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다 꺼내도 다 꺼내지지 않아…고백처럼 터뜨리는 꽃말이/골목 빈터에 첫 물방울처럼 떨어진다”(‘문 플라워’). 50여 년 시인의 길을 걸으면서 시집 ‘오라, 거짓 사랑아’ ‘작가의 사랑’ 등을 펴낸 작가의 신작엔 이처럼 사랑을 향한 농익은 탐색이 담겼다. 발문에서 시인 유희경은 “사랑. 오직 사랑뿐”이라며 “언어의 감옥에서 늘 탈옥을 꿈꾸는 수형자”로서 시인을 읽어 낸다. 문정희 지음·아침달·1만2000원
● 2028 거리에서 서점이 사라진다면
세계 문학상에서 한국 작가들이 잇달아 쾌거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골목 서점까지 그 열기가 온전히 미치진 않는 듯하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종이책과 작은 책방의 입지는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 작가, 서점 운영자, 문화 평론가 등 일본 출판계 전문가 29명이 오늘날 출판 산업에 대해 제시하는 통찰과 제언을 담았다. 고지마 슌이치 지음·양필성 옮김·마인드빌딩·1만8800원
● 양자역학의 역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물리학과 교수가 양자역학을 다룬 교양과학서. ‘슈뢰딩거의 고양이’ 등 고전 이론뿐 아니라 표준 모형, 호킹 복사, 급팽창 우주론처럼 현대 물리학의 최신 성과까지 두루 다뤘다. 핵무기 개발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 같은 역사적 사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유명 물리학자들의 인생처럼 양자역학과 긴밀하게 얽혀 있는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낸 점도 눈길이 간다. 데이비드 카이저 지음·조은영 옮김·동아시아·2만 원
● 손자병법
전쟁사에 능통한 한국 역사학자가 고대 중국의 병법서인 ‘손자병법’을 쉽게 풀어냈다. 손자병법은 약 2500년 동안 스테디셀러였지만 주로 처세술로 포장됐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반면 신간은 병법서의 특성에 맞게 전쟁사에 집중해 눈길을 끈다. 기원전 490년 ‘마라톤 전투’부터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가자전쟁’까지 동서고금의 전쟁에 적용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임용한 지음·교보문고·2만2800원
●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1999년부터 ‘뉴요커’ 매거진 표지를 그리고, ‘뉴욕타임스’에 일러스트 칼럼을 장기간 연재한 저자의 대표작부터 미공개작 86점과 이야기를 담았다. 짜증 난 얼굴로 양배추를 든 여자, 흐드러진 벚꽃 나무 아래 악기를 든 여자, 질투에 사로잡힌 여자 등 각양각색의 인물을 묘사했다. 진은영 시인이 번역한 한글 문장과 원문이 함께 수록됐다. 마이라 칼만 지음·진은영 옮김·월북아트·2만5000원
●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노르웨이 피오르 해안가 작고 고요한 마을의 페리 운전사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무수한 삶을 배로 실어 나르며 일평생을 보내던 닐스의 생애 마지막 날, 그의 배에 탄 적 있는, 지금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차례로 배에 올라타 죽음에 관해 이야기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배를 가득 채우며 닐스는 자기 삶이 그를 스쳐 간 모든 삶의 총합임을 깨닫는다. 프로데 그뤼텐 지음·손화수 옮김·다산책방·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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