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내 말이 이재명 말’이라고 해”…대장동 원주민 녹취록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5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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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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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국토교통부에 대한 국회 국회교통위원회 국정감사는 ‘대장동 개발 의혹’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전으로 시작부터 파행을 겪은 가운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추진 당시 자신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측근이라는 취지로 말하고 다녔다는 제보 내용이 공개됐다.

● ‘대장동 피켓’에 여야 간 고성
야당 의원들이 ‘이재명 판교 대장동 게이트 특검 수용하라’ 등 피켓을 내걸자 여당 의원들이 강하게 항의하면서 이날 오전에만 두 차례 정회가 선포됐다. 피켓을 둘러싼 신경전은 오후에도 이어졌다. 여야 간사가 오후 국감에선 피켓을 내걸지 않기로 합의했지만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피켓을 떼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야 간 고성이 오고 가면서 다시 중단됐던 국감은 박 의원이 피켓을 철거하면서 속개됐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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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감에서 야당은 대장동 개발사업 추진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책임론을 집중 제기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양 모양의 종이가면을 씌운 개 인형을 직접 들고 나와 “대장동 개발은 공영개발을 빙자한 특혜, 즉 양의 탈을 쓰고 늑대의 탐욕스런 본성을 보여준 전형적인 사건”이라며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민관 합동개발을 하겠다고 해놓고 사실상 민간이 사업을 주도하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도 2008년부터 2020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추진된 도시개발사업을 전수 분석한 결과를 들어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은 (개발을 주도한) 화천대유자산관리회사를 위한 맞춤형 사업으로 처음부터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다른 도시개발사업의 자산관리는 ‘민관이 공동으로 출자한 회사’가 맡도록 돼 있었지만 대장동 개발에선 유독 이런 규정이 없었던 탓에 화천대유가 자산관리회사로 참여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같은 당 박성민 의원은 “대규모 개발을 하면 당연히 받아야 하는 기부채납을 포함해서 성남시가 이익을 봤다고 주장한다”며 대장동 개발로 공공이 5503억 원을 환수했다는 성남시 주장이 부풀려졌다고 했다.

여당은 대장동 개발로 민간이 막대한 이익을 챙긴 원인은 이전 정권에 있다고 맞섰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개발로 추진하려고 했지만 2009년 10월 이명박 대통령 지시로 LH가 공공개발을 포기했다”며 말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공공택지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택지개발촉진법’ 폐지를 선언하고 민간주택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했다”며 “민간 개발회사들이 막대한 개발이익 환수를 피해갈 수 있도록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탄탄대로를 열어주고 꽃을 뿌려준 셈”이라고 거들었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 누나가 2019년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친이 소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단독주택을 매입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김 씨 누나가 단독주택을 찾는 데 때마침 윤 후보자 부친이 시세보다 싸게 매물을 내놓았다”며 “개를 키우려고 집을 샀다면서도 입주계획에는 임대라고 작성한 점도 이상하다”며 매입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조오섭 민주당 의원은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 50억 원을 받은 곽상도 의원의 아들 문제를 거론하며 “청년들의 상실감과 박탈감이 크다”며 “(곽 의원 아들이 올린 퇴직금 관련 해명에) 거짓말이 많다”고 지적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대장동 개발의혹과 관련된 여야 의원의 질의에 “지정권자는 성남시장이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니 결과를 보고 제도와 관련된 사항을 잘 살펴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 “내 말이 이재명 말” 녹취록 공개
유동규 전 본부장이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나와 택시를 기다리면서 어디론가 전화하고 있다. 용인=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유동규 전 본부장이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나와 택시를 기다리면서 어디론가 전화하고 있다. 용인=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날 국감에선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수천억 원의 피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된 유 전 사장 직무대리와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지사가 가까운 관계였다고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의 녹취록도 공개됐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대장동 원주민의 제보 녹취록에 따르면 이 원주민은 “(이 시장에게) 면담을 신청해도 받아주지도 않았고, 유동규 (성남시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에게 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성남시장 당선 전 원주민들이 추진하던 민영개발을 지지했던 이 지사가 당선 후 민영개발 반대로 돌아섰고 이에 원주민들이 항의하자 이 같이 말했다는 주장이다.

제보자는 당시 유 전 직무대리와의 면담 내용에 대해 “유동규가 ‘절대 피해 안 가게 하겠다’고 해서 당시 어떻게 책임지느냐고 하니 ‘내 말이 시장 말이다. 내 말이 이재명의 말이니깐 믿고 기다려라’고 했다”고 했다.

이어 “(이 지사가) 시장이 되면 무조건 일사천리로 사업이 진행하게 도와준다고 했는데 당선되자마자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며 “결국 화천대유와 성남의뜰이 (토지 보상가를) 반값에 후려쳐 저희들끼리 나눠먹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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