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 넘는 연극티켓 화제…캐스팅만큼 화려했던 볼거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일 12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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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자신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주인공 비올라와 극적인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쇼노트 제공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자신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주인공 비올라와 극적인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쇼노트 제공


셰익스피어는 사실 자신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인공처럼 사랑했던 게 아닐까.

개막 전부터 화려한 캐스팅과 기록적인 티켓 가격으로 이목을 모은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이 같은 상상에서 출발한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지난달 28일 막을 올린 ‘셰익스피어…’는 셰익스피어의 사랑을 재창작한 동명의 영화(1998년)에 기반한다. 이듬해 제7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등 7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를 영국 극작가 리 홀이 희곡으로 제작했다. 2014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 후 미국, 일본 등 각국으로 진출했다.

국내 연극 중 티켓 가격이 10만 원을 넘긴 건 ‘셰익스피어…’가 처음이다. CJ 토월극장 내 가장 저렴한 3층 좌석도 5만5000원으로 다른 연극의 VIP석 가격에 맞먹는다. 주로 TV 드라마, 영화 등에 출연하며 스타덤에 오른 배우들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 셰익스피어 역에 정문성·이상이·김성철, 비올라 역에 김유정·정소민·채수빈이 캐스팅됐다. 아역배우 출신인 김유정(24)은 이번이 연극 데뷔작이지만 20년에 달하는 연기 내공으로 당차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잘 표현해냈다.

비올라(왼쪽)와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오른쪽)의 화려한 드레스는 관객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쇼노트 제공
비올라(왼쪽)와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오른쪽)의 화려한 드레스는 관객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쇼노트 제공


비싼 티켓가격은 스타 캐스팅 외에도 정교한 의상, 뮤지컬에 버금가는 무대세트 등으로 설득력을 높였다. 2013년과 2016년에 동아연극상 시청각상을 수상한 박상봉 디자이너가 무대를 꾸몄다. 무대 안쪽에서 회전문 형태로 돌아가는 대형 ‘턴테이블’이 무도회장부터 극장, 집안까지 생생하고 다채롭게 보여준다. 무대 바닥 아래 숨어있다 위로 솟아올라 술집으로 활용되는 리프트도 공간 활용도를 강화했다. 조명은 동화 같은 분위기와 무대 깊이감을 더했다.

완성도 높은 무대의상은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국립 무대의상 자격증(DMA Costume)을 획득한 도연 디자이너가 맡았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황금색 궁중 드레스와 비올라가 입는 초록·분홍·연노랑 드레스 3종은 작고 섬세한 비즈와 자수로 장식돼 제작기간이 기존 계획보다 길어지기도 했다. 조연 배우들의 의상은 유사한 색상을 조합한 톤인톤으로 디자인돼 통일감을 준다.

작품 곳곳에 치밀하게 숨겨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찾는 것도 감상 포인트다. “나 그대를 여름날에 비교할까요?”라고 말하는 셰익스피어의 대사에는 그의 대표작인 소네트 18번이 녹아있다. 고리대금업자 페니맨이 극장주 헨슬로에게 “돈을 갚지 않으면 코를 베겠다”고 위협하는 장면은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과 연결된다.

악단은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실제 연주를 하며 연극과 뮤지컬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제공한다. 쇼노트 제공
악단은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실제 연주를 하며 연극과 뮤지컬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제공한다. 쇼노트 제공


연극에 입문하는 관객에겐 ‘셰익스피어…’의 뮤지컬적 요소가 친숙함을 준다. 클래식 기타 와 아코디언, 바이올린 등 4명의 연주자로 이뤄진 악단은 실제 악기를 연주하며 때론 흥겹고, 때론 애달픈 배경음악을 선보인다. 따뜻한 음색이 목재로 만든 무대 세트와 잘 어우러지는 것은 물론 16세기 영국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일조한다. 3월 26일까지, 5만5000~11만 원.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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