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기능 지키려면 이건 꼭 기억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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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여성의원 이윤태 원장

이윤태 수목여성의원 원장은 “여성은 기혼여부를 떠나 건강검진 때 난소기능 검사까지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홍태식
이윤태 수목여성의원 원장은 “여성은 기혼여부를 떠나 건강검진 때 난소기능 검사까지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홍태식
“건강검진을 할 때 ‘난소기능’ 검사까지 해야 해요. 결혼계획이 없어도 난소에 난자가 얼마나 남아있는지를 알면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고. 요즘 같은 정보화시대에 자신의 생식력 가능성을 몰라서야 되겠어요. 가뜩이나 결혼까지 늦어지는데, 임신이 안 돼 병원에 갔더니 ‘폐경 직전’이란 말을 듣는다면 얼마나 충격이겠습니까.”

난임전문의 27년차 이윤태 수목여성의원 원장은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조기난소부전(이하 조기폐경) 여성의 사례를 거론하며 “난소가 회춘할 수 없는 기관이긴 해도 조금이라도 폐경 시기를 늦출 수 있다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기폐경’이란 40세 이전에 폐경이 되는 것으로, 난소의 기능인 배란 및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분비가 멈추는 것이다. 생식기관 중 하나인 난소는 평생 쓸 난자를 담고 있는 주요 장기로 뇌하수체에서 분비하는 호르몬(FSH, LH 등)에 반응하며 난자를 키우고, 배란시키는 등 생명잉태를 위한 기본적인 일을 하고 있다.

이윤태 원장은 “난소가 염색체이상, 유전적 요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조기폐경이 되는 거야 막을 길이 없지만 최근에는 후천적인 요인으로 인해 난소의 노화가 빨라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암 발병에 의한 항암치료(방사선치료)는 물론 자가 면역 질환, 독성물질 노출, 전자파, 흡연, 미세먼지 등에 의해 난소기능 저하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혼인율과 출산율이 해마다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는 시대다. 만혼(晩婚)으로 인해 출산 연령이 높아져서 40대 여성이 출산하는 사례가 증가했지만 그만큼 고령 난임 인구가 가파른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세태에 이윤태 원장이 제시한 난소 노화를 늦출 수 있는 몇 가지 팁은 중요한 자료가 아닐 수 없다.

수목여성의원 김종한 원장, 이윤태 원장, 김강식 연구실장.
수목여성의원 김종한 원장, 이윤태 원장, 김강식 연구실장.

난소의 나이를 알 수 있는 검사 방법이 있는지.

기본적으로는 항뮐러관호르몬(이하 AMH) 검사를 한다. AMH는 난소에 있는 원시난포(미성숙난포)에서 분비되는 물질이다. 난자 개수가 많을수록 혈중 AMH 수치가 높게 나온다. 쉽게 말해서 난소가 젊고 난자가 많으면 AMH 수치가 높게, 난소가 노화되어 난자가 적으면 낮게 나온다.

나이에 비해 난자 개수가 적으면 조기폐경을 의심해야 하나.

그렇다. 20∼30대인데 난소에 남은 난자가 평균 이하라면 난소가 노화되고 있다고 의심해야 한다. 평균적으로 AMH 수치가 30대 초반이면 4∼3점대, 30대 후반은 2점대, 40대 초중반이면 1점대, 40대 중후반이면 0점대다. 0.1 이하라면 폐경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마흔도 안 되었는데 폐경수치가 나오는 여성을 자주 만난다. 이러한 여성에게는 자연임신과 인공수정보다는 체외에서 수정이 해결되는 IVF(시험관아기 시술)을 선택해서라도 노력(임신)하자고 권한다.

난자 개수가 난소 나이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AMH 검사는 난소에 남아 있는 난자 개수일 뿐이다. 초음파를 통해 난소 사이즈 등도 파악해야 한다. 장기마다 수명이 다르다. 난소의 사망은 폐경이다. 요즘 여성들은 폐경이 앞당겨지고 결혼은 늦어져 임신 기회가 짧아지고 있다. 염색체 이상 등 선천적인 문제로 인한 조기폐경은 어쩔 수 없지만 후천적인 요인으로 난소의 노화가 빨라지고 있는 것에는 대비해야 한다.

