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가본 길 가는’ 이재용, 삼성 총수 최초 현대차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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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7월 21일 1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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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에 위치한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캐피시터) 생산 공장을 방문, 차세대 패키지 기판 생산 공장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0.7.16/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에 위치한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캐피시터) 생산 공장을 방문, 차세대 패키지 기판 생산 공장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0.7.16/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현대자동차 남양기술연구소를 찾았다. 지난 5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천안 삼성SDI 사업장을 방문한 데 대한 답방 차원이다.

삼성 총수로서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차 사업장을 공식 방문하는 건 이 부회장이 최초다. 앞서 창업주와 ‘오너 2세’ 세대에서 교류가 거의 없었던 삼성과 현대차가 본격적인 협력 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최근 반도체, 배터리, 전장 등 ‘미래차’ 관련 분야를 두루 살펴본 이 부회장이 신사업에 과감히 도전하기 위한 광폭 행보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8시50분쯤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방문했다. 남양연구소는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를 비롯해 자율주행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R&D(연구개발) 핵심 기지다.

이날 방문은 앞서 지난 5월 정 부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들른 데 대한 답방 차원이다. 당시 첫 만남에서 정 부회장이 연구소 방문을 제안했고, 이 부회장도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2차 회동’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나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 정관계 국내외 인사들이 방문한 적은 있으나 국내 대기업 총수가 정 부회장과 회동을 위한 공식 일정으로 남양연구소를 찾은 것은 이 부회장이 최초다. 삼성 총수 중에서도 현대차 사업장을 찾은 것도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재계에선 이날 2차 회동을 통해 이 부회장이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분야에서 현대차와 본격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FCA 지주사인 엑소르(Exor) 사외이사를 역임하며 자동차 산업을 경험한 바 있다.

삼성에선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 전자 계열사들이 두루 자동차 부품 및 전장 사업에 진출해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시스템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와 이미지센서 등을 주요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또 삼성디스플레이는 차량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캐피시터), 삼성SDI는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재계는 국내 1~2위 대기업이 ‘미래차’ 시장에서 공감대를 갖고 긍정적인 논의를 갖는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면서도 보다 실효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길 기대하는 모습이다. 세계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코로나19 등으로 시장경쟁 환경이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는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과 현대차가 손을 맞잡은 것만으로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특히 이 부회장은 두달 전인 지난 5월 대국민 사과를 통해 ‘뉴 삼성’을 공식 천명한 터라 삼성이 신사업 추진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시 이 부회장은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최근 한달에 두번 이상씩 반도체, 디스플레이, R&D연구소 등 현장을 찾아 미래 사업 전략과 기술개발 현황을 직접 챙기고 있다. 이날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방문하기 닷새 전인 지난 16일에도 부산의 삼성전기 전장용 MLCC 공장을 방문한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평소 친분이 있는 정 부회장과 교감을 통해 이 부회장이 어떤 비전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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