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키부츠’ 유쾌하게, ‘검객’ 짜릿하게… 코로나 우울증 날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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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연휴 볼만한 공연-영화-전시
팝스타 신디 로퍼가 작곡한 노래
외계생물 맞서는 ‘K-코믹스릴러’
오케스트라 반주로 투란도트 감상

화려한 무대가 눈을 즐겁게 하는 뮤지컬 ‘킹키부츠’(왼쪽 사진)는 2013년 토니상 6개 부문 수상작이다. CJ ENM 제공
화려한 무대가 눈을 즐겁게 하는 뮤지컬 ‘킹키부츠’(왼쪽 사진)는 2013년 토니상 6개 부문 수상작이다. CJ ENM 제공
《추석은 왔지만 추석 같지 않다. 종택(宗宅)의 종손은 방문 자제를 당부하고 노모는 휴대전화 영상통화로 “난 괜찮다”며 귀향을 만류한다. 차례상은 ‘음복(飮福) 도시락’으로 대체되고 깊은 산속, 바다 건너로 사람들은 ‘추캉스(추석+바캉스)’를 떠난다. 그래도 쇼는 계속돼야 한다. 중추절 연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며 온·오프라인으로 눈과 마음을 채울 공연 전시 영화를 추려봤다.》

○ 킹키부츠(뮤지컬)


파산 위기의 신발 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드래그 퀸(여장 남자) 롤라를 만나 드래그 퀸이 신는 ‘킹키부츠’ 만들기에 도전한 실화를 유쾌하게 그렸다. 팝스타 신디 로퍼가 작곡한 노래는 귀에 쏙쏙 꽂힌다. 2014년 국내 초연 때 익살스러운 연기로 객석을 들었다 놓은 강홍석, 뛰어난 가창력으로 열연한 최재림이 롤라로 무대에 선다. 박은태가 새 롤라로 합류했다. 찰리 역은 이석훈 김성규. 30일∼10월 4일 공연 전 좌석 30% 할인. 11월 1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6만∼14만 원.

○ 베르테르(뮤지컬)


올해 창작 20주년을 맞이한 작품으로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무대에 옮겼다. 고전적인 연출과 서정적인 음악에 순수하고도 가슴 아픈 이야기가 어우러진다. 섬세한 감정을 노련하게 표현하는 엄기준, 부드러운 목소리의 카이, 애절한 연기를 선보이는 유연석과 깊이를 더해가는 규현, 주목받는 배우 나현우까지 5명이 베르테르를 연기한다. 롯데는 김예원 이지혜. 11월 1일까지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 6만∼14만 원.

○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영화)


영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에서 고교 동창인 양선(이미도)과 소희(이정현) 세라(서영희·오른쪽 사진 왼쪽부터)는 인류 멸망을 노리는 외계인 ‘언브레이커블’을 잡기 위해 힘을 합친다. TCO더콘텐츠온 제공
영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에서 고교 동창인 양선(이미도)과 소희(이정현) 세라(서영희·오른쪽 사진 왼쪽부터)는 인류 멸망을 노리는 외계인 ‘언브레이커블’을 잡기 위해 힘을 합친다. TCO더콘텐츠온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어쩌면 지구인의 외피를 뒤집어쓴 외계 생물의 비유일 수도 있다. 할리우드에서 좀비나 ‘맨인블랙’ 시리즈, ‘잇’으로 형상화되던 타자(他者)에 대한 두려움이 표현된 한국 영화는 ‘지구를 지켜라’(2003년)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외계 생물과 대놓고 맞서는 흔치 않은 한국형 코믹 스릴러다. 지구 멸망을 목표로 나타난 외계의 ‘언브레이커블’에 여고 동창들이 한판 붙는다. 29일 개봉.

○ 검객(영화)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코로나19에 명절 스트레스까지 쌓인다면 연휴는 괴로울 뿐이다. 이 악몽을 떨쳐내기에 칼싸움만큼 시원한 것도 없다. 조선 최고 검객이지만 광해군 폐위 이후 세상을 등진 태율(장혁)이 딸을 납치한 청나라 황족 구루타이(조 타슬림)를 쫓는다. 딸을 구하는 이야기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도 거듭된, 기시감 강한 소재. 하지만 장혁의 고난도 검투(劍鬪) 액션은 머리를 텅 비우게 할 만큼 쾌감이 있다. 23일 개봉.

○ 오페라 콘체르탄테 투란도트(클래식)


오페라 팬이 아니더라도 음악을 곁들인 드라마를 좋아하거나, 방송에서 들려오는 ‘성악적 발성’에 귀가 붙들린다면 이 공연을 추천한다. 10월 2일 오후 4시 서울 롯데콘서트홀.

‘콘체르탄테’란 무대장치 없이 콘서트 형식으로 공연하는 오페라를 말한다. 오페라 전성기의 마지막 거장 푸치니가 최후로 남긴 걸작 ‘투란도트’의 주요 장면을 오케스트라 반주로 감상할 수 있다. 테너 아리아 ‘잠들지 말라’는 유명하다. 테너 이현종, 소프라노 조현애 정꽃님, 김봉미가 지휘하는 베하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위너오페라합창단이 출연한다. 3만∼12만 원.

○ 임동식 개인전 ‘일어나 올라가’(전시)


제5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 임동식 작가가 국내에 들여온 ‘자연미술’의 역사를 볼 수 있다. 1970년대 중반 ‘한국미술청년작가회’의 안면도 꽃지해변 작업으로 자연미술의 가능성을 본 임 작가는 1980년대 홍명섭 등과 ‘야투(野投)―야외현장미술연구회’를 결성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이 건립할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와 연계한 전시로 당시의 생생한 기록을 엿볼 수 있다. 11월 22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무료.

○ 내 나니 여자라(전시)


수원시립미술관 개관 5주년 기념 전시.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을 매개로 여성에 대한 동시대적 정서를 고찰한다. 윤석남 임민욱 이미래 이은새 등 동시대 여성 작가 13인(팀)의 회화 설치 미디어 등 작품 48점을 선보인다. 여성의 이야기를 듣고 여성의 존재와 정체성을 생각해 보자고 제안한다. 11월 29일까지. 경기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1000∼4000원.

김재희 jetti@donga.com·유윤종 문화전문기자·김민 기자
#한가위 연휴#킹키부츠#베르테르#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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