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어 주식까지…사다리 끊었다” 주식 양도세 논란에 뿔난 개미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6일 1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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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에도 상장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에 3만 명 이상이 동의하는 등 ‘개미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소액 투자자의 세금 부담은 오히려 줄어든다”고 했지만 양도세 확대에 대한 우려는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주식 양도세 확대는 부당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에는 이틀 만에 3만 명 넘게 동의의사를 밝혔다. 청원자는 “우리나라에서 서민이 중산층으로 가기 위한 방법은 부동산과 주식 같은 재테크로 가능한데 (부동산 규제로) 서민은 중산층으로 올라갈 사다리 하나를 잃었고 (정부가 주식 양도세 과세로) 남은 사다리 하나마저 끊었다”며 양도세 확대를 철회해달라고 했다.

주식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관련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한 주식 투자자는 “(2023년부터) 양도세 부과가 시행되면 거래세는 폐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말은 공감하지만 이중과세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최근에 국내주식 투자를 시작했다는 또 다른 투자자는 “이번 발표로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면 국내 기업의 주가가 더 어려워질 텐데 마음이 흔들린다”며 혼란스러워했다.

정부는 2023년부터 상장주식 양도세가 과세 대상으로 포함되는 대신 거래세인 증권거래세율이 현재 0.25%에서 0.15%로 낮아진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주식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기본공제 2000만 원을 적용하기 때문에 약 600만 명인 주식 투자자의 95%인 소액 투자자 570만 명은 오히려 세 부담이 지금보다 감소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자신의 세 부담이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양도세와 거래세가 동시 부과될 수 있다는 점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양도세 확대가 정부가 권장하는 장기 투자에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노후 대비 재테크 수단으로 주식을 고려하던 사람들은 보유 기간이 길수록 양도차익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만큼 세금 부담이 늘어날 것을 걱정했다. 한 투자자는 “10~20년 뒤 노후를 생각해서 우량주를 차곡차곡 모아가고 있었는데 맥이 빠진다”고 했다. 소액주주에 한해서는 부동산처럼 장기 보유 공제 혜택을 도입해 달라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는 “부동산은 실물자산이라 인플레이션을 감안해야 하고 누진세율로 과세하는 등 주식과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해외 주요국에서도 주식 양도세를 종합 과세할 때 장기보유 인센티브를 주는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진국 대비 주식 단타 거래가 많은 국내 증시의 특성과 부동산으로 과도하게 자금이 흐르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개편이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업계는 단기적으로는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그 효과가 크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이 갖고 있던 비과세 장점이 사라지면서 신규 투자자들의 진입 매력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세 부담이 달라질 투자자의 비중이 적고 손실을 3년간 이월공제 해주기 때문에 거래대금 위축 등 큰 충격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없던 세금이 생겨난다는 점에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지만 발표 이후 주식시장에 눈에 띄는 변동성은 아직 없다”고 했다.

세종=남건우기자 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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