% 이상 감소한 업체는 12곳이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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