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8시간 37분간의 ‘마라톤 영장심사’…檢 “불법 행위”-李측 “증거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9일 02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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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석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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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및 부정거래 등의 혐의로 청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2)에 대한 구속영장이 9일 새벽 2시경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가 중요한 분기점을 맞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의혹을 고발한 이후 약 19개월 동안 50여 차례 압수수색을 하고, 100여 명이 넘는 임직원을 조사했다. 수사 범위도 처음에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에 초점을 맞췄지만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의혹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불법 행위를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이 부회장 측의 주장을 서울중앙지법의 원정숙 영장전담판사가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져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는 평가까지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 8시간 37분간의 ‘마라톤 영장심사’

이 부회장은 8일 오전 10시 2분 경 차에서 내린 뒤 마스크를 낀 채 굳은 표정으로 서울중앙지법 서관 321호로 향했다.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 이후 약 3년 4개월 만에 세 번째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서였다. 과거 두 차례와 같이 이번에도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변호인단과 함께 법정에 들어섰다.

이 부회장은 2017년 1월과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두 차례 같은 건물 서관의 319호 법정에서 영장심사를 받았다. 첫 영장은 기각됐지만 두 번째 심사 뒤엔 영장이 발부됐다. 서울중앙지법에 두 곳뿐인 영장전담 법정 321호와 319호는 320호 법정을 사이에 두고 같은 복도에 있다.

원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심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경 시작돼 오후 9시 7분경까지 10시간 37분 만에 끝났다. 앞서 두 번의 영장심사는 각각 4시간, 7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하지만 이날 영장심사는 점심식사와 두 차례 휴정 등 휴식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8시간 37분간 이어졌다. 이 부회장은 법정 옆 대기실에서 변호인단과 함께 인근 음식점에서 주문한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해결했다.

● 검찰 “불법 행위”, 이 부회장 측 “증거 없어”

검찰은 영장청구 당시 150쪽 분량의 구속영장과 수백 쪽 분량의 의견서 외에도 400권, 총 20만 쪽에 달하는 사건 기록을 트럭에 실어 법원에 접수시킬 정도로 쟁점이 많았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은 2시간씩 프리젠테이션(PPT) 자료를 법정에 띄워놓고 각각의 입장을 설명했지만 원 부장판사는 결국 이 부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부회장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적법하다는 민사판결 등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검찰 주장이 상식 밖이라고 반박했다. 또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관여하거나 지시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일모직의 자사주 매입은 법을 지켜서 한 것이고, 주식매수 청구 기간에 이뤄진 주가 방어는 모든 회사가 회사 가치를 위해 하는 것으로 불법적 시도는 없었다는 반박 논리를 폈다.

● 이 부회장 최후 변론 “불법행위에 관여 안 해”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은 증거인멸 우려 등 구속 필요 사유를 놓고도 정면으로 충돌했지만 원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 측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 부회장 측은 “19개월간 수사로 증거가 대부분 수집돼 증거인멸 우려가 없으며, 글로벌 기업인으로서 도주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최후변론을 통해 “불법 행위를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없다. 분식회계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직접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심사를 마친 이 부회장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대기하다가 영장 기각 직후 석방됐다.

황성호기자 hsh0330@donga.com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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