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또는 사랑”… ‘21세기 사이먼&가펑클’의 귀환

임희윤 기자 입력 2021-06-22 03:00수정 2021-06-22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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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음유시인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서면 인터뷰
12년만의 새 앨범 ‘Peace Or Love’… 기타 2대와 미성의 하모니 ‘마법’
“제대로 된 기타 못 구해 앨범 지연”, “2013년 방한 무대, 못 잊을 추억”
노르웨이의 세계적인 모던 포크 듀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엘렌 외위에(왼쪽)와 에이리크 글람베크 뵈에. 두 사람은 “앨범 내는 데 12년이 걸렸지만 1년에 3개월씩만 함께 지내며 작업하니 우리에겐 4년이 1년과 같다. 1년 내내 함께 지냈다면 다툴 일도 더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에메랄드빛 바다, 노란 백사장, 하얀 태양의 융단이 깔린 누벨칼레도니 해변. 이 비단결 같은 음악을 틀어놓고 잠든다면 아마 저런 정경을 꿈에서 만날지 모르겠다.

그러나 주인공은 남회귀선도, 적도도 아닌 북위 60도에 위치한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왔다. 1999년 결성, 2001년 데뷔. 엘렌 외위에, 에이리크 글람베크 뵈에(이상 46). 두 남자로 구성된 모던 포크 듀오, 북유럽의 음유시인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가 돌아왔다.

해체설을 불식하고 무려 12년 만의 정규앨범, 4집 ‘Peace or Love’를 18일 세계에 내놓은 외위에와 뵈에를 서면으로 만났다. 뜻밖에 외위에는 이탈리아의 시라쿠사, 뵈에는 베르겐에서 각각 답장을 보내왔다. 외위에는 “하루하루가 (연인의 재회를 그린) ‘Cayman Islands’(2004년 2집 수록) 같으면 좋았겠지만 (소통의 단절을 묘사한) ‘My Ship Isn‘t Pretty’(2009년 3집 수록)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들은 21세기의 ‘사이먼 앤드 가펑클’(1960, 70년대 큰 인기를 모은 미국 포크 록 듀오)로 일컬어진다. 부서질 듯 가녀린 두 미성의 하모니는 ‘The Sound of Silence’ ‘Scarborough Fair’만큼 아찔한 절경.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미학은 종종 저 20세기 전설의 듀오마저 뛰어넘는다. 두 대의 기타가 양쪽 스피커에서 각자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는 마법의 분산화음이 커피와 우유처럼 소용돌이칠 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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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위에는 “앨범이 나오기까지 이렇게 오래 걸리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제대로 된 기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뵈에가 1∼3집에 사용한 클래식 기타를 2010년 사무실에서 도둑맞았거든요. 그 뒤에 다른 기타도 몇 대 만났지만 잃어버리거나 문제가 생겼습니다.”(외위에)

듀오이지만 서로의 음악과 삶을 존중하는 태도도 오랜 공백에 영향을 미쳤다고.

“각자 추구하는 가치를 존중하며 원하는 일을 하면서 지냈어요. 저는 아이가 셋이고 전자음악 프로젝트 활동을 했어요. 건축 심리학을 가르치면서 베르겐에서 도시계획과 디자인을 맡기도 했죠.”(뵈에)

신작에서 이들은 따사롭고 아름다운 어쿠스틱 설계도에 또 한번 삶의 관조를 실어낸다. 사랑스러운 동시에 평화롭기까지 한 이 앨범의 제목에 ‘와/과(and)’가 아닌 ‘또는(or)’을 넣은 이유가 궁금했다.

“인생에서 평화와 사랑 모두를 얻을 가능성보다는 하나만을 얻을 가능성이 더 크잖아요. 우리가 모두 평화 ‘또는’ 사랑을 기대한다면 30대 후반쯤 돼서는 덜 실망할 거예요. ‘최소한 평화는 건졌네…’ 아니면 ‘그래 내게 사랑은 있으니까…’라면서.”(외위에, 뵈에)

이들은 노르웨이의 자연보다 도시의 특성에 더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둘은 “베르겐은 겨울에 눈도 안 오고 여름에 수영을 할 만큼 따뜻한 것도 아니어서 별 자극이랄 게 없다. 그래서 음악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듀오는 이역만리 한국을 촉촉한 비의 정경으로 기억했다.

“서울에서 열린 야외 페스티벌(2013년) 무대에 섰는데 그때 정말 엄청났죠. 비가 오고 있었고 관중은 원색의 우비를 입었어요. 비가 오는데도 객석이 컬러풀했던 그 광경을 잊을 수 없습니다.”

두 사람은 “무엇보다 한국 팬들이 우리의 신작을 들으며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고 했다.

“신작 작업을 끝마칠 수 있었던 중요한 원동력은 한국, 멕시코, 인도네시아같이 저희 음악을 많이 사랑해주는 특별한 나라에서 다시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거든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사이먼#가펑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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