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에 ‘직거래’가 호황?… 비밀은 ‘커뮤니티’에 있다[신무경의 Let IT Go]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5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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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J커브’ 폭발 성장한 당근마켓
5월 월간순이용자수(MAU)만 800만…연초 대비 2배 성장
김용현 공동대표 인터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우리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과거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기 망설여지고, 북적대는 곳은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요즘이다. 이렇듯 삶의 방식의 변화 중에서도 가장 도드라지는 특징은 바로 ‘언택트(비대면)’일 것이다. 덩달아 낯선 사람과 만나지 않고도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비대면 서비스들, 이를테면 e커머스, 배달 앱, 재택근무(원격 근무, 수업, 진료 등) 솔루션 등이 각광을 받고 있다.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

그런데 여기 이 같은 ‘상식’과 ‘직관’을 벗어난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꼭 직접 만나 물건을 주고 돈을 받아야만 비로소 거래가 성사되는 (그래서 절반쯤은 오프라인에 속하는) 온라인 중고거래 서비스가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한 것이다. 그 서비스의 이름은 바로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당근마켓’이다. 이 앱에서는 위성항법장치(GPS)를 기반으로 ‘동네 인증’을 하고 반경 6㎞ 내에서 중고물건을 거래할 수 있다. 당근마켓의 5월 월간순이용자수(MAU)만 800만 명에 달하는데 이는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인 1월(485만 명)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용자 감소 등 코로나19의 타격을 받아야 할 사업이 거꾸로 ‘J커브’ 성장이라는 홈런을 때린 까닭이 궁금했다. 서울 강남구 당근마켓 본사에서 김용현 공동대표를 만났다. 김 공동대표는 “코로나19 탓에 사람들이 직거래를 꺼려 할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예상과 달리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며 운을 뗐다.

―코로나19로 사람들 주머니 사정 탓인지 중고 물품 직거래 서비스하는 당근마켓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 이유가 뭔가?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다. 집에 쌓여 있는 물건들이 보이고, 인테리어도 부족한 부분이 보인 것이다. 자연스럽게 중고거래를 떠올린 것 같다.

아울러 팬데믹 우려로 집 밖에 나가질 못했다. 동네라도 산책할 겸 중고거래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동네에 사는 이웃에 대해서는 다른 동네에 사는 사람들과 달리 전염병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많이 없었던 것 같다. 한국은 외국과 달리 마스크 착용률이 높다. 이런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중고거래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중고거래뿐만 아니라 커뮤니티가 활성화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당근마켓을 통해 만난 이웃들과 겪은 따뜻한 경험들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많이 공유한다. 무료 나눔도 활발하다. 오래됐고 부피가 커 돈을 받기는 애매하고 버리기는 처리 비용이 더 드는 물건들 말이다. 그런데 이왕 줄 거면 동네 주민들한테 주고 싶어 하는 거다. 받아가는 사람들도 공짜로 가져가니 좋다. 일례로 무료 나눔을 위해 동네 사람과 만났는데 그 이웃이 자녀와 함께 나온다면 기분이 뿌듯할지 모른다.

―다른 중고거래 서비스들 달리 동네생활이라는 코너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당근마켓 앱 내 중고거래 외 동네생활이라는 커뮤니티 서비스의 게시글, 댓글이 크게 증가했다. 확실히 사람들이 동네에서 오래 생활하다보니 관련 질문도 많아지고 공유할 정보도 많아졌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나오려던 2월 말 대비 5월 중순(주간 기준) 현재 게시글 수, 댓글 수는 3배가량 증가했다.

제일 많이 올라온 글은 ‘우리 동네 맛집 어디에요’ ‘근처 좋은 병원 소개해주세요’ 등이다. 심지어 ‘개를 잃어 버렸어요’와 같은 글도 많이 올라온다. 실제 당근마켓을 통해 주인을 찾는 경우도 많다.

지금까지 동네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네이버 맘카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곳은 남자는 못 들어간다. 그리고 글을 쓰려면 ‘등업’을 해야 하는데 조건이 까다롭다. 당근마켓에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동네생활이라는 서비스가 오픈하면서 동네정보를 구하려는 수요가 당근마켓으로 왔다.

실제 서울 강남구만 해도 우리의 타깃 인구(만 25~54세)의 76%가 가입했을 정도다. 동네주민들이 다 모인 셈. 이들이 하루 평균 접속을 18분, 한 달 평균 앱 실행을 20회하고 있다. 유저 입장에서 이런 앱이라면 동네 관련 질문이 들어올 때 좋은 답변을 받을 가능성이 크리라 생각할 것이다.”
당근마켓 김용현 공동대표.
당근마켓 김용현 공동대표.

―이웃 간 거래는 통상의 거래와 어떤 차이가 있나.

