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디지털 발전이 지구를 구하는 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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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피크:거대한 역전의 시작/앤드루 맥아피 지음·이한음 옮김/392쪽·1만8000원·청림출판

전 세계에는 수세식 화장실이나 수돗물을 쓰는 사람보다 휴대전화기를 가진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2016년 기준). 2017년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아프리카에는 전기를 쓰는 사람보다 휴대전화기를 쓰는 사람이 훨씬 많다. 통화 가능 지역으로 가거나 충전하려면 몇 km를 걸어야 하지만 대다수는 개의치 않는다”고 보도했다. 수세식 화장실, 전기가 산업혁명을 의미한다면, 스마트폰이 가져온 변화는 이를 앞질러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변화가 더 풍요로우면서 환경 친화적인 미래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디지털비즈니스센터의 수석 연구원이다. 산업시대 인류는 자원을 채취하며 경제적 성장을 이뤄냈다. 즉, 지구의 희생을 바탕으로 부를 창출한 것이다. 이에 반해 컴퓨터와 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은 자원을 덜 사용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전화 통화뿐 아니라 인터넷, 사진·비디오 촬영, 메신저 등의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을 보자. 이 기기는 손바닥만 하지만 데스크톱 컴퓨터와 카메라, 캠코더, 팩스기를 대체하고 있다. 저술가이자 기업가인 피터 디어맨디스는 “현재 케냐 한가운데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마사이족 전사는 구글에 접속하는 순간, 15년 전 미국 대통령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장밋빛 미래의 더 구체적인 근거를 ‘낙관주의의 네 기수’로 설명한다. 네 기수는 기술 발전, 자본주의, 반응하는 정부, 대중의 인식이다. 기술과 자본주의가 협력해 효율성을 높이는 가운데 대중은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을 갖추고 정부가 이에 반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자본주의의 탐욕을 억제할 수 있는 규제 방법도 제안한다. 위기에 처한 생물종 보호,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탄소세 부과, 환경오염 기술에 대한 경제적 부담 높이기 등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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