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옵티머스 펀드 피해자 “증권사, 공공기관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하다 홍보”

황성호 기자 입력 2021-05-10 03:00수정 2021-05-1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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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원금 전액 배상’ 첫 권고… NH직원, 집까지 찾아가 투자 종용
투자자 계좌 비밀번호 무단 도용도… NH측 권고 수용 땐 3000억 배상
“VIP만을 위한 상품인데, 곧 마감될 것 같아요. 빨리 가입하셔야 합니다.”

부동산 매각 대금 1억 원을 NH투자증권에 입금해두고 있었던 A 씨는 지난해 2월 이 회사 직원으로부터 이 같은 연락을 받았다. A 씨는 곧 새 투자처를 찾아야 했고, 원금 손실을 원하지 않았다. NH 직원은 A 씨 집을 직접 찾아가 “공공기관 확정 매출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라 공공기관이 망하지 않으면 받을 수 있는 수익률이 확정적이고, 단기 투자에 어울리는 상품”이라고 설명한 끝에 투자신청서를 받아갔다.

하지만 A 씨가 투자한 상품은 불과 넉 달 뒤인 같은 해 6월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불러일으킨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였다. 옵티머스에 투자된 돈은 공공기관 확정 매출 채권이 아닌 실체가 불분명한 회사의 사채를 사들이는 등 엉뚱한 곳에 사용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초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 2명에게 원금 전액을 판매사 NH 측이 돌려주라고 권고한 과정 등을 9일 확인했다. 또 다른 투자자 B 씨 는 노후자금 4억 원을 넣어뒀다가 NH 측이 2019년 말 “도로공사가 망하지 않는 한 절대 안전한 상품” “정부에서도 인정한 우수상품”이라고 설득해 가입했다. NH는 B 씨의 계좌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도용해 펀드에 돈을 입금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을 대리한 서형석 법무법인 LKB파트너스 변호사는 “단기 가입에 안정적인 상품이라는 홍보 때문에 투자자들이 가입을 한 것”이라며 “조속한 피해회복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들 입장에선 원금을 넣어둔 시간 동안 발생한 법정이자도 받아야 하지만 이번 결정에 포함되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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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조정위는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확정 매출 채권이라고 허위로 기재한 상품 정보를 판매사인 NH가 소비자에게 전달해 판 것은 소비자에게 착오를 불러일으킨 것이었고, 이에 따라 계약이 취소된다는 취지로 결론을 내렸다. 이는 옵티머스 사건이 불거진 후 국가기관이 나서 투자자에게 배상을 하라고 결정한 첫 사례다.

김희준 법무법인 LKB파트너스 변호사는 “투자자 입장에선 마트에서 사과가 들었다고 적힌 상자를 샀는데 정작 돌이 든 것과 마찬가지였던 셈”이라며 “이 경우 판매사인 마트는 책임이 없다고 보긴 어려운 것 아니냐”고 했다.

NH는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 가운데 가장 많은 4327억 원을 팔았다. NH가 권고를 수용하게 되면 전문 투자자의 투자금을 제외한 일반 투자자 등에게 3078억 원 가까이를 물어줘야 한다. 하지만 NH측은 권고안을 받은 이후 이사회 등 논의가 길어져 답변기한을 한차례 연장했으며, 현재 투자자 피해구제를 위해 다각적인 검토작업을 진행 중이다.

NH 측은 분쟁조정위에서 “펀드 판매사인 NH가 옵티머스 펀드 수탁사인 하나은행, 사무관리회사인 예탁결제원과 함께 피해액을 나눠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분쟁조정위는 하나은행 등이 조정에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자 배상을 결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법조계 관계자는 “NH가 권고를 수용할 경우 다른 판매사들 역시 NH의 사례를 따라 원금 전액을 배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옵티머스#증권사#피해자#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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