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라 ‘저주토끼’ 부커상 불발…“이제야 마음놓고 런던여행”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27일 16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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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해방됐다는 느낌과 안도감이 아주 큽니다. 만약 수상했다면 언론 행사를 다녀야 했을 텐데 이제야 마음 놓고 런던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이벤트홀 원메릴본에서 개최된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시상식. 단편소설집 ‘저주토끼’(Cursed Bunny·아작)의 정보라 작가(46)는 최종 수상자가 발표된 직후 이렇게 말했다. 올해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엔 지탄잘리 슈리(인도)의 ‘모래의 무덤’(Tomb of Sand)이 선정됐다. ‘저주토끼’는 최종 후보까지 올랐지만 고배를 마셨다.

그는 “지탄잘리 슈리 작가가 수상소감을 말하면서 ‘부커야 부커야 우리 중에 누가 제일 잘났니?’가 아니라고 딱 집어 말씀해 주셔서 굉장히 감사했다”며 “지탄잘리 슈리 작가는 현자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최종 후보자들이 다들 국가대표가 된 듯한 압박감을 느낀 것 같다. 당장 원고 마감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데 안도했다”고 했다. 그는 “모든 문학과 예술은 포부를 갖지 않을 때에 가장 많은 성취를 이룬다고 생각한다. 상을 타거나 독자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가 믿는 가치와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서 글을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저주토끼’를 번역한 허정범(41·안톤 허) 번역가에 대해 “안톤은 아주아주 뛰어난 번역가이면서 동시에 인맥도 넓고 문학계 사정을 두루 잘 이해한다. 판단력도 뛰어나고 순발력도 좋은 만능 인재”라고 했다. 또 “정말 어마어마하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어 바빠지실 텐데 안톤이 제 작품을 계속 번역해 주겠다고 하셔서, 가능하면 계속 안톤과 협업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허 번역가는 “여기까지 온 것이 믿기지 않고 행복하다”며 “영국에 와서 책방에 가보면 ‘저주토끼’가 다 팔리고 없었다. 내가 책을 잘 골랐구나 싶었고, 이것도 번역가 능력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27일 판권 계약 에이전시인 그린북 에이전시에 따르면 ‘저주토끼’는 지난해 영국 출간에 이어 미국 중국 스페인 일본 베트남 등 18개국에 출간될 계획이다. 그린북 에이전시 관계자는 “‘저주토끼’는 노르웨이 스웨덴 그리스 태국 이스라엘 출간도 검토 중”이라며 “정 작가가 쓴 100여 편의 단편과 장편소설 ‘죽은 자의 꿈’이 세계 판권 시장에서 활발히 판매가 검토되고 있다”고 했다.

정 작가는 신춘문예 등 문단 등단 절차를 거치지 않은 장르문학 작가다. 한국에선 비주류로 취급받던 호러, 공상과학(SF) 작품으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출판계에선 2016년 한국인으로는 처음 부커상 인터내셔널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창비)의 성과엔 못 미쳤지만 한국 장르문학의 외연을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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