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폭탄 지방공기업]<上>‘부실사업 압축판’ 강원도개발공사 알펜시아 리조트

동아일보 입력 2010-07-20 03:00수정 2010-07-2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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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리조트’가 하루 이자 1억 ‘빚의 리조트’로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의 골프빌리지인 ‘알펜시아 에스테이트’의 모습. 27홀 골프장 주변으로 268채가 들어설 예정이지만 대부분 분양이 되지 않아 골조공사나 기초공사만 마친 채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방치돼 있다. 평창=황형준 기자
19일 오후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의 알펜시아 리조트. 휴가철을 맞은 여름 성수기임에도 이곳에는 인부들과 공사 자재를 실은 차량만 가끔 지나다녔다. 골프장 주변에는 짓다만 고급 주택들이 건설 자재와 함께 방치됐다. 분양 관계자는 “분양이 안 되다 보니 골조만 우선 만들어놓고 계약이 되면 마감공사에 들어가는데 작업을 안 한 지 꽤 됐다”고 털어놓았다. 인근 주민은 “주말을 제외하고는 방문객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원도가 2004년 ‘세계 최고 수준의 꿈의 리조트’를 짓겠다며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와 수하리 일대 489만2560m²(약 148만 평)에 1조5000억 원을 들여 조성한 알펜시아 리조트의 현재 모습은 비참하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겠다던 이 사업은 하루 이자만 약 1억 원에 달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궁지에 몰린 강원도개발공사 측은 전체 매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겠다는 기업은 없는 상황이다.

○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

의도는 좋았다. 강원도 역사상 최대 규모라는 알펜시아 리조트 사업은 2003년 체코 프라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평창이 캐나다 밴쿠버에 2010 겨울올림픽 유치를 빼앗긴 후인 2004년 시작됐다. 사업의 명목은 IOC에서 지적한 ‘기반시설 부족’을 해결하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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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측은 스포츠 시설만 지으면 겨울올림픽 후 활용도가 떨어진다며 리조트 내에 골프장 페어웨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급 빌라지구(A지구), 호텔급 리조트와 콘도로 이루어진 리조트빌리지지구(B지구), 스키점핑타워 등 겨울올림픽 관련 시설로 이뤄진 동계스포츠지구(C지구)를 함께 조성하기로 했다.

문제는 자금 조달이었다. 산골짜기에 한 채에 20억 원이 넘는 최고급 골프 빌리지를 지으니 살 사람이 나서지 않았다. 전체 리조트 조성비의 대부분을 충당할 계획이었던 고급 빌라의 2008년 9월 당시 분양률은 9.2%에 불과했고 이후에도 크게 늘지 않았다.

시행사인 강원도개발공사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05년 649억 원에 불과하던 부채가 사업이 본격화된 2006년에는 2837억 원으로 뛰었고 지난해에는 1조488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비례해 공사채 발행액도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공사채 발행액은 모두 6730억 원. 평균 4.7% 내외의 금리로 발행됐기 때문에 한 해 이자만 316억 원이고, 하루 이자로 따지면 1억 원에 육박한다. 강원도를 부흥시켜 주민들에게 수익을 안겨주겠다던 사업이 수익은커녕 빚만 안겼다. 이 빌라를 분양받은 한 투자자는 “애초 계획은 올해 상반기에 모든 공사가 끝나는 것이었는데 이대로 가면 리조트 운영은커녕 공사라도 제대로 마칠지 모르겠다”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 공무원들의 주먹구구 계획이 부른 화(禍)

“분양 소개 책자만 다섯 번 바뀌었죠. 설계 변경이다 뭐다 해서 바꿀 때마다 이전 책자는 모조리 폐기처분하고 절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하라고 신신당부하더군요.”

최근까지 알펜시아 분양 대행을 맡았던 K분양대행사 사장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업계에서는 소위 ‘선수’들도 성공하기 어려운 리조트 사업을 경험이 부족한 공무원들이 1조 원이 넘는 규모로 벌인다고 할 때부터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많았다”며 “실제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보니 민간 업체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태를 보였다”고 말했다.

당초 사업비는 1조2000억 원 정도로 책정됐다. A지구 분양 대금에서 8000억 원, B지구 콘도 회원권 판매금 등으로 4000억 원을 충당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07년 7월 겨울올림픽 유치 두 번째 도전이 실패로 돌아가자 8월 2일 강원도개발공사 측은 알펜시아 공사를 전격 중단했다. 기초 터파기, 철구조물 공사 등이 진행된 상황에서 설계를 아예 뜯어고치겠다고 나선 것. 이 과정에서 철거비 등으로만 73억 원이 낭비됐다.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늘어난 사업비는 이뿐만이 아니다. 공사비 지급이 제대로 안 된 상황에서 공사가 계속 지연되자 건설사들의 부담도 커졌다. 참다못한 건설사들은 물가인상분만큼 공사비를 더 내라고 소송을 냈고 1심 재판에서 법원은 강원도개발공사 측에 물가인상분으로만 700억 원을 추가로 내라고 판결을 내렸다. 공사에 참여했던 한 시공사 관계자는 “판결이 난 후 공사비 일부를 조금 받았을 뿐 올해 공사비는 구경도 못 했다”고 말했다.

○ 탈출구 보이지 않는 수렁

문제는 앞으로도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원도개발공사 측은 행정안전부에 1500억 원의 공사채 발행을 추가로 요구했다. 행안부는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가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고 밝힌 반면 강원도개발공사는 “공사채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만 해결하고 나면 겨울올림픽 유치 성공으로 분양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알펜시아 사업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비현실적인 분양가를 꼽았다. 골프 빌리지에서 가장 작은 271m²는 19억 원이 넘고 가장 큰 552m²는 37억여 원이다. 여기에 골프 회원권 2억4000만∼4억 원을 더하면 약 40억 원이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아무리 겨울올림픽이란 호재가 있어도 강원도라는 기본 입지와 수요층을 고려할 때 3.3m²당 1500만∼1700만 원대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공사 측에서는 C공구의 공사비까지 감당하기 위해선 최소 2000만 원은 돼야 한다며 고가분양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강원도개발공사에 전액 출자한 강원도가 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점도 문제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강원도는 용지를 현물출자하면서 1617억 원을 투입했을 뿐 채무보증을 서지 않았기 때문에 강원도개발공사가 파산하더라도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며 선긋기에 나섰다.

최악의 경우 강원도개발공사가 파산하면 어떻게 될까. 강원도개발공사 측은 “부채보다 자산이 많기 때문에 설령 파산한다하더라도 자산으로 빚잔치를 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강원도개발공사의 자산은 1조3841억 원이고 부채는 1조488억 원이다. 하지만 강원도가 전액 출자한 자본금 3353억 원이 날아가면서 강원도민의 세금도 그만큼 허공으로 사라진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평창=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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