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외국 학자, 맥브라이드 교수 “한국 학자들이 다양한 대상을 연구했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7일 10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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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동국대에서 ‘최치원전’을 강의하고 있는 맥브라이드 교수.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참선과 경전 공부 모두 중요하게 여기는 게 한국 불교의 특징이지요. 그만큼 넓고 깊어요.”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동국대에서는 ‘외국인의 눈으로 본 고전 텍스트-최치원전’ 초청강연회가 열렸다. 강사는 리처드 맥브라이드(54) 미국 브리검 영(Bringham Young)대학교 아시아·극동아시아 언어학과 교수. 그는 대학에서 한국학과 불교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국제 한국학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날 동국대 불교학술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학 연구가 유명하거나 중요한 것에 집중된 면이 있다”라며 “한국 연구자들이 좀 더 다양한 대상을 연구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국학을 하게 된 계기는.
“한국에는 1988년 선교사로 처음 왔다. 부산 쪽에 있었는데 그때 신라 문화를 처음 접했다. 내게는 너무너무 놀라운, 새로운 세상이었다. 그래서 미국으로 돌아간 뒤 대학에서 아시아학과 한국어를 복수 전공하고, 1994년에 연세대 외국어학당에 들어가 한국어를 더 배웠다. 한국과 한국문화를 더 깊게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원래는 경영학을 했는데 자꾸 마음이 한국학으로 향하더라. 그런 인연으로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불교 신앙과 화엄 사상’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 덕분에 먹고 사는 셈이다. 하하하.”

―최치원은 한국 사람들도 단편적으로만 아는데.
“최치원전(崔致遠傳)은 신라시대 천재인 최치원과 귀신의 기이한 만남을 이야기로 담은 한문 소설이다. 내가 최치원전에 관심을 가진 것은 그 안에 고대 신라시대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 시대 중국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도 유령, 귀신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지만, 최치원전은 그것들을 받아들여 더 다채롭고 풍부하게 풀어내고 있다. 내게는 한국과 한국 사람들을 더 깊게 이해하게 해주는 데 큰 도움이 된 책이다.”

지난달 30일 동국대에서 ‘최치원전’을 강의하고 있는 맥브라이드 교수.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불교가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
“불교에서 단번에 깨우쳐서 더 이상 수행할 것이 없는 경지를 돈오돈수(頓悟頓修)라고 한다. 물론 이런 주장이 여전히 있지만, 대체로 한국 불교는 고려 시대 보조국사 지눌 이래 단박에 깨치고 난 뒤에도 계속 수행해야 깨침의 경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돈오점수(頓悟漸修)를 강조한다. 그래서 참선과 공부를 모두 중요하게 여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기 때문에 넓고 깊은 면이 있다.”

―삼국유사 및 불경을 영어로 번역해오고 있다고 하던데.
“번역하다 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한국 사람들은 ‘설마…’하겠지만 솔직히 K팝 등과 달리 한국학, 한국 역사는 외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선(禪)’도 그렇다. 영어로 ‘젠(Zen)’인데 이게 ‘선’의 일본어 발음이다. 사실 일본 불교보다 한국 불교가 훨씬 더 발달했는데 일본 용어로 세계에 알려져서 아쉬운 점이 많다. 내가 삼국유사의 영어 번역을 돕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한국학을 하는 외국 학자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유는 있겠지만, 연구자 폭이 아주 중요하거나 유명한 인물이나 사건에 집중돼있다는 점이 아쉽다. 홍길동전을 연구하는 학자는 많지만, 전우치전을 연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김유신에 관한 연구는 많아도 ‘박 씨 부인전(작자 미상의 조선시대 소설)’은 적다. 한국학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좀 더 다양한 대상이 연구된다면 그만큼 더 한국을 세계에 잘 알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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