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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핀란드 안무 거장이 빚어낸 오묘한 한국춤…“절제미에 감명”

입력 2022-06-23 11:26업데이트 2022-06-2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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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안무가 테로 사리넨 인터뷰
국립극장 제공
전통춤을 기반으로 하는 국립무용단이 1962년 창단 이래 처음 손잡은 외국 안무가가 있다. 고전발레와 현대무용뿐 아니라 일본의 전통춤 부토와 합기도, 중국의 경극까지 섭렵한 핀란드의 대표 안무가 테로 사리넨(57)이다.

동·서양의 춤을 마스터한 그와 국립무용단의 만남은 2014년에 시작됐다. 무용극 ‘회오리(Vortex)’는 한국 전통춤과 한국 무용수를 재료로 그가 지어낸 첫 작품. 그가 안무한 춤을 보고 있으면 특정 국적과 인종, 젠더가 연상되지 않는다. 이 오묘한 무용극은 한국 초연 이후 2015년 프랑스 칸 댄스 페스티벌, 2019년 일본 가나가와예술극장 무대에도 올랐다. 24일 한국 재연을 앞두고 3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그를 최근 만났다.

“한국 춤의 ‘절제미’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국 무용수들은 내면엔 힘을 가득 채운 채로 춤을 추죠. 가만히 서 있는데도 그 힘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춤에 따라 그 힘을 폭발시킬 때도 있고 우아하게 표현해낼 때도 있습니다. 그걸 본 순간 저는 본능적으로 한국 무용수들과 연결돼있음을 느꼈습니다.”

그가 작명(作名)한 작품명 ‘회오리’는 자연 현상에서 따왔다. 핀란드 출신의 그와 한국 무용수들과의 첫 만남은 뜨거운 공기가 찬 공기를 만나 생기는 회오리 같았다고 회고했다.

“혼돈과 충돌 이후에 새로움이 태어나듯 완벽하게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제가 이곳(한국)에 온 것만으로도 회오리가 만들어진 게 아닌가요.”

무용극 ‘회오리’의 큰 주제는 자연주의다. 핀란드에서 나고 자란 그는 주로 큰 숲과 바다 근처에서 살았다. 대자연의 영향을 받은 그는 춤에 자연의 철학을 접목하는 작업을 즐긴다. ‘회오리’엔 나무를 모티브 삼은 춤도 있다. 하체의 움직임은 최소화하고 상체는 마치 바람이 나부끼는 기다란 헝겊처럼 휘날린다. 손끝의 움직임도 화려하다.

크게보기핀란드 안무가 테로 사리넨
“인간은 마치 나무처럼 땅에 뿌리를 내린 상태에서 위로 올라가려고 하죠. 그 모습을 춤으로 표현하려 했습니다. 전 팔과 손가락에 영혼이 담겼다고 생각해요. 손가락을 활용한 안무로 영혼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무용극 ‘회오리’는 춤만큼 음악도 아름답다. 가야금과 해금, 피리에 맞춰 소리꾼이 소리를 부른다. 음악감독은 어어부프로젝트 출신의 ‘이날치’ 베이스 연주자 장영규가 맡았다.

“가야금, 피리, 해금에서 나오는 매우 깊고 심오한 소리를 너무 사랑합니다. 소리꾼이 부르는 소리는 마치 고대에서 온 여성의 울부짖음과도 같았어요. 무의식에 잠긴 무언가를 뚫고 나오는 소리! 한국의 전통음악에서도 회오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용극 ‘회오리’는 9월 핀란드 헬싱키 댄스하우스(Dance House Helsinki)의 첫 해외 초청작으로 선정돼 핀란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그가 한국 예술가들과 협업한 작품을 모국(母國)에서 처음 선보이게 된 것.

“단순히 한국의 무용 작품이 핀란드에 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국경과 경계를 넘어 한국과 핀란드를 연결할 통로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굉장히 기대가 큽니다.”

24~2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만~7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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