”당근마켓에는 ‘매너 온도’라는 기능이 있다. 거래 후기가 좋으면 온도가 올라간다. 반대로 좋지 않으면 내려간다. 매너 온도에 대한 프라이드를 갖는 사람들이 많다. 처음 시작은 36.5도다. 최고 온도는 99도. 노하우는 거래를 많이 해야 하고, 안 좋은 후기를 절대 받으면 안 되고 좋은 후기를 받아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건을 거래할 때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어야 한다. 나눔도 많이 하면 좋다.“

―커뮤니티 기능 활성화를 위한 추가적인 노력들은 무엇이 있나.

”6월 중에 ‘동네 모임’이라는 서비스를 출시하려고 한다. 이를테면 ‘초등학교 2학년 모임’이라든지 ‘달리기 동호회’ 같은 것들이다. 동네 사람들끼리 서로 관심과 정을 느끼고자 하는 사회적인 니즈를 충족시켜주고자 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협업 요청이 많이 들어올 듯하다.

”지자체, 주민 센터 등과 어떻게 하면 연계해서 서비스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정부에서 확진자 동선 등 다양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데 이런 것을 당근마켓 내에서 어떻게 포함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네에서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약국을 검색하고 재고 현황을 알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이용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요새 지자체에서 연락이 많이 온다. 지자체의 고민은 각종 이벤트, 혜택을 주민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실제 잘 전달이 안 되지 않나. 당근마켓에서 이런 정보를 보여줄 공간을 마련하면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서비스로 어떻게 풀 수 있을지 지자체와 고민하고 있다.“

―연초 MAU 목표치가 코로나19 때문에 수정됐을 것 같다.

”올해 말까지 MAU 1000만 명을 목표로 했는데 5월 현재 800만 명이다. 목표를 빨리 달성할 것 같다. 지금 속도로 가면 연말까지 1500만 명까지는 갈 것 같다. MAU 1000만 명이 넘는 서비스는 그리 많지 않다. 카카오톡, 쿠팡, 배달의민족, 토스 등이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고거래 앱의 한계는 MAU 1000만 명 정도라 생각했다. 택배가 없는 직거래 서비스인데 과연 몇 명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커머스 앱 중에서는 두 번째 메인 앱 서비스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온라인 중고거래 시장이 생각보다 큰 것 같다.

이를테면 택배 거래만 하면 50~60대는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직거래 시장을 열어보니 50~60대가 거래를 많이 한다. 중고거래 시장을 키운 것이다.“

―50~60대의 중고거래 앱 이용이 눈에 띈다.

”이 분들은 모바일 쇼핑앱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결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근마켓은 한다. 쉽기 때문이다. 채팅해서 약속을 잡고 만나서 거래를 하면 된다. 이 분들은 적어도 카톡은 쓸 줄 안다. 그래서 우리도 서비스 자체가 복잡하지 않게 설계되도록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50~60대 중 하루 종일 쓰는 분들도 있다. 하루 종일 피드를 보면서 어떤 물건이 올라오는 지 보는 거다. 그것 자체가 재미있으니까.“

―투자 문의도 많을 듯하다.


”코로나19 이후 지표가 확 좋아지니 투자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 미국에서도 그렇고. 지난해 9월에 투자 받았을 때도 미국 실리콘밸리 투자자들로부터 문의가 있었다. 국내 기관들로부터 문의도 많다. 하지만 당장의 니즈는 없다. 내년 상반기(1~6월)에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열 예정이다.“

―당근마켓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본적으로 무료로 지역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계정을 만들고 글을 올릴 수 있다. 유료로는 비즈니스 프로필을 통해서 메인 피드에 광고를 넣을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동네 주민들과 많이 연결해주고 싶다. 최근 지역 사업자들에게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 여부를 입력 받았는데 요청이 많이 들어왔다. 본인들의 프로필을 만들고 물품 리스트를 만들고 동네 주민들에게 이를 공유하는 식으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로 돈을 벌기 보다는 어떻게 동네 주민들과 연결할 수 있는 접점 포인트를 만들 수 있을지를 더 고민하고 있다.“

―향후 목표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지역 경계가 다 무너졌다. 우리나라는 택배로 이틀이면 전국 어디든 갈 수 있다. 막상 경계는 허물었지만 사람들은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물론 인터넷 커뮤니티가 지역별, 주제별로 있기는 하지만 만족을 못하는 것이다. 페이스북 등을 이용해 전 세계 사람들과 대화를 하지만 남는 건 없다. 내가 태어났던 세대만 해도 동네에서 연결되고 교류하는 기억이 있었다. 오히려 공허함만 남을 뿐.

모바일 기술로 사람들의 상실감, 공허함을 건드려주는 것이 목표다. 중요한 건 중고거래가 아니라 동네 플리마켓(벼룩시장)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시장을 만들어두면 사람들이 모이고 정보가 공유되고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이를 구현하면 언젠가는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비즈니스 모델을 붙이는 것은 계속 뒤로 미루고 있다.

한국 사람뿐만 아니라 이런 니즈는 동남아시아, 유럽, 미국 등 다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향후 글로벌 서비스로도 만들고 싶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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