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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스물 두살, 癌과의 전쟁을 기록하다

입력 2022-01-15 03:00업데이트 2022-01-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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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인 채 완전한 축제/술라이커 저우아드 지음·신소희 옮김/440쪽·1만7800원·월북
삶은 어차피 죽음의 중력에 종속돼 있다. 누구나 떨어지고 있다. 바닥이 보이지 않으니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저자는 너무 일찍 바닥을 보고 말았다. 스물두 살에 생존율 35%의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것이다. 떨어지는 삶, 줄어가는 시간, 아니 당장 병상 바로 옆에서 삑삑대는 모니터, 쉭쉭대는 인공호흡기 소리와 싸우기 위해 매일매일 자판을 두드리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투병기는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세상 밖으로 뻗어나갔고 비슷한 처지의 수많은 사람에게 공감의 힘을 전한다.

공감의 편지를 보내온 사람 가운데는 인생의 절반을 감옥에서 보낸 사형수도 있었고 오랜 세월 동안 생이 끝나기만을 기다린 불치병 환자도 있었다. 자살한 아들을 가슴에 묻은 어머니, 청소년기부터 암과 싸운 10대 소녀도 있었다. 저자는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그들을 직접 만나보기로 한다.

이 책은 투병기이자 글로 쓴 로드무비다. 1500일간의 투병 생활, 2만4140km의 자동차 여행을 펼쳐냈다.

암 진단 전, 종군기자를 꿈꿨던 저자는 자신의 병과 싸우는 과정, 그 치열한 전장을 종군기자 이상의 기억력, 취재력, 표현력으로 묘사해낸다. 소설이 아니지만 디테일이 생생해 소설처럼 읽힌다.

책은 지난해 미국 아마존 종합 1위에 올랐고 미국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워싱턴포스트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저자는 암 생존자이자 작가, 강연가로 두 번째 삶을 살고 있다. 한국어 제목 못지않게 영어 원제인 ‘Between Two Kingdoms(두 왕국 사이에서)’도 의미심장하다. 이는 수전 손택의 다음과 같은 글에서 따온 말이다.

‘인간은 모두 건강의 왕국과 질병의 왕국, 두 곳의 이중국적을 갖고 태어난다. 우리는 좋은 여권만을 사용하길 바라지만, 누구든 언젠가는 잠시나마 다른 쪽 왕국의 시민이 될 수밖에 없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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