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빈집 사서 만든 임대주택, 4곳중 1곳 빈집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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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보고서 “부실 투성이”
1만9495채중 4697채 공실… 3365채는 6개월 이상 비워진 상태
수요 감안없이 금천-강동-구로 편중 … 노후주택 안전진단 평가도 없어

서울시, 빈집터 활용한 임대주택 올해 300채 공급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낡은 빈집(왼쪽)을 매입해 지난해 임대주택(사진)으로 탈바꿈시켰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 빈집터 활용한 임대주택 올해 300채 공급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낡은 빈집(왼쪽)을 매입해 지난해 임대주택(사진)으로 탈바꿈시켰다. 서울시 제공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장으로 재직했던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매입임대주택 4곳 중 1곳이 공실로 남아있는 등 부실 운영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후 임대주택에 안전진단 평가 없이 입주민이 거주하도록 하는 등 안전 관리에도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22일 발표한 SH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SH가 운영 중인 저소득층 및 청년, 신혼부부 대상 전체 매입 임대주택 1만9495채 중 4697채(24.1%)가 빈집으로 나타났다. 이 중 71.6%(3365채)는 6개월 이상 비워진 상태였다. 서울시의 연간 5000채 공급 목표 달성을 위해 임대주택 수요나 주변의 빈집 현황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매도 신청이 많고 매입가격이 낮은 지역의 임대주택 매입에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앞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임기 내 임대주택 40만 채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특히 2017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매입한 임대주택 5972채 가운데 1166채(19.5%)는 지난해 5월 말까지 편의시설 부재, 교통·위치 문제, 보증금·임대료 부담 등의 사유로 입주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변 전 장관은 2014년 11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SH 사장을 지냈고 2018년 1월부터 올 4월 초까지는 김세용 고려대 교수가 사장을 맡았다. 감사원은 “상황이 이런데도 SH는 공가 발생 원인을 분석하거나 공가 최소화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거나 시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SH가 201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저소득층용으로 매입한 임대주택 5866채 중 2465채(42.0%)는 금천, 강동, 구로 등 3개 구에 편중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수요를 감안하지 않은 채 매각 신청이 많고 가격이 저렴한 곳의 주택만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감사원이 감사 기간(2020년 6월 22일∼7월 17일) 동안 3개 구 임대주택의 입주 실태를 확인한 결과 금천구에서는 입주 자격을 갖춘 신청자(712명) 전원이 예비입주자로 선정됐고 구로구는 1.1 대 1, 강동구는 1.5 대 1의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중랑, 동작, 관악, 도봉, 강북구에서는 임대주택 입주경쟁률이 낮게는 15.2 대 1, 높게는 24 대 1에 달했다.

또 SH는 노후·불량 임대주택 관리도 부적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1월 SH의 용역 결과 2002∼2003년 매입한 임대주택 174동 중 14동은 보수·보강이 시급한 상태였고 146동은 보수가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SH는 노후·불량주택에 대해 입주민의 주거 이전 등을 검토하지도 않은 채 단순 하자보수·보강만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sh#임대주택#노후주택#부실 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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