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한국인 WTO 사무총장 배출하나…정부 “승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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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2일 0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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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에 도전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다른 4명의 후보들과 벌이는 2차 라운드 경합 과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앞서 두 차례의 도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터라 세 번째 도전에서 WTO 수장 배출을 일궈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직 통상장관으로서 유 본부장의 실무 경험과 전문성이 주목받고 있고, 성공적인 코로나19 대응으로 위상이 높아진 한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받고 있다는 점은 ‘한국인 최초 WTO 사무총장 배출’ 희망을 품게 한다.

◇과거 2차례 도전과 달리 정부 지원 전폭적

2일 WTO에 따르면 차기 사무총장을 선출하는 2차 라운드는 지난달 24일 시작해 이달 6일까지 진행된다. 1차 라운드에서 8명의 후보자 중 3명이 탈락한 가운데 현재 유 본부장을 포함한 5명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2차 라운드에선 164개 WTO 회원국이 최대 2명 이내의 선호 후보를 제시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최종 3차 라운드에 진출할 2명의 후보를 가린다. 여기에 유 본부장이 마지막 3라운드에 진출할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재 분위기는 좋다. 우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선거 캠페인이 잘 진행 중이고 승산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박병석 국회의장, 정세균 국무총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까지 모두 나서 각국 주요 인사들과 접촉하며 유 본부장의 지지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외교전에 임하고 있다.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한 각 부처의 협업과 지원도 한몫한다. 미국, 유럽 등 유명희 본부장이 현지 선거유세를 할 때마다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들이 ‘원팀’이 되어 모두 유 본부장을 돕고 있다.

현직 통상장관이란 유 본부장의 신분도 유세에 큰 도움이 된다. 아무래도 현직 장관 신분이 세계 각국 통상 수장들을 만날 기회가 많고, 투표권을 쥔 WTO 각국 대사와 접촉하기에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WTO 사무총장직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2일 뉴스1과 통화에서 “사무총장직에 도전했을 당시 새 정부로 바뀌고 통상교섭본부를 해체하는 분위기에서 정부 도움 없이 선거 캠페인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라고 회고했다.

박 전 본부장은 그러나 “현재 상황은 굉장히 희망적이라고 본다”면서 “대통령 정상회담 때나 강경화 장관의 외교행보만 봐도 정부 서포트(지원)를 잘 받고 있어서 개발도상국의 경제 어려움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비전 등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우리나라의 WTO 사무총장직 도전은 1995년에 김철수 전 상공부 장관, 2013년에 박태호 전 본부장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하지만 당시 정부의 지원은 소극적이었다. 대륙간, 선진국-개발도상국 간 번갈아 사무총장을 맡은 지역순환론이 우세인 분위기에서 아시아 출신, 특히 한국인이 선출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계산이 깔렸던 탓이다.

◇케냐·영국 후보 급부상…일부국가 지지 선언도

2차 라운드는 5명의 WTO 사무총장 후보자가 경합 중이다. 유 본부장을 비롯해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은행(WB) 전무, 케냐의 아미나 모하메드 문화부 장관, 영국의 리엄 폭스 국제통상부 장관,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마지아드 알투와이즈리 경제·기획부 장관 등이다.

정부 관계자와 통상 전문가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현재 분위기는 아프리카 후보들이 강세다. 지난 1995년 WTO가 출범한 이래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한 번도 사무총장을 배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힘을 받고 있다. 5명의 후보자 중 2명이 아프리카 후보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가운데 케냐의 모하메드 문화부장관이 정견 발표, 선거 캠페인, 언론 인터뷰 등을 거치며 뛰어난 웅변력, 차별화된 비전 제시로 지지도가 상승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헝가리 등 일부 국가들이 아예 아미나 장관을 꼭 집어 공개 지지한다는 발표만 봐도 당선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나이지리아의 오콘조이웰라 WB 전무도 일본 등의 지지를 받으며 유력 후보로 분류되지만, 정견 발표나 유세 등을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지지세가 악화하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 정견 발표 과정에서 이웰라 전무는 뚜렷한 비전 제시를 못하고 약한 웅변력이 노출됐다”며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졌던 케냐의 모하메드 장관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라고 귀띔했다.

다만 아프리카 후보가 2명이라 표가 분산될 수 있다는 점은 유 본부장에겐 호재이다. 아무래도 2명만을 선택해야 하는 2차 라운드에서 이들 아프리카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하면 표는 나뉘고, 어부지리로 유 본부장 등 다른 후보들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아질 수 있어서다.

영국의 폭스 장관도 유일한 선진국 후보라는 점에서 선전이 기대된다. WTO가 현재 선진국-개도국 대결 양상을 보이는 상황이라 WTO에 가장 큰 영향력이 있는 미국이 아프리카 후보가 아닌 유럽 후보를 밀고 있고, 유럽 내 주요 국가들도 폭스 장관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선진-개도국 중재역할 부각 땐 승산 크단 분석도

유 본부장은 아프리카, 영국 후보의 아성을 깰 다크호스로 거론된다. 최종 2명으로 추리는 3차 라운드 진출자에 아프리카 후보와 유 본부장, 또는 영국 후보와 유 본부장 이렇게 구도가 짜인다면 충분히 승산 있는 판세가 전개될 수 있다.

개도국의 지지를 받는 아프리카 후보든, 선진국의 지지를 받는 영국 후보든 상대 진영으로부터 지지를 받기 힘들어 선진-개도국 대결 진영에서 중재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비전만 확실히 보여준다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가 대륙 순환을 배제하고 인물을 더 중시한다는 점, 후보자 중 특출한 인물이 없다는 점, 한국이 자유무역체제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본 국가이고 무역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룬 곳이라는 점도 유 본부장에겐 유리한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2인의 후보자가 최종 라운드에 진출하는 데 여기에 유 본부장의 포함 여부가 최대 관건이라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며 “현재 어떤 후보로 지지가 몰릴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열심히 뛰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호베르투 아제베두 전 WTO 사무총장이 지난 5월 갑작스럽게 사임을 발표하면서 진행됐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임기 1년을 남긴 지난 8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수장 공백 사태를 메우기 위해 사무총장 선출 과정도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이며 늦어도 11월 초순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무총장은 4년 임기로 1회 연임이 가능하다. G7(주요 7개국), G20(주요 20개국),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등 각국 정상간 모임에 출석해 국제무역 비전을 제시하고, WTO 각국 대사와 통상장관을 대상으로 WTO에 관한 운영과 핵심 이슈를 협의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거나 타협을 유도하는 역할도 한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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