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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스물다섯 조선 청년의 죽음, 가슴이 뜨거워진다…영화 ‘탄생’

입력 2022-11-24 14:40업데이트 2022-11-2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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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길고 어렵다. 러닝타임은 무려 151분. 천주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 없이 보면 용어들이 외계어처럼 들릴 수도 있다. 1836년부터 10년간 조선 청나라 마카오 필리핀 등 아시아 곳곳에서 일어난 일을 채워 넣은 데다 수많은 인물이 나와 세부 내용을 100% 이해하는 건 어렵다. 그런데 끝 무렵 가슴에 뜨거운 것이 번진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는지 곱씹게 된다. 스물다섯 청년의 죽음은 신념과 다소 어긋날지라도 “사는 게 다 그렇다”는 이유로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온 이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30일 개봉하는 한국 천주교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1821~1846)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탄생’ 이야기다.

김대건 신부 하면 대부분 순교와 그가 태어난 솔뫼 성지(충남 당진시) 정도만 안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 궤적을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물다.

영화 ‘탄생’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뒤 첫 조선인 신부가 된 김대건(윤시윤)이 1846년 미사를 집도하는 모습. 민영화사 제공
김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이 영화는 1836년 1월 한국 최초의 서양인(프랑스인) 신부 모방 베드로 신부가 압록강 일대 설원을 지나 비밀리에 입국하는 장면을 긴장감 있게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천주교 박해를 피해 경기 용인에 살던 댕기 머리 도령 15세 김대건은 용인 은이성지에서 모방 신부로부터 세례를 받는다. 세례명은 안드레아. 영화는 그가 최양업 최방제와 함께 한국 최초의 신학생으로 선발된 뒤 7개월에 걸쳐 마카오의 파리외방전교회 신학교에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필리핀에 오가며 라틴어 불어 등 언어와 신학 등 각종 교육을 받는 과정, 1842년 마카오에서 프랑스 군함을 타고 떠난 첫 번째 귀국길, 잠시 조선으로 밀입국했다가 다시 청나라를 거쳐 1845년 1월 죽을 고비를 넘기며 조선에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한 청년의 위대한 모험기로 담아냈다. 귀국 이후 서양인 사제들을 조선으로 입국시키려고 큰 뗏목이나 다름없는 ‘라파엘호’로 서해를 건너며 고군분투하는 모습, 1845년 8월 상하이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조선의 첫 신부가 되는 모습 등을 시간 순서대로 보여준다. 1846년 6월 체포된 뒤 9월 서울 새남터에서 순교하기까지 김 신부의 10년을 한 순간이라도 더 담아내려 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민영화사 제공
박흥식 감독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공부를 해보니 김대건 신부는 천주교인만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다 알아야만 하는 역사적 의미를 지니신 분이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만들게 됐다”며 “제목 ‘탄생’은 조선 근대의 탄생이자 첫 번째 신부의 탄생, 우리가 탄생시켜야 할 미래 등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탄생’팀은 16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시사회도 열었다. 배우 윤시윤의 김대건 연기를 본 교황은 그에게 “성인(聖人)의 얼굴을 가졌다”며 극찬했다고 한다. 윤시윤은 “성인 김대건을 연기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새로운 세상에 대해 탐험하고 모험하고 꿈꾼 불같은 청년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영화에는 종교인 김대건의 모습 외에도 언어학자이자 측량가 지리학자 조선학자 무역가 등의 면모도 두루 보여준다. 그가 얼마나 시대를 앞서간 인물인지를 알 수 있는 장면이 많다. 배우 안성기는 혈액암 투병 중에도 김 신부의 조력자이자 수석역관 유진길(1791~1839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촬영 내내 김대건이라는 인물은 저를 많이 꾸짖었습니다. 200년 전 한 청년은 그토록 어려운 상황에서 꿈꾸고 개척하고 비전을 외쳤습니다. 그것이 씨앗이 되고 꽃이 돼 지금 향기가 나고요. 저를 비롯해 많은 청년이 이 영화를 통해 진짜 향기가 나는 때를 알고 도전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윤시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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