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에 따라 바뀌는 2가지 인생, 영상으로 몰입감 살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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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뮤지컬 ‘이프덴’
대학로 아트센터서 국내 초연
정선아 등 3명 여주인공 연기

뮤지컬 ‘이프덴’에서 주인공 엘리자베스(정선아)가 10년 만에 미국 뉴욕으로 돌아온 장면. 정선아는 출산 후 1년 6개월 만에 복귀했다. 쇼노트 제공
뮤지컬 ‘이프덴’에서 주인공 엘리자베스(정선아)가 10년 만에 미국 뉴욕으로 돌아온 장면. 정선아는 출산 후 1년 6개월 만에 복귀했다. 쇼노트 제공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나는, 우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혼 후 10년 만에 미국 뉴욕으로 돌아온 39세 여성 엘리자베스. 앞으로 먹고살 길을 고민하던 중 매디슨스퀘어파크에서 대학원 동창 루카스와 새 이웃 케이트를 만난다. 케이트는 그를 ‘리즈’라 부르며 브루클린에 기타 연주를 들으러 가자고 한다. 루카스는 ‘베스’라고 그를 부르며 뉴욕시 주거환경 개선 운동에 동참하자고 제안한다. 선택의 기로에서 리즈는 사랑을 중심으로, 베스는 커리어를 중심으로 나아간다.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이프덴’이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 중이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로 퓰리처상과 토니상을 수상한 작사가 브라이언 요키와 작곡가 톰 킷 콤비가 참여했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OST ‘Let It Go’를 부른 배우 이디나 멘젤이 엘리자베스 역을 맡아 2013년 미국 워싱턴에서 초연했고, 이듬해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이프덴’은 ‘만약 …했다면(if)’을 주제로 순간의 선택이 가져온 결과(then)를 속도감 있게 풀어낸다. 리즈와 베스의 삶이 번갈아 펼쳐질 때마다 바뀌는 시공간이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구현됐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쉼 없이 바뀌는 시공간을 배우의 등장, 퇴장과 의상 교체 등으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며 “자칫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구조를 ‘극 전개를 따라잡는 재미’로 바꿔놨다”고 평가했다. 분홍 등 화사한 색상의 옷을 입은 리즈는 베스가 될 때 안경을 끼거나 무채색 재킷으로 갈아입는다.

화려한 뉴욕 풍경을 생생하게 담아낸 무대 영상도 눈을 즐겁게 만든다. 눈부신 야경과 덜컹이는 지하철, 열기 오른 야구장 등 뉴욕을 상징하는 다채로운 배경이 무대 위에 고스란히 펼쳐진다. 지혜원 뮤지컬 평론가는 “누구나 영화, 미국 드라마에서 봤을 법한 뉴욕 특유의 분위기를 물리적 세트가 아닌 영상으로 표현해 생동감을 높였다”며 “엘리자베스의 선택에 따라 바뀌는 결과를 영상이 효과적으로 나타내 몰입감을 살렸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는 출산 후 약 1년 6개월 만에 무대에 복귀한 배우 정선아를 비롯해 박혜나, 유리아가 번갈아가며 연기한다. 정선아는 ‘혼자가 되는 법’ 등 주요 넘버를 부를 때 특유의 시원한 고음과 폭넓은 성량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다만 깊이감 없는 연기력은 다소 아쉬웠다. 지 평론가는 “다른 길을 걷게 된 리즈와 베스의 삶에서 온도 차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2월 26일까지. 6만∼12만 원.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브로드웨이 뮤지컬#이프덴#정선아#박혜나#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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