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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소프라노 그리고리안, 푸치니 ‘3부작’서 세 여인 연기…더 깊어진 공명

입력 2022-08-11 14:15업데이트 2022-08-1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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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부르크 페스티벌
푸치니 ‘3부작’(Il Trittico) 중 ‘수녀 안젤리카’
소프라노 아스미크 그리고리안(41)과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1858~1924)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서로에게 완벽히 침투해 상대의 매력에 ‘용의 눈’을 그려주었다. 9일(현지 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만난 푸치니 ‘3부작’(Il Trittico)은 최고의 찬사가 아깝지 않았다.

푸치니 오페라 가운데 그간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이 작품은 올 여름 유럽 음악계 화제의 중심이었다. 이날 무대는 7월 29일부터 여섯 차례 열리는 ‘3부작’ 공연 중 세 번째다. 독일 바이에른방송(BR)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 등은 ‘빛나는’ ‘승리’라는 표현으로 성공을 축하했다.

푸치니가 1918년 발표한 ‘3부작’은 치정살인극인 ‘외투’와 종교적 배경에 모성이라는 가장 강렬한 본능을 입힌 ‘수녀 안젤리카’, 푸치니의 유일한 희극인 ‘자니 스키키’ 등 단막 오페라 세 편을 차례로 하룻밤 무대에 올리도록 엮은 작품이다. 마지막에 배치한 ‘자니 스키키’가 가장 유명하지만 올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자니 스키키-외투-수녀 안젤리카’로 순서를 바꿨다. 소프라노 주역의 비중이 높은 작품일수록 뒤에 배치해 세 작품 모두 주연을 맡은 그리고리안이 최대한 조명을 받을 수 있도록 고려한 구도였다.

푸치니 ‘3부작’(Il Trittico) 중 ‘수녀 안젤리카’
리투아니아 출신인 그리고리안은 2017년 알반 베르크의 ‘보체크’와 2018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 두 오페라로 이 축제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냈다. 올해는 서정미가 두드러지는 푸치니의 세 단막 오페라에서 완벽히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2010년 라트비아 국립오페라의 ‘3부작’에 출연해 성공을 거뒀던 그는 한층 깊고 서늘해진 공명과 영화배우 러네이 젤위거를 연상시키는 매력적인 외모 및 연기로 세계에서 모여든 관객을 사로잡았다.

푸치니 ‘3부작’(Il Trittico) 중 ‘자니스키키’
공명점이 다소 낮으면서도 투과력과 호소력이 강한 그의 목소리는 유명한 ‘자니 스키키’의 아리아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에서부터 강한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두 번째 막으로 배치된 ‘외투’에서 그는 주저하면서도 육욕을 뿌리치지 못하는 뱃사람 아내 조르제타를 선명하게 소화했다. 지긋지긋한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꾸는 장면 ‘나의 꿈은 달라요’에서 그의 유연한 포르티시모는 가사에 나오는 ‘이상한 노스탤지어’를 극장 가득 불러 일으켰다. 아이를 빼앗긴 어미가 ‘엄마 대(對) 엄마’로 성모에게 구원을 탄원하는 ‘수녀 안젤리카’의 막이 내리자 객석 곳곳에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청중들이 눈에 띄었다.

푸치니 ‘3부작’(Il Trittico) 중 ‘외투’
그리고리안 뿐만 아니라 유명 소프라노 출신으로 ‘수녀 안젤리카’의 앨토 역인 공작부인 역에 도전한 카리타 마틸라와 러시아 대표 바리톤 중 한 사람으로 ‘외투’의 잔인한 선장 미켈레를 연기한 로만 부르덴코도 각 막의 완성도를 높이며 갈채를 받았다. 전 빈국립오페라 음악감독 프란츠 벨저뫼스트의 지휘는 푸치니가 감정의 절정에서마다 터뜨리는 육중한 ‘한방’이 부족했지만 균형 잡힌 템포 설정과 파트별 역할 배분으로 무리 없는 근대 이탈리아 오페라를 들려주었다. 연출 콘셉트는 보수적이었지만 ‘수녀 안젤리카’에서 안젤리카가 죽기 전 담배를 피우며 신에 대드는 모습은 푸치니가 정결의 극치로 설정한 관현악 라인과 들어맞지 않았다.

안드리스 넬손스가 지휘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앞서 8일 같은 장소에서 관람한 안드리스 넬손스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말러 교향곡 5번 무대는 전날 마티네(낮 공연)에 이은 두 번째 무대였으나 명암이 교차했다. 전반부에 버르토크 피아노협주곡 2번을 협연한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은 정밀한 터치가 인상적이었지만 충분한 음량을 들려주지 못했다. 메인 곡인 말러 교향곡 5번은 현악부가 종종 흐트러졌고 안쪽 성부의 음량이 멜로디를 넘어서다 흠칫하는 경우도 귀에 걸렸다. 빈 필 현악단원들의 노련함으로 긴장이 바로 바로 흡수되는 모습이 오히려 프로 정신을 느끼게 했다. 넬손스는 자연의 찬미가 두드러지는 5악장 피날레의 거대한 절정부에서 템포를 늦춰 잡고 거대한 풍경이 펼쳐지도록 만들었다. 이 작품 특유의 낙관적 결말이 한층 선연하게 부각됐다.

올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이달 31일까지 열린다. 주관 악단 격인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콘서트는 크리스티안 틸레만으로 시작해 리카르도 무티 등 다섯 지휘자가 지휘봉을 든다. 오페라로는 푸치니 ‘3부작’ 외 베르디 ‘아이다’, 도니체티 ‘라메르무어의 루치아’ 등 여덟 작품을 마련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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