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르노삼성, 7700억 쌓아두고도 인수대금 절반 안갚아

동아일보 입력 2010-05-14 03:00수정 2010-05-1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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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차 매각 10년 흘렀지만…


언제 다 갚을지 알 수 없어
6150억 전액 무이자 조건
계약서에 지급기한 명시 안해
늦게 갚을수록 르노측 유리

서둘러 팔다 협상주도권 뺏겨
DJ정부 조기 종결 종용에
르노측 주장대로 끌려다녀
“사실상 공짜로 주다시피 해”



삼성자동차가 프랑스 자동차회사 르노에 매각된 지 올해로 10년이 됐지만 매각 대금 6150억 원 중 지금까지 갚지 않은 돈이 30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4조 원 이상 투자된 삼성차를 2000년 5억6200만 달러(당시 환율로 6150억 원)에 매각할 때도 ‘헐값 매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는데, 매각 대금 중 절반가량이 지금까지 회수가 안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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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산업부 취재 결과 르노와 르노삼성자동차가 올해까지 지급한 돈은 전체 매각 대금의 절반 정도인 3086억 원이며 3064억 원은 미납된 상태다. 르노는 2000년 4월 27일 삼성차를 6150억 원에 자산과 부채를 인수하기로 하는 양수도 계약을 삼성차 채권단과 체결했다. 이때 1540억 원은 2000년 9월 1일 삼성차에, 나머지 4610억 원은 영업실적 등에 따라 삼성차 채권단인 우리은행 등 15개 금융 기관에 갚기로 했다.

문제는 르노삼성이 3064억 원을 언제 모두 갚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매각 당시 지급 기한을 명시하지 않고 이익이 나면 일정 비율을 지급하도록 계약했기 때문이다. 매각 대금은 전액 무이자여서 르노삼성 입장에서는 늦게 갚을수록 유리하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 측은 “당시 매각 계약에 따라 갚아 나가고 있다”고만 말했다.

○ 완납 기한 얼마든지 미룰 수 있어

2000년 7월 출범한 르노삼성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흑자 행진을 벌이면서 쌓아둔 이익 잉여금만 7700억 원에 이른다. 이런데도 매각 대금을 절반밖에 갚지 않은 것은 매각 조건이 르노 측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르노와 삼성차 채권단은 매각 대금 중 4610억 원은 3가지 방식으로 나눠 갚기로 했다. 우선 1140억 원은 ‘타입 Ⅰ’이라고 해서 해마다 미리 정한 일정 금액을 무조건 지급해 나가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이 방식으로 갚은 돈은 385억 원이며 2015년까지 755억 원을 더 갚아야 한다.

또 다른 1140억 원은 타입 Ⅰ과 같은 방식으로 돈을 지급하지만 ‘이자 및 세금 차감 전 이익(EBIT)’이 ‘마이너스’인 해에는 돈을 지급하지 않고 지급 일정을 한 해씩 미룬다는 점이 다르다. 매년 장사가 잘돼서 EBIT가 플러스가 된다면 이 방식으로 지급하기로 한 1140억 원을 2015년에 모두 갚게 되지만 이미 지난해를 포함해 영업이익이 나지 않아서 EBIT가 마이너스가 된 해가 그동안 2차례 있었다. 현재로선 일러야 2017년쯤 1140억 원을 모두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타입 Ⅲ는 EBIT가 플러스가 될 경우 이것의 10%를 갚는 것이다. 이 방식으로는 모두 2330억 원을 갚아야 하며 지금까지 940여억 원을 지급했다. 만약 르노삼성이 수익보다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그 결과 영업이익이 적게 나오거나 적자가 나면 이론적으론 이 2300억 원을 갚는 기한을 얼마든지 뒤로 미루는 것이 가능하다.

○ “파는 쪽이 급하다 보니…”

“이미 지고 들어간 게임이었다.” 주채권은행 대표로 협상에 나섰던 손정원 당시 한빛은행(현 우리은행) 5대 계열 여신담당팀장은 삼성차 매각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손 전 팀장은 “정부가 2000년 4월 총선 전까지 매각 협상을 조기에 끝낼 것을 요구했다”며 “파는 쪽이 급하다 보니 사는 쪽이 협상주도권을 쥐고 있었고, 매각 조건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르노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양측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부분은 매각 이후 흑자 반전 예상시점과 이에 따른 대출조건. 흑자 예상시점을 멀게 볼수록 채권단의 대출금 탕감 및 이자유예 규모가 더 커지는 구조다.

당시 르노그룹은 매각 후 5년이 지나야 삼성차가 연산 50만 대로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으로 주장한 반면 채권단 측은 2, 3년 만에 흑자가 날 것이라고 맞섰다. 결국 르노그룹 측 주장대로 매각 조건이 결정됐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 보니 삼성차는 2년 만인 2002년에 영업이익을 냈다. 그는 “결과만 놓고 보면 르노그룹이 협상을 잘한 셈”이라고 했다.

곽수근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서둘러 매각을 하다 보니 돈을 받고 판 게 아니라 사실상 공짜로 주다시피 했다”며 “쌍용자동차 등 현재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게 많기 때문에 삼성차 매각은 시사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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