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학원 불 꺼지면 영업 개시… 1만 학원 O2O로 성장”[신무경의 Let IT Go]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2일 11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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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중개 플랫폼 만든 이용운 대표
200곳 원장들과 술잔 기울이며 소개
진정성에 마케팅 더하자 이용자 급증

공부선배 상담실 모습
공부선배 상담실 모습
지난달 이용운 공부선배 대표(44·사진)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100억 원 규모의 투자금 유치 소식을 알린 지 일주일이 채 안 된 시점이었다. 공부선배는 학생과 학원을 연결해주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O2O) 서비스다. 이번 투자 유치로 기업가치는 500억 원으로 평가 받았다.

“회사 사무실도 구경 시켜 드리고, 투자 유치를 계기로 사업을 어떻게 확장해 나갈지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통상 회사에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인터뷰 요청은 홍보 담당자를 통해 취하곤 하는데 스타트업 창업자가 직접 브리핑을 하겠다고 나서 적극성에 놀랐다. 이 대표는 카카오톡으로 미팅 가능한 일정을 많이도 보내줬다. 회사에 대해 하루라도 더 빨리, 하나라도 더 많이 알리고 싶은 인상을 받았다. 배달의민족(회사명 우아한형제들)이 동네 식당 전단지를 플랫폼에 옮겨 놓았듯 공부선배도 동네 학원 전단지를 플랫폼에 옮겨 놓은 점이 흥미로운 터였다. 며칠 뒤 서울 강남구 논현로에 있는 공부선배 본사를 찾았다.

공부선배 사무실 모습
공부선배 사무실 모습


―공부선배는 어떤 서비스인지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학생들에게는 맞춤형 학원을 안내해주고, 학원들에게는 학생을 모집할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이 되는 O2O 서비스입니다.


―사용자는 얼마나 되는지요.

학생 회원수가 6월 현재 140만 명 정도 됩니다. 2020년 1월에는 28만 명 정도였는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상담이 어려워지면서 이용자가 급증했습니다. 입소문 영향도 있고요.

―학원은 몇 개나 등록되어 있나요.

지금 등록된 학원은 1만2000여 개 정도입니다.

―플랫폼에 학원을 입점 시키는 것이 관건이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1만 여 개의 학원을 입점 시키실 수 있었나요.


처음에는 학원 모으는 게 쉬운 일인 줄 알았어요. 돈 한 푼 받지 않고 저희 플랫폼에 소개해주는 것은 물론 홍보 영상도 찍어주니까요.

그런데 가만히 있으면 학원과 연결될 방법이 없더라고요. 2015년 1월 회사를 설립하고 나서 한 일이 전국 10만 개 학원에 편지를 보내는 것이었어요. 우리 플랫폼에 들어오라고. 우편물 절반이 반송됐죠. 반응이 없어서 서울, 경기 지역 학원 2만 곳에 전화를 돌렸어요. 전화 업무는 외주 업체에 맡겼습니다. 그러니 1%인 200곳의 원장들과 연결이 됐어요. 그것도 ‘참여 하겠다’가 아니라 ‘이야기는 들어 줄 테니 찾아와서 설명해봐라’는 것이었죠. 그래서 그 때부터 직접 학원을 돌아다니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죠. 결국 90곳에서 참여 의향을 받아냈습니다.

공부선배 사무실 모습
공부선배 사무실 모습


―처음에는 사업 모델이 O2O가 아니었다고요.


처음에는 중소 규모 학원들에서 강의 동영상을 촬영해서 업로드하면 학생들이 구매해서 볼 수 있는 인터넷강의 플랫폼을 생각했어요. 매출이 나면 학원과 공부선배가 수익을 나누자는 것이었죠. 처음 참여한 90곳도 이런 강의 동영상을 촬영해 올려준 것이었고요.

그런데 정작 중소 규모 학원들이 원하는 건 인강을 판매하는 게 아니었어요. 학원에 학생들이 많이 오게끔 하는 거였죠. 그 때 학생과 학원을 연결해주는 O2O 서비스가 더 가능성이 크겠구나 싶었어요. 2016년 1월 피보팅(사업 전환)을 했습니다.


