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1월’ 계속되면… “한국, 최소 11조원 경제손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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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환경단체 ‘미래보고서’ 발표… “140개국 중에 7번째로 심각”
프랑스-독일-핀란드 등 65개국선 2050년 탄소 순배출량 ‘0’ 선언

기온 상승으로 얼음이 녹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올해 1월은 역대 가장 따뜻한 1월로 기록될 것”이라며 “남극과 북극의 얼음 면적도 해마다 줄고 있다”고 경고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기온 상승으로 얼음이 녹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올해 1월은 역대 가장 따뜻한 1월로 기록될 것”이라며 “남극과 북극의 얼음 면적도 해마다 줄고 있다”고 경고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남극 대륙의 기온이 관측 사상 최초로 20도를 넘겼다. 1월 지구 전체 지표면 온도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1월 중 가장 높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 추세가 이대로 가면 2050년까지 심각한 손실을 입을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르헨티나 바람비오 기지 연구진은 9일 남극 대륙 북쪽에 위치한 시모어섬의 기온이 영상 20.75도까지 올라갔다고 밝혔다. 종전의 가장 높은 기온은 불과 사흘 전인 6일의 18.3도였다. 연구진은 “최근 20년간 남극 대륙의 기온이 비정상적으로 요동치고 있다”며 “이 일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신호는 남극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감지됐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올해 1월이 141년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따뜻한 1월이었다고 13일 발표했다. 1월 지구 지표면 평균 온도는 20세기 평균 1월 온도보다 1.14도 높았다. 러시아, 스칸디나비아, 캐나다 동부 등 강추위로 유명한 지역들 역시 평년보다 5도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NOAA는 기록상 가장 따뜻한 1월이 된 해의 1∼4위가 모두 2016년 이후 발생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상 기후 현상이 지난달 전국 곳곳에서 나타났다. 기상청은 올해 1월 전국의 평균 기온이 2.8도로, 전국 단위 기온 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래 가장 따뜻한 1월이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6∼8일엔 따뜻한 남서풍의 영향으로 눈 대신 많은 비가 내렸고, 제주는 23.6도까지 올라 때 이른 봄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리기도 했다.

온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개구리들도 여기저기서 관측됐다. 지난달 9일 서울 남산에선 겨울잠을 깬 개구리가 관측됐다. 이어 24일 광주 무등산국립공원에서는 북방산개구리의 산란이 관측됐다. 이는 201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가장 이른 시기이며, 지난해보다 37일이나 빨랐다. 환경단체인 광양만녹색연합에 따르면 섬진강 두꺼비도 예년보다 한 달 가까이 빠른 29일 산란을 시작했다.

기후변화가 계속돼 자연 생태계가 바뀔 경우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최소 100억 달러(약 11조8760억 원)의 국내총생산(GDP) 손실을 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제환경단체 세계자연기금(WWF)은 12일 기후변화, 동식물 멸종 등 자연 파괴로 인한 기회비용을 경제학 모델로 분석한 ‘지구의 미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환경 위기에 따른 경제 손실 수준이 조사 대상 140개국 중 7번째로 심각하다. 향후 30년간 기후변화에 따른 극심한 가뭄, 극한 강우, 지반 침하, 동식물의 멸종 등으로 손실을 많이 보는 나라는 미국(830억 달러)과 일본(800억 달러)으로 예측됐다. 영국(201억 달러), 인도(200억 달러), 호주(200억 달러), 브라질(140억 달러)이 뒤를 이었다. WWF는 “식량 가격 상승과 가뭄, 해수면 상승은 이미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환경 파괴가 계속될 경우 다음 세대는 돌이킬 수 없는 경제적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관심은 우리나라가 올해 말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제출할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에 쏠리고 있다. LEDS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협약 당사국들이 올해까지 세워야 하는 전략이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각국이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만드는 탄소를 얼마나 줄일지가 핵심이다.

최근 ‘2050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저탄소 포럼)은 이 LEDS의 가이드라인이 될 검토안 5개를 정부에 제출했다. 에너지전환·산업·수송·건물 등의 분야에서 전문가 69명이 참여한 저탄소 포럼은 지난해 3월부터 9개월간 60여 차례 논의를 거쳐 검토안을 마련했다. 검토안은 2017년 온실가스 배출량(7억910만 t)을 2050년까지 75% 줄이는 최대 감축안부터 69%, 61%, 50%, 40%로 줄이는 안으로 나뉜다.

이 검토안에 대해 130여 개 환경단체의 모임인 ‘기후위기비상행동’ 측은 “화석연료 사용 금지 등 과감한 안을 바탕으로 한 탄소중립(넷제로) 방안이 없다”고 비판 성명을 내놓았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양만큼 흡수·제거해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개념이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핀란드, 영국 등 65개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환경부는 “올해 안에 저탄소 포럼이 제안한 검토안과 탄소중립 방안도 국민 논의에 부쳐 최종안을 확정할 것”이라며 “탄소중립을 목표로 국민 모두가 함께 나아갈 수 있게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탄소중립(넷제로 Net Zero) ::

온실가스 배출량만큼 대기 중 온실가스를 제거해 순배출량이 0(Net Zero)이 되는 개념. 석탄 발전을 줄이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양만큼 숲을 조성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한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따뜻한 겨울#기상#기온#지구온난화#탄소중립#환경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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