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라임의 추락… 손실 숨기고 다른 펀드 자금으로 돌려막아 수익률 높여

장윤정 기자 입력 2020-10-24 03:00수정 2020-10-24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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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수익률 소문에 강남 돈 몰려
‘위험한 베팅’ 경계론은 뒤로 밀려
‘꾼’들과 손잡고 기업사냥 정황도
‘8%대 수익률’ 무리한 목표 설정, 주가조작 세력과 비정상 플레이
서울 강남 자산가들이 가입하던 국내 최대 헤지펀드가 한국을 뒤흔든 금융사고의 주역으로 몰락하는 데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성장 속도도 가팔랐지만 추락은 더 가팔랐다. 펀드가 줄줄이 환매 중단되고 ‘돌려 막기’ 행태가 드러났다.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기업사냥에 정관계 로비 의혹까지 대두되고 있는 라임자산운용 얘기다.

2012년 투자자문사로 출발한 라임자산운용은 사모펀드 규제 완화 직후인 2015년 12월 헤지펀드 전문 운용사로 변신했다. 라임이 유명해진 것은 이종필 전 부사장 주도로 비상장 기업,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에 집중하면서부터였다.

‘라임이 높은 수익률을 안겨준다’는 소문이 돌면서 강남 고액 자산가들의 돈이 몰렸다. 라임의 운용 규모는 2017년 9월 1조 원에서 2018년 말 3조6000억 원대로 불어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시장에서 라임이 한계기업 등 지나치게 위험한 대상에 베팅하고 있다는 뒷말이 나왔지만 수익률 속에 묻혀 버렸다”고 전했다.

라임의 부실 징후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지난해였다. 작년 10월 일부 사모펀드의 환매 연기를 결정하면서부터다. 그때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로 알았다. 하지만 그해 11월 코스닥 상장사 리드의 횡령 사건에 연루된 혐의가 드러난 이 전 부사장이 돌연 자취를 감췄다. 여기에다 지난해 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라임 펀드가 투자된 더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IIG)가 ‘폰지 사기’(돌려막기 식 금융 사기)’를 했다며 해당 자산을 동결했다. 라임의 환매 중단 규모는 1조6700억 원으로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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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부랴부랴 조사에 나섰다. 뒷북 조사라는 비판이 흘러나왔다.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수익률에 가려졌던 부실 투자의 면면이 드러났다. ‘나 홀로’ 높은 수익률을 자랑한 배경에는 남다른 운용 능력이 아니라 돌려막기가 있었다. 라임은 한 펀드가 투자한 자산에 손실이 발생할 것 같으면 다른 펀드 자금을 동원해 해당 부실 자산을 사들이며 수익률이 깨지는 것을 막았다. 무역금융펀드가 투자 대상의 부실로 인해 이미 손실이 났는데도 이를 숨기고 수익률을 임의로 조작하며 정상 투자인 것처럼 위장했다.

검찰 수사에서는 기업사냥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다. 라임의 ‘전주(錢主)’로 알려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등 ‘주연급 조연’이 등장했다. 라임 자금으로 회사를 인수하고 회사 자금 수백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과 주가조작 브로커 일당들이 줄줄이 재판에 넘겨지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 등 소위 시장의 ‘꾼’들이 손을 잡고 라임 펀드 자금을 기업사냥에 동원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투자자 돈을 코스닥 A사에 투자한 뒤 이 중 일부는 다른 펀드 자금으로 돌려 코스닥 B사를 인수하는 등 회삿돈을 횡령하고, 불법적인 방식으로 주가를 띄웠다는 것이다. 라임의 높은 성장률은 코스닥 시장에서 횡행하는 ‘머니게임’의 결과물인 셈이다. 라임은 지난 4년간 1조2000억 원을 투입해 40여 개 코스닥 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라임은 8%대 수익률이라는 무리한 목표치를 설정해 놓았다”며 “정상적인 방법으로 그 정도 수익을 낼 수 없으니 점차 무자본 M&A꾼들이나 주가조작 세력들과 손을 잡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마지막 남은 의혹은 이처럼 라임이 투자자 돈을 끌어다가 기업사냥을 일삼을 동안 금융당국이나 검찰에 덜미가 잡히지 않게 뒤를 봐준 ‘뒷배’가 있느냐다. 김 전 회장은 8일 법정에서 “지난해 7월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가 강기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달하겠다고 해 5000만 원을 쇼핑백에 넣어 줬다”고 증언한 데 이어 야당 의원, 검사들에게도 로비를 했다며 ‘무차별 폭로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김 전 회장 폭로의 진위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어디까지 라임의 돈이 흘러갔는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 1위이던 라임의 몰락으로 사모펀드 시장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팔린 사모펀드 잔액은 19조3413억 원으로 작년 말 대비 26.7% 감소했다.

장윤정 기자 yunjng@donga.com
#라임-옵티머스 사태#헤지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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