―피보팅 하고서는 학원을 어떻게 모았나요. 90곳으로는 부족했을 텐데.


열심히 원장들을 만나고 다니니 길이 열리더군요. 한 학원장께서 학원협회를 소개해줬습니다. 학원 홍보 영상을 무료로 찍어주고, 마케팅도 무료로 해주는데 학원들한테 나쁠 게 없다는 게 이제야 설득된 것이죠. 학원협회가 회사를 실사하며 검증을 하는 등 3개월가량을 커뮤니케이션 한 끝에 협회사들에게 공문을 보내 공부선배에 대해서 알려주셨어요. 그 때부터 입점하려는 학원들이 급증하게 됐습니다. 학원 홍보 영상을 찍어줄 촬영팀 운영은 엔젤투자금을 통해 마련했고요.

―학원협회에서 영업을 다 해준 셈이군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협회에서 공문을 보낸다고 개별 학원들이 곧장 입점하는 건 아니까요. 협회에 지부가 있는데요. 서울에만 23곳이죠. 그 지부를 각개격파 했습니다. 지부 모임이 있으면 무조건 찾아가서 회사와 서비스에 대해 설명을 했죠. 학원 업의 특성상 이분들이 모이는 시간이 오후 11시였어요. 밤새서 술도 마시고, 대화도 나누고 했죠.

그렇게 연말이 되니 5000곳이 입점했어요. 이듬해에는 1만 개까지 늘렸고요. 그렇게 학원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살이 20㎏가 쪘어요. 아직도 그 살이 안 빠지고 있습니다.

이용운 공부선배 대표
이용운 공부선배 대표


―창업의 고됨이 느껴지네요. 창업은 왜 하셨나요.


대학원을 나오고 우연한 계기로 사업을 하게 됐어요. 대학 전공이 건축, 대학원 전공이 건축환경, 군대도 시설장교 출신이다 보니 관심사인 주택 에너지 절감을 위한 난방 시스템 제조업을 시작한 거죠. 그런데 제조업이 쉽지가 않더라고요. 가장 힘든 부분이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일이었어요. 자재는 현금을 다 주고 사오는데 수금은 납품 뒤 한참 뒤에야 들어오는 구조가 저에게는 스트레스였죠. 6년을 하면서 몸과 마음이 다 상해서 일을 그만뒀고요. 그런데 한 번 창업을 했던지라 쉬면서도 한 번 더 내 사업을 하면 전보다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꾸준히 들었던 거 같아요. 그러다가 자격증 공부나 해볼까 하고 학원을 갔다가 학원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에 빠져들게 됐죠. 학원 비즈니스 모델은 선불결제 시스템이어서 자금 흐름에 대한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점이 보였던 거에요. 우리나라의 엄청난 사교육 시장을 모바일에 담아보자는 생각에 다시금 창업의 길로 들어오게 됐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말씀하셔 든 질문인데요. 공부선생의 수익 모델은 언제쯤 붙였나요.


학원들이 입점하면서 자신감이 붙었고 자연스레 수익화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어요. 개별 학원에 대해 페이스북, 유튜브 등 온라인 광고를 해주는 대신 한 달치만 학원비만 가져간다고요. 고객들이 저희 플랫폼에서 결제하게끔 해서요. 통상 학원비 한 달 치는 30만 원 정도입니다. 수익화 전에 원장님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고요. 그렇게 184곳 학원에 비즈니스 모델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기긴 하더라고요. 온라인 마케팅 효율이 즉각 나타나지 않았던 겁니다. 2017년 3월쯤, 한 달 간 4000만 원 정도 마케팅비를 집행했는데 그달 결제가 17만 원 밖에 안 이뤄졌어요.

이유는 있었습니다. 학원생들이 광고를 보고서는 곧장 학원을 옮기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여기에 더해 온라인 마케팅 특성상 효율이라는 게 당장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좌절할 뻔 했지만 공동창업자이자 고교 동문인 노석 석플란트치과병원 원장이 마케팅 전문가였는데 다독여줬죠. 그럼에도 마케팅을 계속 해야 한다고.

