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보호’ Z세대 “플라스틱 CD 대신 QR코드 앨범 사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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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 줄이자”
QR코드 디지털플랫폼 종이앨범
앱 설치후 앨범 내려받으면 끝
뉴진스 등 QR코드로 음반 발매

‘음반을 산다’라는 말을 들으면 저마다 떠올리는 장면이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LP를 집어드는 장면을, 누군가는 테이프나 CD를 사는 순간을 떠올린다.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에게는 하나의 선택지가 더 있다. 바로 ‘QR코드’다.

최근 가요계에선 실물 음반 없는 디지털 플랫폼 앨범이 인기다. CD 대신 음원 정보가 담긴 QR코드가 새겨진 종이가 담긴 앨범이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QR코드를 등록할 수 있는 음반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설치한 후 QR코드로 앨범을 내려받으면 된다. 실물 CD는 없지만 이 역시 써클(옛 가온), 한터 등 국내 주요 음반 차트 집계에 반영된다.

26일 현재 알라딘이 집계한 음반 판매량 3위는 뉴진스의 디지털 플랫폼 앨범 ‘OMG’, 4위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디지털 플랫폼 음반 앨범 ‘이름의 장: TEMPTATION’이다. 이 중 ‘OMG’는 CD가 포함된 버전의 앨범도 동시 발매했는데 이는 판매 순위 8위다.

QR코드가 담긴 디지털 플랫폼 앨범이 인기를 끄는 건 환경을 중시하는 아이돌 음악팬 ‘Z세대’ 덕분이다. 기존 기획사들은 CD를 비롯해 화보집, 포토 카드, 메시지 카드 등을 함께 넣어 일종의 ‘굿즈’ 개념으로 음반을 접하게 했다. 같은 앨범이지만 커버 사진을 멤버별로 달리하거나 앨범 한 장당 팬 미팅 응모권을 증정해 추첨하는 이벤트를 하며 음반 판매량을 늘려왔다.

문제는 살 때마다 늘어나는 CD였다. CD 플레이어 생산 및 유통이 활발하지 않은 데다 디지털 음원에 익숙한 Z세대에게 CD는 일종의 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세븐틴의 팬인 김세연 씨(23)는 “집에 CD 플레이어가 없어 앨범을 사도 CD로 음악을 들을 수 없지만 팬 미팅 당첨 기회를 늘리기 위해 음반 3, 4개를 한꺼번에 사곤 했다”며 “일부 팬은 사진 등을 꺼낸 뒤 CD는 현장에서 버린다”고 했다. 실제 케이팝 팬으로 구성된 기후 변화 위기 대응 단체인 ‘케이팝포플래닛’이 지난해 3월부터 한 달간 국내 팬들이 버린 가요 앨범 8000여 장을 수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Z세대 사이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플라스틱 CD 음반을 줄여야 한다”는 캠페인이 확산되며 디지털 플랫폼 음반 앨범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더욱 공고해졌다.

기획사들도 이에 호응하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해 7월, 방탄소년단 멤버 제이홉의 솔로 ‘잭 인 더 박스’를 디지털 플랫폼 앨범으로만 발매했다. 세븐틴, 뉴진스, 르세라핌 등 하이브 산하 레이블 소속 가수들의 음반은 CD와 동시에 QR코드로도 발매했다. 하이브 관계자는 26일 “팬들의 의견을 반영해 불필요한 앨범 포장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도 NFC(근거리무선통신) 접촉으로 이용 가능한 스마트 앨범 제작에 나섰다. 레드벨벳, NCT, 슈퍼주니어 등의 앨범이 대표적이다. YG엔터테인먼트 역시 지난해 10월 그룹 ‘트레저’의 앨범을 친환경 종이로 만든 카드에 적힌 점자 형식 코드를 스캔하면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가요계에서는 친환경 음반이라며 이런 움직임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앨범 리뷰를 남기며 장단점으로 플라스틱 사용 여부나 비중을 적는 것이 관례가 됐기 때문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CD가 지닌 소장가치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CD를 디지털 플랫폼 앨범으로 완전히 대체하는 건 어렵더라도 플라스틱, 종이 소비를 줄이는 사회 분위기에 발맞춰 디지털 플랫폼 앨범의 비중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음반#z세대#qr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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