복강경을 통해 자궁근종 제거술을 하고 있다. 수목여성의원 실내 전경.
복강경을 통해 자궁근종 제거술을 하고 있다. 수목여성의원 실내 전경.

여성은 20만∼30만 개의 난자를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초경에서 폐경까지 약 35년간 4백∼5백 개 난자밖에 사용되지 않는데, 왜 다 소진되나.

한 달에 5백 개에서 1천 개의 난자가 소진된다. 생리가 시작되면 뇌하수체가 분비하는 FSH(난포자극호르몬)에 의해 난자들이 여러 개 자라다가 최종적으로 한 개의 난자만 자연배란이 되고 나머지는 자연소멸 된다. 난소기능이 떨어지면 난자도 그만큼 많이 소멸이 되는 거다. 다산(多産)으로 난소가 임신기간 동안 ‘쉰다(무배란)’고 해서 난자가 아주 많이 남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IVF(시험관아기 시술)를 하면서 한 사이클에 여러 개의 난자를 뽑았다고 해서 폐경이 빨리 오는 것도 아니다. 배란되는 난포보다는 자연소멸(Apoptosis) 되는 난포가 훨씬 많다.

자연배란(혹은 과배란)이 되는 난자의 퀄리티가 20대, 30대, 40대가 확연하게 다른가.

(초경 이후) 10년 만에 나오는 난자와 20년, 30년 자다가 깨어나는 난자가 같을 수는 없다. 유전요인과 환경요인 모두 중요한데. AMH 수치가 낮더라도 젊은 여성일수록 난자의 질은 좋다. AMH 수치가 낮아도 젊은 여성의 임신 성공률은 같은 연령대의 여성과 같다고 보면 된다. 반면 나이도 많고, AMH 수치도 낮은 경우 난자의 양와 질 모두 문제가 되고, 좋은 수정난의 수도 적어진다. 40대 이후는 질 좋은 난자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어 임신률 저하로 이어진다. 그래도 반복해서 시도할 경우 40∼45세 여성의 시험관시술 임신률이 15∼20%에 이른다. 너무 비관할 일은 아니고, 난자 상태는 개인차가 크다.

어떠한 유해환경이 난소를 망치나.


담배를 피우면 난자 개수가 확 떨어진다. 간접흡연도 직접흡연과 같은 영향을 미친다. 여성은 폐질환이 아니라 난자를 지키기 위해서 금연을 해야 한다. 난소는 크기와 모양이 고환과 아주 흡사하다. 크기는 2∼3cm로 작은 달걀처럼 동글고 하얗고 탱글탱글하다. 흡연은 난소를 연탄가스 중독 상태로 만든다고 보면 된다. 난소가 급속도로 노화되면 난자까지 자연소멸에 가속도가 붙는다.

옛날엔 흡연을 해도 자녀를 4∼5명씩 가진 분이 많았다.


그때는 20대 초중반에 결혼하던 시절이었다. 30세 전에는 10대와 다를 바 없이 임신이 잘 된다. 혈액순환이 최상이고 골반 염증도 없고 나팔관도 잘 뚫려 있다. 생식기내 질환이 드물다. 오죽하면 손만 잡아도 임신이 된다고 했겠나. 타이밍(배란일)만 맞추면 임신이 되던 시절이었다. 30대 중반부터는 하나둘씩 임신방해요인이 생긴다. 38세부터는 관리 잘한 여성과 그렇지 못한 여성의 생식력이 극명하게 갈라진다.

미세먼지가 난소기능을 떨어뜨린다고 들었다.

미세먼지가 생식기와 신경계 이상을 불러온다는 보고가 있고, 조기폐경을 부추긴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근엔 초경까지 빨라지게 했다는 조사결과까지 나왔다.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1μg/m³ 증가할 때마다 초경 연령이 0.046세씩 빨라지고, 조기 초경 위험이 1.08배 높아진다고 한다.

전자파의 영향은 어떤가.

