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화 “동네책방 한다는 건 돈 없는 정우성이랑 산다는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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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 생존탐구’ 펴낸 한미화씨, 개성있는 인테리어… 모임공간…
“폼나 보이지만 뒤론 생계 걱정, 누구에게나 책 경험 공간 위해
각자 방식으로 독자 발굴해야”

‘동네책방 생존탐구’의 저자 한미화 씨는 “출판사도 책방이 있어야 책을 만들고, 저자도 책을 팔아주는 데가 있어야 책을 쓴다”면서 “책과 관련된 사람들이 동네책방을 더 응원해줘야 한다”고 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동네책방 생존탐구’의 저자 한미화 씨는 “출판사도 책방이 있어야 책을 만들고, 저자도 책을 팔아주는 데가 있어야 책을 쓴다”면서 “책과 관련된 사람들이 동네책방을 더 응원해줘야 한다”고 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서점(동네책방)을 한다는 것은 돈 없는 정우성이랑 산다는 것과 같다.’

동네책방 주인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는 글이다. 겉으로는 ‘폼 나’ 보이지만 한 달에 100만 원 손에 쥘까 하는 곳, 동네책방. 동네의 핫 플레이스라는 낭만적 이미지나, 책방 주인의 일상 에세이 정도로만 알려진 동네책방의 실상은 사실 생계를 걱정할 정도다.

책 읽는 사람은 줄어들고 책은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주로 사는 시대, 동네책방의 의미와 살길을 모색하는 ‘동네책방 생존탐구’(혜화1117)를 지난달 말 펴낸 출판평론가 한미화 씨(52)를 만났다.

지난해 기준 전국의 동네책방은 약 550개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 책의 초고를 완성한 올 5월 이후에도 글에 등장하는 동네책방 몇 개가 문을 닫았다.

“처음에는 ‘동네책방 전성기 탐구’라는 주제로 서점이 멋지게 변화한 모습을 쓰고 싶었는데 (취재할수록) 먹고살기 힘든 게 명약관화했어요. 그렇다고 네거티브하게 끌고 가자니 마음은 안 좋고…. 그럼 같이 먹고살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고민해 보자는 의도에서 썼어요.”

국내 동네책방은 2015년 무렵부터 붐이 일었다. 과거 서점과는 다르게 개성 있는 인테리어, 사람이 모이는 공간, 맛있는 커피 또는 맥주 등 나름의 분명한 콘셉트와 정체성을 드러냈다. 동네책방을 찾아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여기 어디야?’ 하고 반응할 수 있는 30대 전후가 책방의 주인이자 독자가 됐다.

“대부분 돈이 벌리지 않는다는 걸 알고 시작해요. 책만 말고 다른 것도 같이 팔면 밸런스를 맞출 수 있지 않을까 한 거죠. 동네책방 여는 법을 가르치는 곳에서도 부가가치를 만들 것을 모색하라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만만치 않다. 동네책방은 1만 원짜리 책을 팔면 2500원이 남아야 대략 수지를 맞출 수 있다. 하지만 도서정가제를 비롯한 유통구조와 책이 많이 팔리지 않는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동네책방 생태계가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출판 서점 독자 모두가 마음을 열고 고민해 보자는 것이 한 씨의 생각이다.

“알아서 책을 찾아보는 사람에게는 동네책방이 없어도 되죠. 하지만 책하고 담을 쌓았거나 무슨 책을 읽을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절실합니다. 가까운 곳에서 책을 만나고, 이들에게 맞춰 가이드를 해줄 수 있는 동네책방이 필요한 거죠. 콘텐츠를 담는 그릇으로 책만 한 것은 없으니까요.”

독자가 자발적으로 책방을 찾아오지 않는 시대에 동네책방은 ‘누구에게나 책이 재미있다는 걸 경험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한 씨는 말한다.

“읽기는 습관의 산물이라고 생각해요. 부모가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책방에 가서 책 읽는 환경 속으로 이끄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죠.”

하지만 독자가 찾아오기 위한 곳이 되기 위해서는 동네책방이 고군분투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독자를 발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네책방은 분명 사적인 비즈니스지만 더 많은 사람을 책의 시민으로 이끄는 ‘공공의 역할’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동네책방#정우성#현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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