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나, 31년전 허정무와 육탄전 사진 보자 “기억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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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조 추첨 위해 방한… 허 부총재와 만나 옛 경기 회고

31년이 흐른 14일 마라도나(오른쪽)와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왼쪽)가 경기 수원 화성행궁 앞 광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20세 이하 월드컵 조 추첨 기념 레전드 매치’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수원=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31년이 흐른 14일 마라도나(오른쪽)와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왼쪽)가 경기 수원 화성행궁 앞 광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20세 이하 월드컵 조 추첨 기념 레전드 매치’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수원=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당시 육탄전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던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62)와 아르헨티나의 ‘축구 신동’ 디에고 마라도나(57)가 만났다.

마라도나와 허 부총재는 14일 경기 수원 화성행궁 앞 광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조 추첨 기념 레전드 매치’에 참석해 짧은 포옹을 나눴다. 레전드 매치는 마라도나가 주장을 맡은 ‘팀 마라도나’와 아르헨티나 대표팀 출신의 파블로 아이마르(38)가 이끈 ‘팀 아이마르’ 간의 5 대 5 축구로 전후반 7분씩 진행됐다. 허 부총재는 팀 아이마르 소속으로 나설 예정이었지만 사흘 전 무릎을 다친 데다 몸살까지 겹쳐 경기에 뛰지 못했다.

한국의 허정무(왼쪽)가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허벅지를 걷어차는 듯이 보이는 장면. 당시 외신에서는 ‘태권도 축구, 한국’이라고 비꼬았다.동아일보DB
한국의 허정무(왼쪽)가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허벅지를 걷어차는 듯이 보이는 장면. 당시 외신에서는 ‘태권도 축구, 한국’이라고 비꼬았다.동아일보DB
둘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 한국과 아르헨티나가 같은 조에 속하면서 처음 만났다. 허 부총재가 마라도나를 전담 마크하다시피 해 둘은 그라운드에서 자주 부딪쳤다. 당시 우승국 아르헨티나는 세계 최강의 전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르헨티나와 맞붙은 한국의 허정무가 마라도나에게 깊은 태클을 시도하는 장면이 전 세계로 보도되면서 한국은 ‘태권 축구’를 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국은 1-3으로 졌다.

이날 멕시코 월드컵 때 허 부총재가 자신의 허벅지를 걷어차는 듯한 사진을 본 마라도나는 “기억이 난다. 오늘 같은 좋은 자리에서 다시 만나 기쁘다”고 말했다.

당시의 상황에 대해 허 부총재는 “기술이 좋았으면 파울도 기술적으로 했을 텐데 당시 여러모로 부족했다”면서도 “공을 보고 들어갔지 사람을 보고 들어간 건 아니었다. 경고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허 부총재는 “마라도나는 여전히 영어를 못하더라. 통역을 통해 ‘나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안다’고 답하더라.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선수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는 감독으로 서로 대결했던 일을 기억하더라”고 말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와 한국 대표팀 감독이던 둘은 조별리그에서 마주쳤다. 당시 경기를 앞두고 마라도나가 “멕시코 월드컵 때 한국은 축구라기보다는 격투기를 했었다”며 비꼬자 허 부총재는 “24년이나 지난 일인데 아직도 어린 티를 못 벗은 것 같다”고 맞받는 등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허 부총재는 “마라도나도 참 많이 늙었다. 이제는 마라도나도 배가 많이 나오고 한 것을 보니 세월이 무상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선수와 감독으로 대결해 모두 졌지만 다시 한 번 축구로 붙고 싶다”고 말했다.

예순이 머지않은 나이에 올챙이배가 돼 버렸지만 축구에 대한 마라도나의 열정과 쇼맨십은 여전했다. 마라도나는 패스해 달라는 손짓과 함께 동료들을 향해 여러 차례 고함을 질렀다. 골을 넣고서는 현장을 찾은 팬들을 향해 선수 시절 트레이드마크였던 포효 세리머니를 보여주기도 했다. 상대 선수가 몸싸움을 시도하면 서둘러 시멘트 바닥에 벌렁 드러눕는 쇼맨십도 보여줬다.

이날 신태용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47) 등이 팀 마라도나 소속으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출연했던 배우 류준열 씨(31) 등이 팀 아이마르 소속으로 뛰었다. 마라도나가 3골을 넣은 팀 마라도나가 4-3으로 승리했다. 20세 이하 월드컵 조 추첨식은 15일 열린다.
 
수원=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허정무#마라도나#레전드 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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