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밥 딜런… 외신들 “기발한 노랫말” 극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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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의 신작 ‘러프 앤드 라우디…’
국내 평론가 “21세기 대표 작품”

‘비틀스가 올 거야, 너의 손을 잡아주겠지.’(‘Murder Most Foul’ 중)

비틀스, 베토벤, 퀸, 엘비스 프레슬리, 이글스, 롤링스톤스, 텔로니어스 멍크…. 수많은 음악가가 거장의 한 곡 속에 언급된다. 미국의 전설적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79·사진)의 신곡 ‘Murder Most Foul’이 화제다. 가사에서 “내게 이 노래를 틀어줘” 하며 소환하는 별들이 가히 ‘은하수’급이다. 딜런이 수많은 음악가를 불러낸 뒤 맨 마지막으로 불러 달라는 곡은 바로 이 곡 자체, ‘Murder Most Foul’. 데이비드 보위(1947∼2016)의 ‘Blackstar’, 레너드 코언(1934∼2016)의 ‘You Want It Darker’처럼 ‘작정한 유작’의 냄새마저 풍긴다.

이 곡이 담긴 ‘Rough and Rowdy Ways’는 딜런이 3년 만에 낸 새 앨범이다. 엄밀히 따지면 ‘Tempest’(2012년) 이후 무려 8년 만의 신작. 그가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 발표하는 신곡 음반이다. ‘Triplicate’(2017년)까지 세 장의 근작은 옛 미국 가요의 리메이크 앨범이었다.

2016년 스웨덴 한림원이 “위대한 미국 노래의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다”고 한 평에 대한 답사를 딜런은 신작의 음악으로 대신한다. ‘바로 이런 거 말이지?’라고 하듯. ‘Rough and…’는 주요 외신에서 만장일치의 기립박수를 받고 있다. 영국 매체 가디언, 텔레그래프, NME가 만점을 줬고, 미국 음악 웹진 ‘피치포크’는 “가사를 바로 속담같이 인용할 수 있을 정도로 기발하다”고 노랫말을 극찬했다.

그 중심에 16분 55초짜리의 대곡 ‘Murder Most Foul’이 있다. 케네디 암살 이야기를 뼈대로 서구의 문학, 음악, 현대사를 아우르는 불가사의한 서사시를 엮어냈다. 앨범 총 재생시간이 70분(총 10곡)이어서 한 장의 CD에 담을 수도 있었지만, 이 곡만은 두 번째 CD에 따로 담았다.

이경준 대중음악평론가는 “영미권 대중문화를 회고함으로써 딜런 자신이 겪은 시대를 결산하는 동시에, 불안과 혼돈에 빠진 현시대에 바치는 것으로도 읽힌다”고 했다. 실제로 코로나19는 물론이고 조지 플로이드 사망 같은 최근 이슈를 딜런이 모호하게 은유하고 있다는 해석도 곳곳에서 나온다.

포크, 블루스, 루츠(roots) 록 장르를 아우르며 아메리카나(americana), 즉 미국 전통음악을 가사의 외피로 삼았다. 지난 60년 경력을 아우르며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작법을 가사와 곡에 적용해 완성형을 제시한 셈이다. 김경진 평론가는 “전작 ‘Tempest’보다 음악적으로 한 수 위다. 하나의 시대를 정리한 음반”이라고 했다. 이경준 평론가는 “메시지, 작곡, 편곡에서 딜런의 21세기를 대표할 작품 중 하나”라고 했다.

음반은 주요 디지털 음원 플랫폼과 유튜브에서 들을 수 있다. CD는 다음 달 중순 이후 국내에 수입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밥 딜런#rough and rowdy ways#8년 만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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