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 튼 서울 공공재개발…정부 발표뒤 해당지역 문의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5일 21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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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단지. 2021.1.13/뉴스1 © News1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단지. 2021.1.13/뉴스1 © News1

정부가 15일 공공재개발 후보지 선정 결과를 내놓으면서 2012년 뉴타운 해제 이후 정체돼 온 도시 정비사업이 재개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다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등 공공이 사업을 주도하는 만큼 수익성을 높이기 힘들고 임대물량에 대한 주민 거부감도 심해 사업을 낙관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날 정부가 발표한 8개 공공재개발 후보지는 모두 역세권이지만 주거와 상업지역이 섞여 있는 등 주민 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사업 개시 후 10년이 넘도록 뚜렷한 진척이 없었다.

●임대물량에 촉각 곤두세우는 땅주인들


정부는 이들 구역에 적용하는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건물 바닥 면적의 합)을 법적 상한의 1.2배까지 높여주고 분양가상한제에서 제외하는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예를 들어 동대문 신설1 재개발사업(1만1204㎡)에는 용적률 300%를 적용해줄 예정이다. 이는 2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 상한선(250%)의 1.2배다. 기존 169가구가 279가구로 늘어난다. 대신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 물량의 절반은 임대로 공급해야 한다. 조합원 몫을 뺀 물량이 100가구라면 50가구는 공공임대와 공공지원임대로 돌려야 하는 것이다. 법적 상한보다 높여준 용적률의 20~50%는 공공임대를 짓는 데 기부채납해야 한다. 용적률 상향에 따른 기부채납 분은 공적임대 물량에 포함된다.

이와 달리 일반재개발은 서울의 경우 전체 물량 중 15%만 공공임대로 공급하면 돼 공공재개발보다 비율이 낮다. 대신 용적률을 법적 상한 이상으로 올릴 수 없고, 기존 계획보다 용적률을 올릴 경우 늘어난 용적률의 50~75%를 기부채납해야 한다. 다시 말해 용적률과 기부채납 면에선 공공재개발이 수익 구조상 유리한 편인 반면 임대물량 면에선 일반 재개발이 유리한 구조다. 일부 재개발 구역 주민들은 임대주택이 늘어난다는 점 때문에 후보 신청을 철회하기도 했다.

현장 조합에서도 구체적인 사업성 분석 결과를 받아 보기 전까지는 추진 여부를 확정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강북5구역재개발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임대주택 비중이나 주민 분담금 등 사업 조건은 물론 공공이 어떤 식으로 개입해 조합과 어떤 관계로 사업을 할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임대주택 비중, 공급 방식 등은 주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제인데 이에 대해 주민 동의를 얻어 나가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주민 동의를 얻기 쉬운 중소형 규모 사업이 공공정비사업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투기세력 붙을까’ 벌써부터 우려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가 발표되자 서울 동작구 흑석2 재개발구역 주변 부동산에는 매수 문의 전화가 한동안 이어졌다. 투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실제 흑석2구역 인근 A 부동산에는 공인중개사와 상담을 하고 있는 손님 외에 또 다른 남성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 발표 이후 전화 문의가 계속 오고 있고 2구역 관련 방문 예약도 3팀이나 잡혔다”고 말했다. 인근 B 부동산 관계자도 “오전 정부 발표 이후 10통이 넘는 전화가 왔다. 블로그와 유튜브로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그동안 문의가 거의 없었는데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동작구에 사는 김모 씨(79)는 “앞으로 2구역이 개발되면 살기 좋은 동네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부는 2~3월 중 주민설명회를 거친 뒤 6월부터 정비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해 올해 말까지 정비구역 및 시행자 지정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공이 시행자로 나서는 것과 공적 지원을 하는 대신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인데 정부가 공공 시행자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며 “공공재개발과 재건축 방식 외의 다양한 방식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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