반도체쪽에 근무하는 여성들 중에는 난소기능저하인 경우가 많다. 다른 나라에서도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전자파로 인해 생리 불순, 조기 폐경, 유산 등의 결과로 이어지는 사례가 나왔다. 정자 수와 운동성을 감소시키고, 난소 노화가 급격히 진행되게 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다. (난소는) 심장이나 소화기처럼 금방 체크가 안 되어서 모르고 살아서 그렇지, 난소기능저하가 난임의 원인 중 가장 큰 문제로 부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요즘은 다들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고 사는데.


그 정도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 듯하다. 재미있는 가설이 있다. 유해한 물질(중금속, 방사선, 전자파, 저산소 등)이라도 소량이면 오히려 생물체에게 좋은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미주리대학교에 토머스 럭키 박사가 1970년 아폴로 계획으로 실시된 우주비행사의 장기우주방사선 피폭의 영향을 연구한 적이 있다. 소량의 방사선은 면역향상을 가져와서 노화를 억제하고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젊은 신체를 보존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실제로 우주 갔다 온 사람들이 덜 늙고 장수했다.

스트레스도 난임의 원인이 된다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세포를 더 활기차게 만든다. IVF(시험관시술)에서 냉동배아이식 임신율이 신선배아이식 성공률에 못지않다, 더 높을 때도 있다. 배아가 냉동되었다가 해동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환경에 노출된다. 배아는 두 가지 변화를 보인다. 하나는 산소 소비를 줄이는 것. 또 하나는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항진하는 것이다. 즉 배아를 얼렸다가 녹이는 과정에서 배아가 훨씬 더 착상에 유리한 환경적 적응능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결보존이 되었다가 해동했을 때 별문제가 없이 세포분열이 재개되는 배아라면 정말 건강한 배아일 가능성이 높다. 배아도 그렇듯이 사람도 살아가면서 적당한 스트레스가 좋은 자극을 줄 수 있다고 본다. 물론 과도한 스트레스나 불안장애는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난소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술을 줄이고, 금연하고, 나쁜 음식 안 먹는 건 기본이다. 피임약도 오래 복용하면 난자 수를 줄인다. 운동을 강하고 극렬하게 하면 안 된다. 운동선수와 마라톤 선수가 폐경이 빠른 편이다. 자궁내막종(난소낭종) 진단을 받은 경우 수술보다는 다른 치료방법(비수술, 알코올 경화술 등)이 없는지 우선적으로 알아보아야 한다. 수술을 통해 난소를 거의 제거한 경우 회복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건강한 난자를 위해 영양제를 추천한다면


고령 가임여성이라면 NAD(니코틴아마이드 아데닌 뉴클레오타이드) 증진제(NAD+)를 추천한다. 노화방지(안티에이징) 제로도 최근 사용이 되는데, NAD는 신체의 모든 세포대사에 관여하는 물질(세포 에너지 전달의 보조인자)로, 나이가 50세를 넘으면 NAD 수치가 절반으로 떨어진다. 우리 몸에서 NAD가 많이 만들어지면 텔로미어의 길이가 더 길어지면서 DNA가 복구되고, 세포마다 미토콘드리아(세포분열 에너지 발전소)가 활성화 된다. 실제로 난소기능저하 여성에게 NAD 증진제를 처방했더니 시험관시술 시 난자 수가 늘고 수정란의 등급도 향상되는 등 임신률이 증가했다. 고령 난임 여성들에게 해외직구로 구입해 복용하라고 권하는 편이다.


난소건강을 위한 7계명
1. AMH 검사를 통해 본인의 ‘난소 나이’를 알아둔다,
2. 간접흡연을 포함 철저히 ‘금연’한다.
3. 식품첨가물이 함유된 가공식품 및 고지방 섭취를 줄인다.
4.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한다.
5. 난소 내 질환으로 수술을 추천 받은 경우 차선책은 없는지 알아본다.
6. 난소기능저하 시 비타민D, DHEA, NAD+ 등 영양소를 섭취한다.
7. 10분이라도 아침 혹은 저녁에 명상을 한다.

최호열 기자 honeypa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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