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늘며 공유오피스 이용 증가… 난 남의 집으로 출근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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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달라지는 주거-사무 공간]재택 늘며 공유오피스 이용 증가
여럿이 쓰는 다중시설 불안감에 작고 분리된 공간 만들어 제공
집주인이 한옥-빌라-작업실을 공유 사무실로 내놓는 경우도
아예 자택을 사무실처럼 꾸미게 유튜브에 변형방법 소개 영상도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근처 공유 오피스 ‘집무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독서실처럼 칸막이를 친 좌석도 갖췄다. 집무실 제공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근처 공유 오피스 ‘집무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독서실처럼 칸막이를 친 좌석도 갖췄다. 집무실 제공


공유 오피스가 진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된 데 따른 것이다. 기존 공유 오피스는 넓은 개방 공간인 라운지를 중심으로, 여러 업종의 근무자가 함께 일하는 환경이 포인트였다. 하지만 감염증 우려로 다중이 모이는 시설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공유 오피스도 개인화·소형화를 꾀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 기간이 길어져 업무효율 저하로 인해 업무와 주거 공간의 분리를 호소하는 이가 늘고 있다. 공유 오피스 업계는 이런 수요를 잡기 위해 변화를 모색하며 총력전을 펴고 있다. 업계는 코로나19가 잦아든 후에도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더 작게, 더 프라이빗하게

타인의 집을 사무실로 사용하는 모습. 남의집 제공
타인의 집을 사무실로 사용하는 모습. 남의집 제공


회사원 박재형 씨(32)는 요즘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집 근처 공유 오피스인 ‘집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집 근처 사무실을 표방한 이곳은 회원제로 운영되는 공유 오피스. 언뜻 보면 칸막이 좌석이 빽빽이 들어찬 독서실 같기도 하고,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카페나 사무실을 떠올리게 한다. 방역과 더불어 사방이 막힌 ‘집중형’부터 정반대의 ‘개방형’ 좌석 형태를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박 씨는 “침대와 책상이 같은 공간에 있는 방에서 오랜 시간 일하다 보니 집중력, 효율성이 떨어졌다. 집 근처에서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업무 공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김성민 집무실 대표는 “재택근무에 대한 사회 인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걸 느꼈다”며 “기존 공유 사무실이 밀집한 종로 여의도 강남 등 도심으로 이동하는 대신 거주지 근처에 자리 잡은 사무공간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운영 중인 3개 지점에 이용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인천 중구의 복합문화공간 ‘서담재’는 갤러리, 세미나실로 쓰이던 공간을 최근 리모델링해 ‘공유 서재’로 바꿨다. 일자별, 시간대별로 이용자가 특정 공간을 예약해 사용할 수 있다. 5개 방으로 구성된 이곳은 크기에 따라 1∼4명이 이용할 수 있다. 혼자 쓰는 좁은 방 안에는 책상 옆에 침대가 복층으로 놓여 업무 중 잠시 쉴 수도 있다.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으로 회의를 하거나, 동영상 강의를 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 이애정 서담재 대표는 “코로나로 지난해는 문화공간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었다. 그 대신 시대가 요구하는 대로 소형화된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집을 찾아 취향을 공유하는 ‘남의 집 프로젝트’도 있다. 남의 집 거실이나 안방으로 출근하는 개념이다. 호스트가 본인 집이나 작업실 등을 여러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장소로 내놓는 것으로, 보다 개인화한 공유 오피스다. 한옥, 빌라, 갤러리, 작업실 등 호스트가 공개하는 모든 장소가 사무실이 될 수 있다. 이용자들은 “다른 이용자들과 적정한 거리를 두고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어 좋았다”는 반응이다. 이런 공유 오피스는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김성용 남의집 대표는 “팬데믹 이후 모임 자체에 대한 감염 우려는 있지만 사무 공간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이는 확연히 늘었다”고 했다.

집에서 일하지만 아직 밖으로 나갈 준비가 안 된 이들 사이에선 이른바 ‘홈피스(홈+오피스)’ 만들기가 유행하고 있다. 최근 유튜브에는 집을 사무실로 꾸미는 방법을 설명한 홈피스 영상이 인기다. 하루 종일 일하는 장면을 촬영하거나, 홈피스 물품을 세세하게 설명하는 영상이 많다.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서도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대화방이 꾸준히 개설되고 있다. 해당 대화방에선 자신의 홈피스 모습을 설명하고 일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 소개된다.

○ ‘위드 코로나’ 시대 공유 오피스 확대 예상

국내에 27개 지점을 보유한 공유 오피스 기업 ‘패스트파이브’도 개인화에 초점을 맞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곳도 코로나 이후 소규모 모임 혹은 개인의 이용 문의가 부쩍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한 달 약 40건이던 개인 입주 문의는 지난달 약 330건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개방 공간보다 독서실 형태의 칸막이형 좌석을 늘렸다. 패스트파이브 관계자는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구상 중이었는데 팬데믹을 계기로 변화가 가속화됐다. ‘개인에게 집중하자’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유 오피스 기업 ‘스파크플러스’도 100% 지정좌석제로 운영하는 ‘프라이빗 데스크’를 도입했다. 조금 더 차분하고 조용하면서 타인과의 접촉을 줄이는 콘셉트다. 재택근무로 화상회의 관련 전용 공간도 늘렸다. 감염 우려로 인해 계약 전 현장을 둘러보는 과정마저 꺼리는 고객을 위해 사무실 공간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온택트 프리(pre) 투어’도 선보였다. 사무실 출입 시 직원을 거치지 않는 무인 시스템도 모든 지점으로 확대하고 있다. 목진건 스파크플러스 대표는 “공용 공간에서 방역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분산 업무를 강화하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관련 수요가 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계적 추세도 맞닿아 있다. 8개국에 걸쳐 40개 이상의 지점을 갖춘 ‘저스트코(JustCo)’는 대형 공유 오피스 기업 중 처음으로 시간제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도심과 교외 주거지에 배치한 1인용 소형 사무실 ‘스위치(Switch)’도 도입했다.

공유 오피스 조사기관 코워킹 리소시스(Coworking Resources)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공유 오피스 이용자 수는 약 193만 명에 달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은 세계 공유 오피스 시장 규모가 2019년 92억7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82억4000만 달러로 줄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향후에는 관련 시장 규모가 연평균 11.8%씩 성장해 2023년 114억20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코로나19와의 공존을 뜻하는 ‘위드 코로나’ 흐름에 맞춰 원격근무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코로나 시대#공유 오피스#다중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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