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잊지 못할 경험’…韓 중1 학생이 팀쿡 CEO 만난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3일 1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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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주 전 자신의 트위터에 전 세계 12명의 학생 개발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매년 애플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가장 좋아하는 순서”라는 트윗을 올렸다. 코딩 언어 프로그램 경연인 ‘스위프트 학생 공모전’ 수상자들과 만난 자리였다. 스위프트는 애플이 개발한 프로그래밍 언어로, 애플은 매년 이를 이용해 학생들의 코딩 실력을 겨루는 공모전을 연다. 올해는 35개국에서 350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한국에서 뽑힌 6명 중 최연소인 제주 오현중 1학년 양성진 군(13)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이달 초 미국 애플파크에서 생중계된 WWDC 행사에 화상 출연해 쿡 CEO에게 자신이 개발한 코딩 교육 프로그램 ‘스위프트 포 에브리원’을 설명했다. 애플 자체 입문자용 프로그램인 플레이그라운드가 있지만 이보다 기본적인 컴퓨터 과학 개념을 알기 쉽게 배울 수 있는 커리큘럼을 만든 것이다.

양 군이 “코딩을 배우고 싶지만 어려워하는 친구 등을 위해 개발했다”며 자신의 코딩 프로그램을 소개하자, 쿡 CEO는 “우리(애플)는 모두가 코딩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딩 교육을 간단하게 만든 중요한 일을 해준 것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글로벌 기업 애플 수장과 내로라하는 정보기술(IT) 전문가들 앞에서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는 건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양 군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키노트 연설로만 보던 팀 쿡과 직접 대화하니 그동안 겪어온 수천 개의 에러가 다 잊힐 만큼 좋았다”고 말했다. 당돌하게 애플의 목표를 묻는 소년에게 쿡 CEO는 “(너희들처럼) 새로운 창작물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삶을 더 편하게 만들어주는 IT 회사”라고 답했다.

애플은 코딩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 같은 행사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수상작들 중에도 △난독증 학생들의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비디오 게임(미국)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진단하고 맞춤형 조언을 해주는 성격 테스트(터키) △혼자 여행하는 여성들의 성추행 피해를 막기 위한 가짜 전화 프로그램(태국) 등 약자를 돕는 기술이 많았다.

양 군도 초등학교 때 수학을 어려워하는 친구들을 위해 수학 연산 게임을 개발하고 학급 전용 채팅 앱도 만들면서 코딩 실력을 키웠다고 했다. 양 군은 “이번 행사에서 언어 장애가 심해 녹화 영상으로 발표를 대신한 한 수상자가 장애 뒤로 숨지 않고 남을 위해 재능을 발휘하는 모습에서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양 군은 원래 애플의 경쟁사인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었다. 지난해 초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자 글로벌 확진자 및 사망자 현황을 보여주는 배경화면 앱을 만들었다가 정보 출처를 표시해야 하는 정책을 위반한지도 모르고 개발자 계정을 차단당했다. 구글의 코딩 언어(자바)와 전혀 다른 스위프트를 다시 공부하는 건 쉽지 않았지만 미국 스탠퍼드 대의 무료 강의 등을 찾아보며 1,2주 만에 국내 유일한 초등학생(6학년) 수상자로 선발됐다.

이번 공모전 이후 새 목표도 세웠다. 암호문같이 어려운 코딩을 보다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는 언어인 ‘옵스랭’을 개발하기로 한 것. 국내 주니어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만난 전국의 초6~중2 또래 개발자 8명과 의기투합해 이르면 다음달 새 프로그래밍 언어를 발표할 예정이다.

양 군의 장래희망은 수학자다. 그는 “프로그램의 원천이 수학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본질을 다루는 이론을 연구해 뒤따르는 IT 개발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자연 현상을 이해하는 표준모형과 양자역학에도 관심이 많다. 올해 중학생이 되면서 좋아하는 프로그래밍과 정규수업을 병행하느라 잠잘 시간이 더 줄어들었지만 “코딩이 놀이이자 취미라 힘들지 않다”며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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