시간이 지나니 정말 학생들이 늘어나고, 학원들도 생겨나더라고요. 학원들이 늘어나는 수만큼 저희 마케팅비용이 정비례해서 늘어나지는 않거든요. 2018년 2월쯤 순익분기점을 넘어서게 됐습니다.

공부선배 사무실 모습
공부선배 사무실 모습


―학생들이 온라인 마케팅만 보고 들어 온건가요.

그건 아니고요. 실제 광고를 접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당장 페이백을 선호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저희 플랫폼에서 결제 시 1년 뒤 한 달 치 학원비 상당의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이었어요. 그런데 고객 니즈를 반영해 한 달 수강료의 절반, 15만 원 가량을 문화상품권으로 제공했어요.

수요가 늘어나면서 학원 상담사에 대한 니즈가 절실하더라고요. 2019년 3월에 자체 학원 상담사 조직을 신설했어요.

―처음에는 모객이 중요했겠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상담의 질이 중요해질 거라 생각하는데요. 학원 상담사가 어떻게 매칭을 해주고 있나요.

학원 상담사 역할은 학원 결정전까지 도움을 주는 역할입니다. 학생이나 부모가 현재 상황을 이야기하면 학생에게 맞는 적합한 학원을 3곳 정도 추천해줘요. 저희 내부에 고객서비스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학원으로부터 받는 데이터부터 학원 상담사가 기록해둔 데이터 등을 업그레이드 하는 거죠.

데이터의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가장 많은 질문이 본인의 집과 학교의 동선에서 다니기 적합한 학원에 대한 정보에요. 더 나아가서는 진도 주기인데요. 저희 플랫폼 내 학생들이 평균 학원을 3곳 정도 다니는데 각각의 시간표, 진도 상황 등이 다 달라요. 그것을 맞춰줄 곳을 일일이 찾아봐야하는데 저희 학원 상담사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이죠.

학부모들의 성향이 바뀐 부분도 있어요. 맞벌이가 늘어나면서 한 부모가 발품을 팔아서 학원을 알아보는 게 힘든 상황이 된 거죠. 성향 자체도 예전에 비해 샤이해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부분을 저희가 도와드리는 겁니다.

2019년 3월에 학원 상담사 한 명이 결제를 유도한 게 8건인데, 지금은 160건 정도 됩니다.

이용운 공부선배 대표
이용운 공부선배 대표


―투자 받으신 금액으로 학원 상담사를 많이 늘리신다고요.


연말까지 50명 정도를 더 채용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총 70명 정도가 될 거 같아요.

서비스 지역 확대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서울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 구조에서 경기 등 6대 광역시로 넓혀나가는 것이지요. 내년까지 2만 곳의 학원을 입점 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또 다른 고민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건데요. 학생들에게 학원을 매칭해주는 것을 넘어서 저희가 특정 수업에 대한 니즈가 있는 학생들을 모집하고, 학원에 그들을 위한 강의를 개설해 달라 역제안하는 방식입니다.

―학원 데이터가 있으니 지역별로 특징들이 보일 거 같기도 합니다.

학원이 가장 많은 지역구는 강남 송파 서초 양천 노원 등이고요. 학원들이 많으니 자연히 결제도 많이 일어납니다. 지역구마다 조금씩 평균 학원비는 차이가 있고요. 특정 지역구는 입시를 목적으로 한 학원들이 많지만, 또 다른 곳들은 수험보다는 보육을 목적으로 한 학원들이 많기도 해요. 자녀들을 안전하게 맡길 곳으로서의 학원인 셈이죠.

―공부선배를 어떤 회사로 키우고 싶으신가요.

강사 채용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고 싶어요. 보습학원 강사의 평균 근속연수가 1.2년인데요. 이 말인즉슨 학원들 입장에서 강사 채용에 대한 이슈가 꾸준히 있다는 겁니다. 현재 학원들은 유료 채용 사이트 3곳 정도에 각각 50만 원 씩 집행해 이력서를 40여 개 정도 받는다고 합니다. 그 중에 일부를 선별해 시범강의를 시켜보고 채용까지 진행하는 거죠.

채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고 프로세스를 단축시키고자 저희 사이트에서 채용 공고를 올리는 것부터 시범강의를 보는 것까지 전부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내년 정도까지 이 서비스를 선보이고 싶어요.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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