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소통’이 대세? …포스트 코로나 시대, 달라지는 회사 풍경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5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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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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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만 해도 회의실 잡는 게 부담이었는데…. 요즘은 그럴 일이 거의 없어요.”

한 정보통신기술(ICT) 대기업의 2년차 직장인 박모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오히려 업무 부담이 크게 줄었다. 팀 막내인 박 씨는 통신망 설계라는 자신의 본연의 업무 외에도 하루 수차례 열리는 팀 미팅 준비를 도맡아왔는데, 대면회의가 급격히 줄면서 과외 업무가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코로나19를 계기로 1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대형 회의실을 비롯한 모든 회의실을 폐쇄하며 사실상 대면회의를 금지했는데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인 이후에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박 씨는 “오늘 회의에 누가 참석하는지를 체크하고, 좋은 회의실을 잡기 위해 다른 팀 막내들끼리 보이지 않는 눈치 싸움을 벌이는 등 소모적인 업무가 적지 않았는데 요즘은 막내 생활이 한결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영상회의, 그룹통화 등 코로나 시대 극복을 위해 도입된 ‘비대면 소통’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어쩔 수 없이 시작한 ‘비대면 소통’이 정상근무 체제로 복귀한 기업 안에서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코로나 확산세가 주춤한 4월 최대 100명까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T그룹통화’ 이용자수가 4월 약 200만 명으로 하루 평균 약 7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이용자(하루 평균 약 5만 명)보다 30%가 증가한 수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전 직원 재택근무가 종료되고, 정상 근무체제로 돌아왔지만, 기업 내 대면회의 대신 비대면 소통이 크게 늘었다”며 “재택근무와 사내근무를 병행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함께 일하는 협력사들도 ‘대면 소통 자제’ 분위기가 정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협력하는 한 외국계 반도체 설계회사는 미국 본사와 소통할 때 사용했던 애플리케이션 웹액스(Web-ex)를 삼성전자와 회의할 때도 사용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엔 경기 판교 사무실과 경기 화성시에 있는 삼성전자 공장을 오가는 게 일상이었는데, 이제는 영상회의로 대부분 대체됐다”고 말했다.

‘임직원 자가 건강관리 시스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기업들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LG CNS는 임직원의 건강상태를 매일 체크하는 클라우드 기반 ‘자가 건강진단 시스템’을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기 시작한 2월 선제적으로 개발했다. 이 시스템에 장착된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기술이 매일 아침 임직원에게 문자를 보내고 건강 데이터를 수집해 재택근무를 권유하는 등 직원들의 건강 상태를 통합관리하고 있다. LG CNS 관계자는 “이 시스템은 3달 만에 LG전자 등 LG의 주요 계열사를 비롯해 24개 기업으로 확산됐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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