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1·2차대전 戰車 모습이 다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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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제1·2차 세계대전/A. J. P. 테일러 지음·유영수 옮김/각 400쪽, 472쪽·각 2만5000원, 2만7000원·페이퍼로드

세계는 약 100년과 75년 전에 끝난 두 차례 세계대전의 그늘에서 벗어나 있는가. 국제정치사가인 저자의 두 책은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암시한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전략적 경쟁은 제1차 세계대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패권국과 신흥국의 경쟁을 떠올린다. 새로운 합종연횡의 가능성은 20세기 초반 세계와 흡사하다. 1918년 세계를 휩쓴 스페인독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겹친다.

제2차 세계대전은 어떤가. ‘토착왜구’라는 신조어를 낳은 현 정부의 대(對)일본 정책과 맞물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태평양전쟁 말기 일제가 부른 비극이다. 족쇄처럼 우리를 구속하는 남북관계는 2차대전 이후를 겨냥한 강대국의 세계전략이 낳은 한반도 분단의 결과다.

각각 1963년과 1974년에 쓰인 두 책은 각 전쟁의 원인에 대한 기존 연구와는 궤를 달리하는 시각을 보여준다.

1차대전의 원인으로 꼽히는 팽창정책, 세력경쟁, 동맹 실패 대신 저자는 ‘철도 시간표 이론’을 꺼내든다. 1914년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 저격으로 빚어진 위기에서 각 나라가 외교적 술책으로 한 선전포고와 동원이 철도를 통해 실제 행동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 2차대전은 세계 정복이라는 히틀러의 야심에서 촉발됐다는 기존 연구와는 달리 히틀러가 무력 사용 위협과 소규모 전쟁을 통해 독일의 힘과 지위를 키워나가려 했다고 주장한다.

양차 대전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자는 1차대전은 대중의 전쟁이었지만 전선은 집에서 멀었던 반면 2차대전은 모든 사람이 전쟁에 휘말렸고 전방과 후방의 구분은 사라졌다고 분석한다. 전례 없는 국가적 단결이 요구돼 1차대전 때 각광받던 장군들은 뒤안길로 들어서고 히틀러 처칠 루스벨트 스탈린이 비길 데 없이 강한 힘을 가졌다고 파악한다.

두 책에는 전쟁의 참상과 이모저모를 기록한 470장의 사진이 있다. 전차의 변모를 통해 양차 대전 사이 군사기술 발전상을 알 수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제1·2차 세계대전#a. j. p. 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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