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모르는 고조부모 제사상 차리기?…“시대착오적” vs “존경 차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일 1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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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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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도 모르는 고조부모까지 기제사를 올려야 할까’.

전통 기록유산을 연구하는 경북 안동의 한국국학진흥원이 “4대봉사(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의 기제사를 모시는 것)는 시대착오적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밝히면서 2일 논쟁이 이어졌다.

진흥원은 전날 ‘제례문화에 대한 오해와 편견’ 자료를 내고 “조선시대에도 4대봉사가 제도적으로 명시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진흥원에 따르면 1484년 편찬된 법전 경국대전에는 “6품 이상 관료는 3대까지, 7품 이하는 2대까지, 서민은 부모 제사만을 지낸다”고만 돼 있다. 그러나 ‘주자가례’를 신봉하는 유학자들에 의해 4대 봉사가 보급됐다.

1484년 편찬된 조선시대 법전 경국대전은 신분에 따라 제사를 지내는 조상의 대상을 다르게 명시했을 뿐 4대봉사는 규정하지 않았다.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1484년 편찬된 조선시대 법전 경국대전은 신분에 따라 제사를 지내는 조상의 대상을 다르게 명시했을 뿐 4대봉사는 규정하지 않았다.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진흥원은 “조상과 생전 주고받은 정서적 추억이 풍부할수록 추모의 심정은 간절해진다”며 “조상 제사의 대상은 (부모, 조부모 등) ‘대면 조상’까지로 한정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조혼(早婚)으로 4대가 함께 사는 경우가 흔했기에 4대봉사가 당연시됐지만 오늘날은 증조부모를 대면하는 경우도 드문데,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는 제사를 지내는 것은 필요치 않다는 얘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얼굴도 모르는 분들의 제사를 지낼 때마다 ‘왜 해야 하나’ 싶었다”, “살아계신 부모에게 잘하는 것도 힘든 시대다”라며 진흥원의 의견에 찬성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조상에 대한 존경의 차원에서 고조부모까지 제사를 모셔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나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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