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깊이 사과”…‘표절 논란’ 신경숙 6년만에 독자 앞에 서

이호재 기자 입력 2021-03-03 16:44수정 2021-03-0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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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제공
“젊은 날 저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 때문에 발등에 찍힌 쇠스랑을 내려다보는 심정으로 지냈습니다.”

소설가 신경숙(58)은 신작 출간을 앞두고 3일 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6년 전 표절 논란에 대해 “다시 한번 제 부주의함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무겁게 입을 뗐다. 그가 공식적으로 사과한 건 표절 논란 이후 처음이다. 다만 의도적으로 표절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날 신경숙은 “제 작품을 따라 읽어준 독자 분들을 생각하면 어떤 낭떠러지 앞에 서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가슴이 미어지기도 했다”며 복귀를 앞둔 심정을 드러냈다. “(독자에게) 제 마음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매일 생각했다. 심중의 말을 정확히 다 표현할 수 없으니까 글을 쓴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그는 표절 논란 이후 6년의 칩거 기간에 대해 “30여 년 동안 써온 제 글에 대한 생각을 처음부터 다시 해보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신경숙은 5일 그의 8번째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창비)를 출간한다. 그는 신작에 대해 “그동안 제 작품을 따라 읽어주셨던 독자 한 분 한 분께 간절하게 전해드리는 제 손 편지 같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신경숙이 작품을 단행본으로 낸 건 2013년 소설집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문학동네)를 낸 이후 8년 만이다. 장편소설 단행본은 2010년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문학동네) 이후 11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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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신경숙이 언론과 공식적으로 만난 건 2015년 6월 표절 사태 직후가 마지막이었다. 이날 간담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유튜브로 진행됐다. 그는 목이 긴 검정색 스웨터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안색은 창백했다. 복귀 심경을 묻자 그는 연필을 만지작거리고 잠긴 목을 풀기 위해 커피와 물을 마신 뒤 답하는 등 긴장된 모습이었다. ‘공식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연 만큼 복귀 심경을 다시 얘기해 달라’는 질문에는 “갑자기 머리속이 하얘지게 됐다”며 말을 떨기도 했다.

하지만 창작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했다. 신경숙은 “과거 제 허물과 불찰을 무겁게 등에 지고 앞으로도 새 작품을 써가겠다”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문학은 제 인생의 알리바이 같은 것이기 때문에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제 마음이다. 작가이니까 작품을 쓰는 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번 신작은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해 고향인 J시에 혼자 남은 아버지를 화자인 ‘나’가 5년 만에 찾아가며 시작된다. 한국전쟁, 4·19혁명 등 한국현대사를 겪은 아버지의 인생을 딸이 들여다본다. 신경숙은 기자간담회에서 “어린 시절 전쟁을 겪은 아버지, 현대사 속 고통 받은 아버지, 가족으로서의 아버지, 개인적인 사연 가진 아버지, 자식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모습들을 썼다”며 “아무 이름 없이 한 세상을 살다 가는, 또 살고 있는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신경숙의 헌사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2008년 출간된 뒤 지금까지 국내에서 250만 부가 팔린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창비)의 형제격 작품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신경숙은 어머니가 실종된 사건을 계기로 한국사회의 어머니의 역할을 조명한 ‘엄마를 부탁해’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며 “이번 작품도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가족 이야기로 복귀 논란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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