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급 한우-약수터 물바가지가 완판 행진… 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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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굽남’ ‘피식대학’ 등 유튜브 채널
콘텐츠 창작성 반영된 상품 판매
구독자 호응 얻으며 새 트렌드로

지난해 12월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이 라이브 영상을 통해 선보인 ‘한사랑 산악회 입회 기념 패키지’. 물 바가지, 등산 컵, 손수건 등으로 구성된 상품이다. 유튜브 캡처
지난해 12월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이 라이브 영상을 통해 선보인 ‘한사랑 산악회 입회 기념 패키지’. 물 바가지, 등산 컵, 손수건 등으로 구성된 상품이다. 유튜브 캡처
45분 만에 매진. 어느 유명 가수의 공연 티케팅 현장이 아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내놓은 상품을 사겠다고 사람들이 모였다.

284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땅끄부부’는 지난해 10월 땡큐부부 매트 세트를 내놨다. ‘칼소폭’(칼로리 소비 폭발) 시리즈로 유명한 이 부부는 실제 운동을 하면서 매트의 얇은 두께에 불편함을 느꼈고, 이를 보완한 매트와 물병 등을 직접 제작했다. 1차 출시 당시 준비한 300개 한정 패키지는 모두 판매됐고, 2차 출시도 했다. 이 부부는 수익금 전액을 장애인 복지시설에 기부했다.

이걸 가능케 한 건 ‘유튜브 상품(YouTube Merch)’ 기능 덕분이었다. 유튜브 상품 기능은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에서 자신의 공식 브랜드 상품을 홍보할 수 있는 것으로, 지난해 6월 국내 도입됐다. 유튜브가 콘텐츠를 올리고 소통하는 공간을 넘어 상품 판매의 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 이 기능은 제휴사와 협력한 크리에이터들이 그들의 상품을 영상 하단과 채널 스토어 페이지에서 홍보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커머스 플랫폼 다이아마켓과 머치머치가 제휴사로 등록돼 있다.

이는 유튜브 측과 수익 공유 계약을 맺은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YPP)에 가입한 채널에 한해 일반 브랜드 제품이 아닌 채널 고유의 창작성이 반영된 공식 MD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 음악 채널은 공식 아티스트 채널만 가능하며, 그 외 채널은 구독자 1만 명 이상을 보유해야 하며 키즈 채널이 아니어야 한다.

‘크리에이터의 상품’을 내건 기능이다 보니 채널 고유의 정체성이 담긴 상품이 눈에 띈다. 푸드 크리에이터 ‘산적TV 밥굽남’은 2등급 한우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이를 주재료로 한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판매했다. 이는 이달 들어 54차 판매일에 접어들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등산하는 중년 남성들을 연기하는 코미디 콘텐츠 ‘한사랑 산악회’로 유명해진 ‘피식대학’은 약수터 물바가지, 등산 컵, 손수건 등으로 구성된 ‘입회 기념 패키지’를 지난해 12월 라이브 방송에서 선보여 전량 판매됐다. 헤어디자이너 ‘기우쌤’은 자신의 헤어 제품 브랜드를 직접 만들어 팔고 있다. 기우쌤은 “유튜브 상품 기능을 통해 동영상을 시청하면 바로 영상 속 제품을 확인하고 구입할 수 있어 판매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팬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상품도 있다. 양어장 주변의 길고양이들을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내는 ‘haha ha’는 2021년 달력과 양어장 주변 소리를 담은 카세트테이프 모양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 등으로 구성된 선물세트를 내놓았다. 특히 112페이지에 달하는 주간 달력에는 크리에이터가 기록한 고양이 사진들이 화보집처럼 정리돼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 영상을 다시 보는 듯 추억에 잠긴다”며 자신의 반려묘 이야기를 공유하기도 한다. 2차 판매까지 진행됐고, 현재도 다시 판매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흐름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머치머치를 선보인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서현직 커머스팀 디렉터는 “크리에이터들이 만드는 상품은 제품을 넘어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며 “이들의 콘텐츠는 대중적인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많은 만큼 유튜브 내 사업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머치머치에는 150팀 정도의 크리에이터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다.

브랜드 회사들도 유튜브 크리에이터들과 손잡고 있다. 그림 그리는 크리에이터 이연과 모나미는 ‘플러스펜 한정판 세트’를 만들었다. 물에 번지지 않는 무채색 안료 잉크와 채색을 위한 수성 잉크 및 붓이 포함된 제품으로, 팬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한우#약수터#완판 행진#피식대학#밥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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