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금 폭탄’에 고민깊은 다주택자들…매각? 증여? 고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2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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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10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정부는 3주택 이상 다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을 보유한 경우 종합부동산세율이 현재 3.2%에서 최고 6%로 인상되고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취득세율도 현재 1~4%에서 최고 12%로 대폭 늘리는 등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2020.7.10/뉴스1 © News1
7·10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10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정부는 3주택 이상 다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을 보유한 경우 종합부동산세율이 현재 3.2%에서 최고 6%로 인상되고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취득세율도 현재 1~4%에서 최고 12%로 대폭 늘리는 등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2020.7.10/뉴스1 © News1
정부가 증여 부담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는 7·10 대책을 통해 양도세 부담이 늘어난 집주인들이 집을 팔지 않고 오히려 증여로 돌아서는 수요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양도세 중과세율을 높이는 대신 시행 시기를 내년 6월로 미뤄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집을 내놓도록 유도하자는 게 정부 방침인데 다주택자들이 증여를 택할 경우 또 다시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부동산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세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증여를 통해 절세하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7·10 대책을 통해 2년 미만 단기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을 40%에서 최대 70%로 인상하고 다주택자의 중과세율을 최대 20%포인트에서 30%포인트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자 차라리 세율이 낮은 증여를 통해 세금을 줄이겠다는 다주택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증여세율은 최대 50%로 양도세 최고세율보다 낮다.

양경섭 세무그룹 온세 세무사는 “주말 동안 세금 부담과 관련해 상담을 진행했는데 모두 다음 주 중 증여를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증여에 대한 취득세까지 올린다는 얘기가 나오자 최대한 빨리 증여를 하려는 움직임이 많다”고 전했다.

강남 지역의 한 공인 중개업소는 “세금 부담에 대한 집주인들의 질문이 많고 오히려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고 증여 등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매도자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같은 다주택자들의 움직임은 보유세를 높이고 양도세율 인상의 유예기간을 둬 공급을 늘리려 했던 정부의 의도와는 반대되는 것이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키우면 집주인들이 시장에 물건을 내놔 공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집주인들이 증여를 절세 통로로 활용하며 ‘버티기’에 들어갈 경우 시장엔 다시 매물 품귀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사는 “자녀도 다주택이거나 자녀가 증여에 따른 세금을 내기 어려운 형편인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은 증여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 정부가 꾸준히 보유세 부담을 늘려 왔지만 시장에서는 매물이 나오는 대신 증여가 활발해졌던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17년 서울 아파트 전체 거래량의 4.5% 수준이었던 증여거래 비중은 올해 1~5월 10.4%로 약 1.3배 높아졌다. 고가 주택이 많은 서울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에선 증여가 더 활발해 2017년 7.4%였던 의 증여거래 비중이 올해 15.7%로 증가했다.

정부가 거래세 부담을 늘릴 때 증여 비중이 높아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정부가 2017년 8·2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방침을 밝히자 2018년 강남 3구의 증여 비중은 17.4%까지 올랐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증여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에 대한 거래세와 보유세를 모두 올리며 증여 수요는 자연스레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가 내년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당분간은 다주택자들이 시장을 지켜보며 그 사이 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하는 절세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송충현기자 balgun@donga.com
이새샘기자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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