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前기자 공소장에 ‘회사차원 개입-검찰과 공모’ 내용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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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수사 넉달만에 강요미수 혐의 기소

5일 서울중앙지검 1층 출입구 앞.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신라젠 취재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모 전 채널A 기자 등을 기소했다. 뉴시스
5일 서울중앙지검 1층 출입구 앞.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신라젠 취재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모 전 채널A 기자 등을 기소했다. 뉴시스
검찰이 신라젠 취재 의혹 사건과 관련해 채널A의 이모 전 기자와 백모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5일 각각 기소했다. 검찰은 한동훈 검사장(47·사법연수원 27기)의 공모 여부는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 전 기자 등의 공소장에 기재하지 않았다. 올 4월 13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 채널A “부당한 공격 등에 책임 물을 계획”

채널A는 5일 메인뉴스인 뉴스A를 통해 “전·현직 구성원이 기소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법적 판단을 통해 실체적 진실이 가려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혁신 및 성찰위원회’를 통해 취재윤리 위반 부분을 되돌아보고 잘못된 취재 관행을 혁신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채널A는 “지난 4개월간 검찰 수사에 미칠 영향 등을 우려해 관련 보도를 최대한 자제해 왔다”면서 “하지만 기소가 이뤄진 오늘까지도 채널A와 구성원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이 계속되고 있고, 이번 사건을 특정 프레임에 엮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당한 공격과 흠집 내기에 대해선 엄중히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채널A 회사 차원의 개입 의혹, 공소장에 없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55·수감 중)에게 5차례 편지를 보낸 이 전 기자가 검찰의 고강도 수사를 언급하며 유시민 작가의 비리 혐의를 제보하라고 한 것이 강요미수 혐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이 전 기자의 변호인은 입장문을 내 “최근 대법원 판결들의 무죄 취지를 종합하면 본건은 상대방 의사를 억압·제압할 만큼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는 없는 사안임이 명백하다”고 반박했다.


MBC에 이 전 기자 등의 의혹을 제보한 지모 씨(55) 등은 그동안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기자 차원이 아니라 전사적 차원에서 이뤄졌다”며 채널A의 윗선이 취재에 관여한 것처럼 주장했다. 검찰은 이 전 기자의 취재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팀 규모를 검사 10여 명으로 늘리고 올 4월 28일 채널A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 높게 수사했다.

하지만 이 전 기자의 공소장에는 이 전 기자의 취재 사실을 알고 취재 중단을 지시했다는 언급만 있을 뿐 취재 과정에서 채널A의 윗선이 지시하거나 관여했다는 내용은 전혀 없다. 이는 “이 전 기자에게 신라젠 취재에 착수하라고 상급자가 지시한 사실이 없었고, 채널A 보도본부장이나 경영진의 지시나 개입이 없었다”는 올 5월 채널A의 진상조사 보고서와 사실상 내용이 같다.

○ 검찰 “공모 추가 수사” vs 한동훈 “공모 없었다”

서울중앙지검은 한 검사장에 대한 공모 여부를 공소장에 기재하지 않았다. 한 검사장의 공모 여부를 공소장에 기재할지를 놓고 내부 이견이 있었고, 일부 검사가 “증거가 없다”며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한 검사장의 비협조로 수사가 장기화되고 피의자 조사도 종료하지 못했다”며 “추가 수사를 통해 범행 공모 여부 등을 명확히 규명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수사 중단을 권고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를 뒤집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2년 전 검찰이 자체 개혁 방안으로 도입한 심의위 권고를 수사팀이 거부한 것은 처음이다.

한 검사장은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수사에 응했다. 애초 공모한 사실이 없었으니 공모를 적시하지 못한 건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 전 기자는 한 검사장에 대한 계속 수사에 대해 “향후 검찰 조사나 추가 증거 수집에는 일절 대응하지 않을 예정이고 공개된 재판에서 본 건의 시비를 명백히 가리겠다”고 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황성호 기자
#채널a 기자#검사장 공모#강요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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