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충실… 장기전 1위 자신…조만간 20g 안경 내놓을 것”

LG전자의 3차원(3D) TV 전략이다. 23일 찾은 LG전자 평택 디지털파크 액정표시장치(LCD) TV 연구소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LG전자는 지난해 세계 140여 개국에 약 2000만 대의 TV를 팔았다.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TV 시장 2위다.
이곳에서 만난 LG전자 연구원들은 기본에 충실하면 장기전에서 1위에 올라서는 데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의 1위를 부러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경북 구미시에서 평택으로 이전한 뒤 외부에 처음 공개된 LCD TV 연구소에서 LG전자 3D 기술의 개발 주역 7인을 만났다. 권일근 연구소장, 배문식 화질그룹 수석연구원, 남정식 제품기획그룹 책임연구원, 윤주호 화질그룹장, 이쌍수 연구1실장, 기원도 IOP(Integrated Optical Plate) 개발그룹장, 김윤주 책임연구원이다.
개발 주역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화질’이었다. 아무리 3D TV가 새로운 기술로 소개돼도 TV의 기본인 화질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권 연구소장은 “3D TV가 붐을 일으키면서 2차원(2D)-3D 전환 기술 등 시장에 말이 많다”며 “하지만 결국 3D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화질”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소 2층의 작업장에서는 LG전자 화질의 비법을 만날 수 있었다. IOP 방식의 백라이트유닛이다. 작업장에는 55인치 크기의 직사각형 판이 30개의 작은 직사각형으로 나뉘어 있었다. 각 조각은 8개의 블록으로 나뉘어 총 240개 블록이 빛을 정밀하게 내뿜는다. 기원도 개발그룹장은 “각 조각이 화면 뒤에서 나오는 빛이 퍼지지 않도록 모아줘 우수한 화질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연구소장은 “경쟁사가 적용한 2D-3D 전환 기술은 아직 제대로 된 3D 영상이라고 말하기 힘들기 때문에 우리는 제대로 업그레이드한 뒤에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다음 3D TV 모델에 2D-3D 전환 기술을 도입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화질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난관도 있었다. 이쌍수 연구1실장은 “화면 뒤에서 빛을 직접 비추는 ‘백라이트’ 방식으로 화질을 끌어올렸지만 문제는 소비전력이 많이 든다는 점이었다”며 “화면에서 어두운 색깔 부분의 빛은 아예 꺼주고 밝은 색깔에만 빛을 내는 식으로 기술을 개발해 극복했다”고 말했다.
○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만든다”
연구원들은 3D 개발 초기를 회상하며 “누구도 제대로 가지 않은 길을 만들어가야 하는 점이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특히 3D 안경 개발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전자회사가 안경을 개발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 3D TV에 필수적인 안경 개발을 위해 지난해 3월 연구소 내 각 분야 엘리트들을 모아 TF팀을 만들었다. 팀원들끼리 직접 3D 영화관을 찾아 안경의 불편한 점을 분석했다. 지난해 8월에 미리 내놓은 편광방식 3D TV 안경에 대해 소비자 설문조사도 했다. 안경 개발 담당인 김윤주 책임연구원은 “스타일, 화질, 애프터서비스 세 가지가 만족스러운 안경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조만간 현재 40g대인 안경 무게를 절반 수준인 20g으로 줄여 내놓을 예정이다. 투과율도 높인다. 연구원들은 “3D는 아직 갈 길이 먼데 초기에 불과한 요즘 기술만 보고 소비자가 실망하진 않을지 걱정”이라며 “어설프게 만들면 3D가 아예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란 생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평택=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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